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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Jeongwon Seo 2024. 8. 27. 11:08

 

퍼듀에서 알고 지내던 분들이 어스틴에 간다니까 거기에 퍼듀교회 다녔던 분들이 가셨는데 너무 좋은 분들이라고 하셔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었거든요. 그분들께서는 각자 맞는 교회가 있을지도 모르니 몇 군데 더 다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들이 다니는 교회도 좋으니까 와보라고 하시고요. 그래서 그분들 다니는 교회에 다녀왔어요. 전에 갔던 어스틴제일장로교회는 교인이 100명 정도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온 교회는 700에서 800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교회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주차장에도 차가 정말 많고 본당 옆으로 가건물들이 많이 붙어있더군요. 원치 않게 같은 지역의 서로 다른 두 교회를 다녀보니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교회를 다녀와서 집으로 오는 동안 아내와도 어떤 교회를 다닐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계속해서 교회를 쇼핑하듯이 여기저기 기웃기웃하고 정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스틴에 이사 온 이후로 처음 도서관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공간에 보내놓고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도서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그러던 중, 외국도서 섹션이 눈에 보였습니다. 프랑스어랑 아랍어 섹션이 있길래 한국어 섹션도 있나 유심히 살펴봤죠. 다행히 책장 한 칸 정도에 한국어 책 서른 권 정도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중 두 권을 빌려왔는데 하나가 정숙희 작가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책이었어요. 

 

책은 정숙희 작가가 약 10년간 <미주한국일보>에 연재했던 데스크 칼럼을 추린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찾아보니 여전히 <미주한국일보>에 정숙희의 시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계시더라고요. 이 책은 미국 이민교회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신실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바른 자세에 대해 일침을 놓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요약해 보자면 미국의 이민교회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 있는 교회들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1. 교회에 목사만 있고 하나님은 없다.
  2. 교회에 돈이 너무 많고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3. 성경 말씀을 실천하지 못하고 그릇된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형교회에 가면 목사님이 신처럼 받들어집니다. 좀 더 극단으로 가면 저희가 흔히 아는 사이비처럼 되겠지요. 말을 너무 재밋게하고 설득력 있게 하는 목사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런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대형교회에서는 목사가 마치 연예인처럼 대접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연예인에게 사인받는 것이 평생소원인 사람이 있듯이 목사님한테 기도 한 번 받는 게 소원이 사람도 있다고 하고요. 물론 제가 다니던 교회에도 목사가 도중에 해임된 적도 있었고 담임목사가 없는 가운데 매주 다른 목사를 초빙해서 설교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목사가 와서 교회가 많이 안정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목사의 역할이 작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속으로 알듯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여야지 목사의 것이 아닙니다. 

 

또 작가는 교회에 돈이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 또한 성경과 맞지 않다고도 하고요. 교회에 돈이 많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죠. 하지만 돈이 많은 곳에는 정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대부분 동의하실겁니다. 대부분의 교회가 그러듯 성도들을 위한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 최신식 음향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더욱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며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시스템 자체는 매우 민주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의 올바른 시민 의식이 국가의 엘리트를 견제할 수 있듯이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의 돈은 모두 성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목사만 탓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올바른 신앙생활이 교회를 성경 말씀대로 이끌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하나님의 말씀의 중심에는 ' 존중을 밑바탕으로 한 범인류적 사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봅시다. 과연 그러한 사랑의 마음이 있는지. 반려견을 키우고 교회를 다니면서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작은 물질이라도 나누는 사람이 과연 많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저는 요즘 누가 신이 있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신이 있던 없던 좋은 가르침이 있으면 따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상위법"이라는 개념에 대해 한참을 고찰 중인데,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면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에서 부모는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고 가정이 유지될 수 있게 경제활동을 한다던지, 어린이들은 학교에 성실히 다니고 몸과 마음이 잘 자랄 수 있게 좋은 음식을 먹는다던지 하는 것들이지요. 마음 내키는 대로 살기 쉬운 세상에 자기 계발서 몇 권을 이것저것 뒤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경 말씀에서 상위법을 찾고 실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느 교회를 가야할지 명확히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이 말하듯 교인이 너무 많아 목사가 어느 성도가 교회를 다니는 지도 잘 모르면 안 된다고 하였고, 목사가 교회의 중심이 되어선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갔던 날 하필 그 교회 목사님께서 목회자를 성심껏 섬기라고 몇 번을 반복하신 것도 물론 좋은 뜻으로 하셨겠지만 저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목사님은 이민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며 그 어려움을 알아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별로 옳은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민을 오던 안 오던 우린 모두 서로 각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누가 크고 작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죠. 또한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정말 어려운 이웃들을 두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더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성도들을 독려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광고시간에 교회를 더 넓은 부지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다며 성도들의 헌금을 독려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해당 교회를 비판하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 교회가, 그리고 목사님이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실거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정말 러 스트로벨이 쓴 책처럼 기적인지 우연인지 그날 제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관련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해서 정말 신기했기에 글을 적었습니다. 저는 다른 교회를 다니겠지만 아무쪼록 이 교회도 성경 말씀대로 인류애를 행하는 교회라 믿습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러한 문제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들고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아예 개종을 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우리가 살면서 지침이 될 많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비단 성경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서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정숙희 작가의 책은 교회의 문제와 교회를 다니는 성도로서의 바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우리 삶에 대해 일반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가끔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옛사람들의 기르침을 엿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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