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는 사람

모두에게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향해

나의 인생 경험

[잡설] 2000년대 중반, 나의 수능 이야기

Jeongwon Seo 2024. 11. 15. 22:02

오늘 수능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제가 수능을 봤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라떼는~'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면서 그 당시를 조금 추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참고로 저는 2006년과 2007년 두 번의 수능을 치렀습니다.

 

 

정말 그 당시에는 수능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어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많았고 실제로 그렇게 용 혹은 이무기라도 되어 세상으로 떠나는 사람도 많았죠. 그러니 고등학교 시절은 수능 준비하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특히 고3 때는 공부에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주위에서 제거하여 공부에만 100퍼센트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저는 천안에서 저의 모든 학창시절을 보냈는데요.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새로 생긴 고등학교로 저는 1회 입학생이자 졸업생으로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교실, 책상 등 새 학교의 모든 새로운 것들을 누리며 다닐 수 있었죠. 당시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조금 한다는 학생들을 모아서 특별반을 만들고 방과 후에 학교 선생님들이 추가적으로 고급과목들을 더 가르쳐 주었고 야간 자율학습도 밤늦게까지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주었죠. 부모님들이 돈을 모아서 야식을 넣어주시기도 했는데 여학생들이 야식이 자꾸 나와서 살이 찐다고 하여 나중에는 안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남학생이 여학생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학교였습니다. 저희 학년 한 반에 37명 정도 총 12반이 있었는데 그 중 4개가 남자반 8개가 여자반이었어요. 그마저도 남학생은 좀 뒤처지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반을 38명을 뽑았는데 그중 8명만 남학생이었고 나머지 30명은 여학생이었으니까요. 나중에는 특별반도 A와 B로 나누어서 A는 8명만 있는 소수정예반으로 운영했네요. 그중 남학생은 둘, 여학생은 여섯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기에 공부만 했다니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여하튼 학생시절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요. 수능으로 주제를 다시 돌려보겠습니다. 저도 수능을 11월 중순쯤에 쳤습니다. 당시에 주변 다른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 보는 교실의 절반이 저와 같은 반 친구들이었습니다. 다른 절반은 모르는 친구들이었고요. 아마 랜덤으로 자리를 섞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절반만 교체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한 거라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우리가 수능을 치러온 건지 그냥 평소처럼 학교에 온 건지 긴장감이 별로 들지 않더라고요. 언어영역을 치르고 쉬는 시간에 다 같이 또 재밌게 놀고 떠들고, 수리영역을 치르고 같이 점심도 먹고요. 제 첫 수능은 그렇게 어느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치렀습니다. 제 기억에 성적도 평소보다 더 잘 나온 것 같고요. 

 

물론 평소보다 잘나온 것이지 절대적으로 잘 나온 점수는 아니었기에 고민 끝에 재수를 했습니다. 아! 물론 제가 고민한 건 아니고 부모님이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마 담임선생님께서 1년만 더 하면 점수가 많이 오를 거라고 부추긴 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년간 기숙사 재수학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요. 아침 6시 기상에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이 꽉꽉 차 있었던 학원이었습니다. 뭐 군대나 다를 게 없는 시스템이었죠. 그렇게 갑갑한 곳에서 공부만 하다가 다시 수능을 치러오니 사뭇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제 주변도 온통 모르는 학생들 뿐이었고요. 점심도 혼자 쓸쓸히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두 번째의 수능은 긴장감으로 시작해서 허탈함으로 끝이 났습니다. 시험을 다 치니 이것 때문에 1년간 그렇게 공부를 했나 싶기도 했고요. 

 

두 번째 수능은 평소의 모의고사 점수보다 좀 적게 나와서 실망을 했어요. 그래도 별 볼일 없는 자리이지만 저를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것은 두 번째 수능이긴 하네요. 첫 번째 수능보다는 점수가 높게 나왔거든요. 20점 정도 올랐는데 어머니가 제 학원비를 계산하시며 '이야 1점에 xxx만원이네'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점수가 더 높게 나왔어야 가성비를 높일 수 있었는데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만약 수능을 한 번만 치고 점수에 맞는 대학을 진학했다면 저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어떤 수능 에피소드를 가지고 계신가요?

728x90
반응형

'나의 인생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부 잘하는 방법  (5)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