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6년 러시아의 추운 2월, 모스크바 근처의 가까운 도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저희는 카잔이라는 유명한 동네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모스크바에서 카잔으로 가는 길 중간에 니즈니 노브고로드라는 제법 큰 도시도 있다길래, 가다가 하루 잠깐 멈춰서 보고 카잔을 가기로 했죠.
2박 3일의 짧은 여정, 함께 가실까요
2월 20일 저녁 ~ 21일
밤 기차를 타고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기차 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기차 안에서 약 5시간 정도는 잔 것 같네요. 전에 한 번 설명 드린 것 같지만 러시아에서는 종착역의 이름을 그 기차역의 이름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니즈니 노브고러드에 도착한 기차역이 모스크바역이었어요.
이 쪽 사람들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에 아침 일찍 도착한 저희는 갈 때가 맥도날드 말고는 없었어요. 몸도 좀 녹이고 끼니도 해결하고는 일단 푸쉬킨 공원으로 향했어요. 푸쉬킨은 러시아의 대문호라며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위인 중 하나라 하더라고요. 눈 밖에 없는 추운 겨울,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휑해보이는 공원에서 대충 사진을 좀 찍고는 근처의 아르바트 거리를 좀 돌아다녔어요.
공원을 벗어나서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중앙 은행에 도착했는데, 그다지 볼만한 건 없었고 은행 앞에 장이 열려 있었어요. 거기서 여러 나라들의 동전과 잡동사니 신기한 물건들을 팔고 장사꾼을 봤는데 한국 동전도 팔더라고요.
장을 지나면서 기념품 가게들도 많이 보았는데, 기념품도 다양하고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재미있는 물건도 많이 팔더라고요. 간단히 기념품을 구입하고 러시아의 큰 도시에는 다 있다는 크레믈(궁전)로 향했어요. 생각보다 크레믈 자체도 멋있었고, 크레믈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오카강과 그 전경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멀리서 보아도 강의 대부분이 얼어있는 것 같았는데 점 같은게 사람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좀 가까이 가보고 싶더군요. 크레믈에서 아래 강 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왔는데 계단도 굉장히 볼만했고 사람들도 사진을 많이 찍더군요.
계단을 지나선 강가를 따라 쭉 걸어봤어요. 아주 전형적인 러시아의 느낌대로 춥고 날도 흐리고 눈 때문에 거리도 지저분했지만 또 이런게 러시아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러시아 풍의 나름 괜찮은 성당도 한 장 추억속에 남기고 얼어붙은 오카 강으로 내려가 봤어요.
오카강에 내려와보니 정말 얼음이 제대로 얼었더라고요. 저 조금 멀리서 보니 아까 크레믈 위에서 봤던 점이 사람이었다는게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는 얼어붙은 강을 가로질러 그 사람들에게 가봤어요. 얼음 판 위에 누런 자국 같은게 있었는데 누가봐도 그거겠죠?
얼음 강 위에 있던 사람들은 얼음 낚시를 하러 온 아저씨 들이더라고요. 러시아 아저씨들 답게 주위에 보드카 병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요. 친절한 아저씨 한 분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 분이 잡은 물고기도 구경 할 수 있었어요.
별거 없는 듯하면서도 상당히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었어요. 그렇다고 뭐 며칠 씩 볼만한 동네는 아니었지만요. 이제 카잔으로 가기 위해 다시 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2월 22일
새벽에 일어나니 기차는 어느새 카잔 역에 도착 했어요. 아직 해가 안떠서 어두컴컴 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도 있어보여서 기차역에서 사진을 좀 남기고 숙소로 향했어요.
숙소에 짐을 풀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니즈니 노브고로드와 달리 도시는 많이 깨끗했어요. 하얀 눈이랑 잘 어울렸다고 할까? 카잔 대학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학교라 하더라고요. 저희가 모스크바에 살던 집의 거리 이름이 로바쳅스키 거리였는데 이 사람이 수학자라고만 들었었거든요. 근데 여기 대학을 구경하며 동상을 찾을 수 있었네요.
이렇게 카잔 대학을 스윽 둘러보고는 우리는 점심을 간단히 먹으러 로컬 식당에 들어가봤어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러시아에는 많은 민족이 살고 있잖아요? 종종 그 민족 지방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카잔에는 타타르 쪽 사람이 많았는데 식당도 타타르 식이었어요. 메뉴는 일반 러시아 식당과 그리 다를 건 없었는데 실패도 없고 조금 만만해 보이는 고기랑 볶음밥을 시켜서 나눠먹었어요.
그리고는 크레믈로 향했죠. 이 때쯤 되면 이제 여러분도 대충 러시아 여행 어떻게 하시는 줄 알겠죠? 근처 스윽 둘러보고 추우니까 따뜻한데 가서 밥먹고 크레믈을 가면 됩니다. 그래도 카잔 크레믈은 지금까지 봤던 크레믈과는 정말 많이 달랐어요. 새하얗고 깨끗해 보이는게 오히려 러시아 건물 같지가 않았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위에 사진에 나와있듯 크레믈 중앙에는 멋진 이슬람 사원이 있었는데 내부로 들어가보니 아랍어로 된 문구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에 이것 저것 행사를 많이 진행하더라고요. 사우나, 저녁 식사 할인, 스페인 문화 소개 이런것들이 있었는데 다 해보자고 아내한테 졸랐어요. 사우나도 좋았고, 숙소 안의 식사도 아주 맛있었어요. 모스크바의 물가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데 카잔은 훨씬 저렴해서 주머니가 항상 가벼운 저희한테는 심적 부담이 많이 덜 했죠. 여튼 숙소에서 찍은 사진도 괜찮았기에 몇 장 남겨 볼게요.
2월 23일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갈 때는 비행기를 탔어요. 기차가 생각보다는 싸지 않거든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그래서 보통 모스크바에서 멀리 여행 갈 때 중간중간 볼게 있으면 기차를 타고 천천히 하나씩 들르면서 보고 올때는 비행기로 오는게 좋더라고요. 공항으로 가는 길 택시 안에서 카잔의 도로들과 전경을 바라보았는데 정말정말 그 새하얀 느낌은 정말 좋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 것 같아요.
딱히 개인적으로 러시아 여행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일단 역사가 그리 긴 나라도 아니고 여행지 사이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 아니라 한 군데 보고 나면 또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하거든요. 그래도 그것도 러시아 여행의 묘미인 듯 해요. 추운 날씨와 좀 차가워 보이는 사람들 (실제로 쌀쌀 맞긴 함), 조금은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그 나라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할까. 러시아가 빨리 전쟁을 끝내고 또 추억여행 겸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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