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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듀부터 텍사스까지 트럭운전

Jeongwon Seo 2024. 8. 11. 20:39

이번 포스팅은 2024년 8월 초 퍼듀지역에서 텍사스 어스틴으로 이사를 했던 저희 가족의 경험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사준비

D-3, 이사짐 포장 40%

저희 가족은 아직 어딘가 아직 확실히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 짐이 적다고 생각했어요.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게, 큰 짐들은 별로 없는데 자잘한 짐은 또 많더라고요. 이사를 가기 열흘전부터 아내에게 계속 짐을 미리미리 싸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금도 쓰고 있는 물건이 많아서 준비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이사가기 3일 전까지는 짐을 약 40퍼센트는 싼 것 같아요. 떠날 때가 다가오니 퍼듀지역에서 맺었던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의 정리를 하는 시간도 가져야 했기에 더더욱 짐을 쌀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물론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아니고... 정신적으로 부족했다고 느낀 것 같네요. 제가 다니던 교회에는 1년에 한 번 3일간 여름성경학교가 있는데, 처음 이틀은 9시부터 3시까지 마지막 날은 주일로 평상시처럼 교회를 가면 됐죠. 저희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이 날은 두 번째 날이라 평소같았으면 애들 보내놓고 쉬는데, 이번에는 목사님께서 오전 11시에 부모님도 같이 와서 점심먹고 부모법(Parenting) 특강을 해주신다고 하시네요. 물론 점심도 맛있었고 특강도 너무 좋았습니다만 이번에는 짐도 싸야하고 몸이 좀 피곤하다고 많이 느꼈네요. 이제 곧 유홀 트럭을 빌려야 하는데 저는 트럭이 작을까봐 계속 노심초사였거든요. 그래서 저녁에는 가족들 다 데리고 유홀에 다시 가서 트럭을 이리저리 확인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D-2, 이사짐 포장 90%

오전에는 늦잠을 좀 자고 교회를 갔어요.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특히 목사님이 새로 오시고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아쉽더라고요. 퍼듀 지역에 오래 있으면서도 교회에 가는 걸 많이 고민하다가 작년 이맘때 쯤부터 열심히 다니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동안 주저했던 시간 때문인지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네요. 예배가 끝나고 친교시간에 잘 알고 지내는 분들과 작별인사도 했고, 저희가 잘 몰랐던 분들도 인사를 건네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오후엔 이제 퍼듀에서 박사과정을 막 시작하는 후배가 가족과 와서 없는 살림에 마지막으로 바베큐도 구워줬어요. 2살과 5개월 아기들을 데리고 왔는데, 저희의 옛생각이 나서 그런 걸까요, 약 5년 반 퍼듀에서의 많은 추억들이 지나가더라고요. 후배가족이 잘 정착하고 퍼듀에서 저희보다도 더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고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후에 구역식구들과도 밤에 마지막으로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저희 구역의 시그니쳐 혹은 정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발론 게임을 하고 11시쯤 헤어졌던 것 같아요. 항상 구역식구분들께는 받기만 한 것 같아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후다닥 재우고는 나머지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아내의 벼락치기가 실력을 발휘할때였습니다. 굉장한 집중력으로 포장된 박스의 수가 급격히 늘어가더라고요. 저는 자잘한 걸 청소하고 박스를 포장하고 옮기는 걸 도왔고 박스에 물건을 차근차근 넣는 ''테트리스"는 아내가 다 했네요. 새벽 3-4시 즈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D-1, 이사짐 포장 100% / 트럭 적재 완료

퍼듀 지역에서 괜찮은 맛집이었던 리테라토에 가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어요.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아서 피크시간에는 사람이 진짜 많아요. 다행히 아점이라 여유있게 식사를 하고 왔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못싼 짐을 더 쌌어요. 제 눈에는 아직 70퍼센트 정도만 정리가 된거 같아요. 구역식구분께서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남은 짐을 더 빨리 쌀수 있었어요. 부동산 회사에 집 열쇠를 넘겨주고 유홀에 가서 트럭을 빌려왔어요. 집에 트럭을 주차하니 후배들이 도와주러 왔더라고요. 저 포함 4명이서 날랐는데 한 45분 정도하니까 마무리가 됐어요. 끝나고 저는 후배들과 밥을 먹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러 갔죠. 집에 돌아와서 텅빈 집을 보니 여러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맥주를 두캔 마셨습니다. 아내가 아이들과 돌아오고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D-day, 이사차 출발

눈 뜨자마자 바로 저는 트럭, 아내는 저희 차로 출발을 했습니다. 전에 샀던 퍼피구조대 무전기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약 200-300미터까지는 무전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각자 다른 차를 운전하면서 정말 요긴하게 썼습니다. 가령 아이들이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고 하거나, 아주 저렴한 주유소가 보이는 경우에도 썼고요, 하다못해 졸리거나 심심할 때도 종종 아내 혹은 아이들과 무전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얼마나 야무지고 귀여운지. 

 

우리의 이삿짐 도우미

 

트럭을 모는 것도 금방 적응이 되더군요. 처음 목적지는 일리노이의 유홀 지점입니다.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나 하고 가기로 했거든요. 저희가 가는 트럭 뒤에 트레일러를 하나 메달고 해당 목적지까지 배달해주면 되는 건데 미션 완료시 350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편도로 가는 interstate 유홀의 경우는 이런 Load Share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 같더군요.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칠한부분이 저희가 트레일러를 옮겼던 구간이에요. 

 

 

트럭이 확실히 기름을 많이 먹더라고요. 15피트짜리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트럭이었는데 저희차와 주유를 한 걸 비교해 보면 3배 정도가 차이 났어요. 트럭을 빌리는데 1170불 정도, 기름값이 410불 정도 들었으니 기름값도 어느정도 이사비에 고려를 해야겠네요. 물론 중간중간 밥도 먹어야 하지만요. 

 

이사 첫날의 목적지는 아칸소 주의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입니다 (Crater of Diamonds State Park). 원래의 경로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갈 수 있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아칸소 주는 사람들이 관광으로는 잘 찾지 않는 주라서 이번에 가지 않으면 언제갈까 하는 생각으로 들르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할 즈음에는 해가 지고 있었는데, 산길을 운전해서 그런지 밖이 더욱 빨리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오후 9시 쯤 도착했는데 도착하기 30분 전부터는 야간운전을 했습니다. 트럭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내와 설왕설래를 했는데요. 간혹 로비 앞에 짐내리는 곳에 비 맞지 말라고 차양막이나 건축물를 해놓은 숙소들이 있잖아요. 근데 제가 트럭의 높이를 잘 확인하지 않아서 그곳(Awnin)이 트럭 윗부분과 부딧혀서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 걸 어쩌겠습니까. 일단 오랜 시간 운전으로 피곤하였기에 일단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D+1, 다이야몬드 채굴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 주인이 오자마자 어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이실직고 했습니다. 다행히 숙소 주인은 매우 친절했고, 올해에도 몇번 더 같은 일이, 유홀 트럭에 의해 발생했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숙소 주인은 유홀에 연락하면 다 보험처리 해줄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저희를 안심시켜 주었죠. 트럭을 렌트할 때 보험을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건 자차 보험이고 기본 보험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유홀에 전화해서 사고 관련 내용을 전달하였고, 안내에 따라 지역 경찰을 불러서 케이스 번호를 받았습니다. 나머지는 보험사에서 처리해 준다네요. 

 

한 시간 정도 걸린 보험 처리를 끝마치고 장비를 렌탈해서 주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장비렌탈은 수레(웨건)없이 큰 삽 하나 버킷 두 개, 모종삽 두개, 그리고 흙을 걸러낼 채 두개 이렇게 해서 16달러 정도 지불했네요. 주립공원 입장료는 아래와 같고요. 인터넷이 아닌 현장에서 구입하면 Fees를 안내도 되더라고요.

 

현장결제가 더 싼...

 

뭐 다이아몬드를 정말로 캘 생각은 아니었기에 애들이 그냥 흙 파면서 놀때도 그냥 뒀고, 날도 더워서 삽질도, 채질도 설렁설렁 했어요. 근데 채질을 좀 하다보니 작은 자갈 사이에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뭐가 다이야몬드인지도 모르겠고 설령 맞다하더라도 크기가 너무 작았기에 저희는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고 몇개 챙기긴 했어요. 

 

제발 나와라... (좌), 설마 이건가? (우)

 

날은 섭씨 38도를 기록했기에 정말 너무나도 더웠고요. 숙소도 엄청 작은 동네에 있어서 먹을만한 것도 마땅치 않았네요. 아침에 편의점에 들러서 사먹었던 냉동피자도 망해가지고 점심은 그래도 괜찮은 걸 먹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괜찮아 보이는 피자집이 베스킨라빈스와 같이 있기에 들어갔습니다. 피자와 치킨을 시켰는데 맛도 괜찮았고 베스킨라빈스도 가족들이 아주 마음에 들어했어요. 숙소에 와서는 잠시 쉬다가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숙소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퍼듀에서는 수영할 만큼 더운 날이 많지 않기도 했고, 오전에는 다이야몬드 공원에서 땀을 엄청 흘렸거든요. 그래서 물놀이가 더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숙소 수영장에는 작은 워터 슬라이드도 있었는데 그거 하나로도 굉장히 재미있게 놀수 있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은 놀이터도 있어서 가족들과 머물기에 괜찮은 숙소 같아 추천드립니다. (Yellow Diamond Inn)

 

건물도 박살냈지만 신나게 놀고 몸도 마음도 편히 쉴 수 있었던 숙소

 

저녁은 구글에서 검색해서 평점도 높고 꽤 많은 리뷰도 달린 Southen Dine이라는 식당에 갔어요. 뭐 작은 동네 식당이라 홈페이지도 없지만 내부도 깔끔하고 음식도 저렴한 편인데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네 가족이 먹었는데 팁까지 60불도 나왔네요.

 

생각보다 괜찮았던 식당 및 식사

 

저녁까지 거하게 먹고 다음 날 또 8시간 운전해야 하기에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날도 많이 더웠는데 이제껏 운전 걱정에 맥주도 못마신게 너무 아쉽네요. 

 

D+2, 어스틴 도착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아칸소를 떠나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아내의 컬렉션을 완성해 줄 시티컵을 사기로 했습니다. 약 한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텍사카나(Texarkana)이라는 도시의 스타벅스에는 아쉽게 컵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 도시는 아칸소와 텍사스의 경계를 포함하고 있는 도시였는데 근처 다른 스타벅스는 전부 텍사스 주라서 눈물을 머금고 커피만 주문해서 다시 여정을 떠나야 했습니다. 세 시간을 더 달려서 델라스 북쪽의 플라노(Plano)라는 도시의 유홀에서 트레일러를 반납했습니다. 맥도날드에 들러 점심을 빨리 해결하고 떠나려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놀이방이 있는 맥도날드라서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게 밥먹으면서 놀 수 있었고 저희도 좀 여유있게 식사를 하고 출발할 수 있었네요. 

 

bb.q 치킨, 나는 맛있었는데...

 

플라노와 델라스를 지나서 어스틴으로 오면서 정말 많은 사고로 정체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만 그래도 무사히 새로운 집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일단 잠을 자려면 침대를 빼야했기에 트럭 적재공간을 열어봤는데 다행히 뭐 엄청 박살나진 않은 것 같았어요. 필요한 짐이랑 침대만 빼서 일단 집으로 옮겨놨고 bb.q에 가서 치킨을 먹고는 집에 돌아오면서 저희의 여정이 마무리가 되었네요.

 

에필로그

아이들은 새로운 집이 너무 마음에 드나봐요. 일단 저희가 이전에 살던 집보다 50% 정도 더 크기도 하고 방도 하나 화장실도 하나 더 있거든요. 그리고 수영장이랑 놀이터도 가까워서 애들이 나가서 노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저도 여기, 어스틴에서의 새로운 삶이 많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벌려놓은 일들도 처리하고 글도 더 열심히 쓰고 책도 많이 읽고 가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밀리의 서재도 구독을 했고 그동안 일고 싶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바로 완독을 해버렸습니다. 조만간 리뷰를 남기도록 할게요. 그리고 종종 어스틴의 삶도 공유해 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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