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얼마전에 아빠가 읽은 책에서 너희들에게도 전해주면 좋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단다. 책에서 저자는 사람을 세 종류로 분류했단다. 아무리 뜨거운 불이 옆에 있어도 타지 않는 '불연성', 불씨가 옮겨붙으면 탈 수 있는 '가연성', 그리고 알아서 타오르는 '자연성'이 그 세 가지 분류다. 사람은 살면서 변한다. 너희가 불연성이더라도 자연성이 되도록 바꾸려는 노력을 하루라도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빠는 서른살이 넘도록 불연성 인간이었다. 어머니가 워낙 학구열이 강하셨기에 불연성인 아빠도 어머니의 뜨거운 불에 타지는 못했지만 그을음은 났던 것 같다. 그저 이번 시험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이라는 생각으로 아무 방향도 없이 공부를 했다. 그러다보니 스무살이 되어 대학을 갈때까지 방향을 못잡았다. 다행히 아빠에겐 훌륭한 부모님이 계셔서 아빠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셨다.
육사를 졸업하고 운이 좋아 석사 학위를 하고도, 결혼을 해서도, 너희가 우리 가정의 일원이 되었을 때 조차 아빠는 스스로의 불을 피울 줄 몰랐다. 항상 그랬다. 육사를 다닐 땐 선배가 해준 '3분의 2지점에 있으면 쉽게 졸업할 수 있다'는 말을 맹신했다. 그 결과 아빠의 군번은 정말로 210명 중 140번이 되었다. 훈련을 나가서도 열심히 할 생각보다는 동기들 속에 숨어서 그 시간을 버티기에 바빴다. 바쁜 생도생활 기간, 다른 동기들 몇몇은 목표와 목적이 있는 듯 보였고 눈에서 조차 불길을 뿜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졸업할 때 까지도 아빠는 결코 자연성은 커녕 가연성 인간이 되지 못했다.
육사를 졸업하니 딱 하나 하고 싶은게 생겼는데 바로 석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그래도 조그만 불씨는 피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본인 돈으로 토익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도 공부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도 문제가 있었다. 석사를 가는 것만 목적이었지 가서 뭘 할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아빠는 불연성 인간이었다. 그냥 대중에 섞여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갔다. 불을 피우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했다. 결국 새로 다니게 된 교회에서 '집사'라고 불리며 새로운 일을 맡아야 하니 도망치듯 교회를 나왔다.
하지만 스스로가 자연성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연성 인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인생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에게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가짐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저 미루어 올 뿐이다. 아빠는 박사과정을 하며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박사과정을 마치려면 교수도 모르는 연구를 스스로 계획해서 마칠 줄 알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고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아빠에게는 타의적이지만 박사과정의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가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종종 진즉에 스스로 자연성 인간이 되지 못했나 후회할 때가 많다. 그랬더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된다고 보장은 못하지만 방향이라도 알았을테니 말이다. 아빠도 아직 정확한 방향은 모른다.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으로 스스로 태울 준비는 되어있다. 너희도 하루라도 빨리 주도적이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한다 아이들아.
참고로 아빠가 읽은 책의 제목은 이나모리가즈오 작가의 '왜 일하는가'이다. 이번에 말한 내용 외에도 사회에 나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내용이 많아 너희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할많하자 >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차원으로 생각하는 것의 위험성 (0) | 2024.10.16 |
---|---|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 변화 (0) | 2022.12.09 |
제대로 배우기 (0) | 2022.12.07 |
책 읽거라 아가들아 (2) | 2022.09.30 |
방향의 중요성 (0) | 202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