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오랜만에 다시 학회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났던 사고로 제 블로그에도 큰 사고가 왔네요. 원래도 방문자가 없었지만 더 없어졌습니다. 박사과정도 이제 만 4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코로나 덕(?)분에 이번이 두 번째 in-person 참석 학회가 되었네요. ㅎㅎ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제 부사수인 중국인 친구와 함께 한 경험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친구 차를 타고 공항까지 잘 도착하고 주차까지 잘 마쳤지만 예상외로 복병은 연착에 있었네요. 항공편이 30분 연착되었다는 알림을 받고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30분 더 연착되었다고 하더니, 결국 비행편이 아예 취소되었으니 고객센터에 연락하라는 전달을 받았어요. 어쨌든 학회에 가야 되기 때문에 다음 편으로 바꿔달라 하니 원래는 2시 30분에 있던 비행편을 7시로 바꿔주더군요 (그것도 17분 더 연착되어 7시 17분에 탔지만). 별로 할 일도 없었던 터라 저는 책을 읽고 있었고, 친구는 프리젠테이션도 준비하고 교수가 이메일을 보내서 답장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중 웬지 연착된 것에 대한 보상이 있지 않을까 하여 아메리칸 에어라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3시간 이상 연착될 경우 식사 바우처를 준다 하더군요. 12달러짜리 바우처를 각각 받아서 맥도날드에 갔고, 비행 전 저녁은 다행히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네요.
7시 17분에 기다리던 비행기를 타고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달라스로 출발 할 수 있었고, 달라스에서도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되어 Texas A&M이 있는 College Station에는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어요. 최초의 계획이 6시 도착인 걸 생각하면 6시간 정도 늦게 도착한 거죠.
우버를 잡아서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했는데, 제가 방을 잘못 예약했나 보더군요. 트윈이 아니라 더블베드이더라고요. 숙소 주인에게 내가 그렇게 예약했을리 없다고 말했지만, 친구도 괜찮다고 하고 어차피 다른 방도 없어서 바꿔주지도 못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방에 들어갔죠. 친구는 운전과 연착으로 인한 기다림 등등으로 많이 피곤했나 보더라고요. 샤워를 하고는 자신이 코를 골면 흔들라고 하고는 바로 잠에 들었고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선선한 텍사스 저녁 공기 좀 마셔볼까 하고 밖으로 나갔죠. 공기만 마시기에는 뭔가 조금 적적한 것 같아서 맥주와 과자 안주를 샀어요. 맥주와 함께 충격을 좀 가라앉히고는 방에 가서 참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숙소에서 주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아침을 든든히 먹고는 여기 대학에서 공부하는 육사시절 동기의 도움을 받아서 학회가 진행되는 호텔로 갔어요. 원래는 4일 모두 학회 호텔에서 묵으려고 했지만 조금 늦었는지 첫날은 방이 없더군요. 아침 식사가 없을 것만 빼면 학회 호텔이 정말 깔끔하고 좋더군요. 같이 온 중국 친구는 호텔에서 기다리면서 할 일 좀 하고 저는 동기와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며 옛날 이야기도 하고 좋았습니다.
동기 차를 주차장에 대놓고 생각보다도 더 넓었던 대학 캠퍼스를 구경했어요. 퍼듀보다 건물도 많고 좀 더 널찍해 보이던데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 그런 걸까요? 타뮤(Texas A&M) 최고의 자랑거리인 카일 필드(Kyle Field) 밖에서 외관도 보고 그 앞의 12번째 주자라는 동상에서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친구가 그러기로는 타뮤는 미국 학군단의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하는데 후보생들이 정말 많고 타뮤 학군단은 애기혼(Aggie Spirit)이라고 자부심이 정말 엄청 나가도 하더군요. 그 학군단이 있다는 곳 앞에 꽤 근사한 문이 있길래 거기서도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동기와 가성비가 좋다는 중국 식당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었고, 옛날 생도 시절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요즘 달러가 많이 올라서 힘들다는 이야기, 애들 키우기 힘들다는 이야기 등등 2011년 졸업을 기점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철부지 소위 두명은 벌써 애기 아빠가 되어서 사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미국에서 하고 있네요.
다시 학회 호텔로 와서 일단 등록을 했고, 등록을 하니 명찰과 각종 행사에서 사용가능한 음료 쿠폰, 그리고 뷔페 식사권 등등을 나눠줬어요. 음료 쿠폰도 매일 두 장씩 줘서 알맞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등록도 마쳤고 호텔 방에서 짐도 대략 정리를 했으니 이날 일정은 저녁에 리셉션 행사에 가는 것 말고는 없네요. 날씨도 약 32도 정도로 따뜻하니 좋았고 마침 같은 층에 수영장이 있다길래 수영도 하고 그 옆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죠.
저녁에는 리셉션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조지 부시 박물관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간단한 다과와 음료들이 있었고 식사를 마치거나 하기 전에 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네요. 식사도 나쁘지 않았고 식사하는 중에 텍사스 학생들이 하는 공연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괜찮았어요.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남녀 커플 댄스를 추는데 여학생들이 최대한 밝은 미소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여학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학생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하네요.
조지 부시 박물관 첫 테마는 넬슨 만델라 전시관이었는데 그는 남아프라카의 초대 대통령으로 인종차별을 없애고자 앞장섰다고 알려진 인물이지만 저는 잘 몰랐었어요. 그래서 주욱 둘러보며 그의 일대기를 보는 것도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다음으로 조지 부시(한국에선 아빠 부시로 알려진) 테마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입장료도 저렴하니 타뮤에 온다면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행사를 마치고는 호텔에 들어와 다음 날부터 시작될 학회 준비를 조금 하고는 피곤한 몸을 뉘었죠.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다 데이터 사이언스 쪽이긴 한데 이번 학회는 고체 역학 쪽을 학자들이 많이 왔다고 하더군요. 핵공학에서는 저희만 온 것 같고. 그래서 지난번 원자력 학회에 갔을 때만큼의 친숙함은 느낄 수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종종 이야기도 하고 토론도 하며 다른 사람들 발표도 듣고 식사도 같이 하며 지냈네요. 저녁에는 전날 만났던 동기와 다른 동기 한 명 더 만나서 식사를 했어요. C&J Barbeque라는 식당에 가서 텍사스에 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브리스킷과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사랑하는 삼겹살을 시켰고요. 훌륭한 식사와 반가운 동기들, 생도 때의 추억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둘째 날은 제 발표가 있는 날이에요. 저번 학회에 다녀오면서 너무 수식만 집어 넣으면 하고 싶은 말을 재밌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어려운 수식은 다 빼고 조금 사진과 그림 위주로 진행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 발표랑 비교해보니 조금 전문성이 떨어지는 듯 보이기도 해서 다음번에는 좀 어려워 보니는 것들도 넣고 발표 자료도 좀 더 역동적인 것들로 넣어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튼 오전에 했던 발표는 제 생각에 잘 끝난 것 같고요. 오후에는 다른 사람 발표 들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확실히 학회가 뒤로 갈수록 평균적으로 발표자의 질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아마 중요한 사람 발표는 첫날에 몰아놓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녁에는 학회에서 주관하는 연회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신기하게도 여기 학군단 후보생들이 음식을 날라주더라고요. 물론 다른 친구들 반응을 보니 손님들에게는 굉장히 훌륭한 경험이 되는 것 같긴 한데 앞으로 장교가 되려고 훈련받는 사람들이 제복을 입고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한때 생도였던 저에게는 그리 좋게 보이진 않더군요. 여튼 스테이크도 주고 음식도 훌륭했고 새로 만난 친구들(아래)과 같이 저녁도 먹고 즐거운 한때였습니다.
이제야 박사과정 중 학회를 두 번 와봤는데요. 지난 번 원자력 학회와 달리 다른 많은 분야의 교수, 학생을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조금 더 넓게 볼 시야를 제공해 준 학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제 발표도 다른 사람들의 것들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저희가 선호하는 방법, 데이터의 특성 등 많은 것들이 논의되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네요. 가서 오래간만에 책도 진득하니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덤이었고요. 다음 달에는 가족들과 함께 학회에 가니 또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생활 > 후반기 (코로나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험] 한글학교 선생님 해보기 (0) | 2022.12.05 |
---|---|
[학회] 미국원자력협회 겨울학회 (Phoenix) (0) | 2022.11.27 |
[미국 생활] 옥수수 미로밭 (Corn Maze) (0) | 2022.09.24 |
[미국 생활] 2022년 7월의 우리가족 (2) | 2022.09.23 |
[미국생활] 우리동네 이동식 놀이동산 (0) | 202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