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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탐독/300 사회과학

[도서 리뷰]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

Jeongwon Seo 2024. 8. 25. 01:55

 

저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그리고 유대인에 관심이 많은데요.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하여 스스로 땅을 개척한 민족, 중동 국가들의 거센 압박에도 자주국방을 달성한 민족, 세계의 어딜 가든 영향력을 미치는 민족,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사람들까지도 하나 되는 민족,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효율을 중시하는 민족 등. 물론 어느 정도는  저의 편향일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을 공부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도 향후 제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업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던 차에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이 눈에 띄더라고요.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너무 좋은 말들이 많아서 책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할까 합니다. 인용은 순서대, 그리고 해당 목차를 기재했지만 제가 전자책이라 실제 책과 페이지가 달라서 페이지를 기재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머릿말, 강군 전략을 찾아 세계의 화약고로 떠나다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최우방국인 미국까지 속여 가며 비밀리에 핵개발을 한 끝에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미국의 뒤통수를 거하게 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전히 매우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자신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도록 전략적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면서 동맹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진정한 외교란 이러한 이스라엘의 전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남북이 평화와 협력의 길에 들어서더라도 그 주춧돌은 강력한 군사력과 튼튼한 안보여야 한다. 더 나아가 훗날 통일국가를 이룩하더라도 우리 주위엔 열강이 버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통일한국은 구한말 이후 처음으로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군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1장, 이스라엘 군대의 혁신

여군이 군인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무리 양성평등을 주장하더라도 여군 진출이 확대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여성 전투대원들>

 

이스라엘군이 택한 전략은 군의 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 부대에 들어가면 국가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청년들에게 심어줬다. 8200부대에 들어가는 게 일류 대학에 입학해 지식을 쌓고 특별한 기술을 배우는 것과 동등하다는 사실을 청년들에게 증명했다.

<명문대보다 들어가기 힘든 8200부대>

 

두 교수는 자발적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탈피오트란 제도를 구상해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전공과는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군 정책을 구상하고 또 군 본부에 들이민 이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탈피오트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군인도 아닌 민간 교수의 군 정책 제안을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받아들인 군이 있었기에 지금의 빛나는 탈피오트 역사가 존재한다.

<군대 속의 멘사 클럽 탈피오트>

 

사이버스파크는 스타트업과 대학 그리고 이스라엘군이 '삼위일체'가 된 공간이었다. 삼위일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서로 협력할 뿐 아니라 취약한 지점을 상호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황량한 사막에 꽃핀 사이버 군사도시>

 

 

2장, 이스라엘의 핵개발과 예방전쟁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 요소를 예방할 때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은 '필요하다면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당장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더라도 미래에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잠재적 위협 요소가 있다면 예방 차원에서 일찌감치 제거한다는 논리에 따른 조치였다. 

<예방전쟁 1: 이라크 핵시설을 파괴한 오페라작전>

 

미국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는 나라가 미국이 반대하는 군사작전을 감행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바로 지금 ‘예방공격’을 하지 않으면 나중엔 일이 더 커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국의 뜻을 거스르더라도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베긴 독트린〉이 이스라엘 안보 정책의 기틀이 돼 26년이 지나 올메트르 정부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이어졌다.

예방공격의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예방공격일수록 그 중요도가 커진다.

<예방전쟁 2: 시리아 핵시설을 파괴한 과수원작전>

 

 

3장, 자주국방전략

이스라엘은 이 사건을 계기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내 나라의 안보는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주 국방만이 살 길이라는 여론도 거세졌다. 

<자동차보다 전차를 먼저 만들다: 메르카바>

 

 

4장, 이스라엘은 영웅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리아트 일병 같은 병사 한 명 한 명의 훌륭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군인으로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조국에 도움이 될 각오를 한 이들 자체가 최고의 홍보 대사이자 기자의 마음을 흔드는 최고의 감동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마케팅기업도 울고 갈 군 대변인실의 공감력>

 

다른 나라가 뭐라 하든 원칙을 굳게 지켜나갔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기준이 곧 세계의 기준이 됐다.

야드바솀의 리탈 비르 자료 정보국장을 만나 물었다. “홀로코스트는 전 세계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독일 총리는 매년 사죄까지 하는데 왜 그렇게 홀로코스트와 관련해 자료 수집과 분석, 홍보까지 계속하는 겁니까?” 비르 국장은 다들 그렇게 의아해하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역사란 끊임없이 입증하고 알리지 않으면 증발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역사의식의 인큐베이터 '야드바솀'에 가다>

 

 

맺음말, 신뢰받는 군대, 존경받는 군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스라엘은 강대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자주 국방력을 기르는 절묘한 균형감각의 외교 안보 전략을 택했다. 이런 전략은 동맹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절대 이상은 존재할 수 없지만 이상에 가까워지려고 국민과 엘리트 모두 노력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거의 모든 부문이 정말 너무너무 인상적이었지만 4장, "이스라엘은 영웅을 잊지 않는다" 부분이 제 가슴을 많이 울리더군요. 우리나라는 지금 어떻습니까? 무엇이 역사를 판단하는 기준이고 지도자를 판단하는 기준인지 의문이 갈 때가 많습니다. 그때그때 여론의 물살에 따라 혹은 여론의 물살에 물꼬를 터서 만드는 게 기준이 되면 안 될 텐데 말이지요. 어쩌면 단일민족에 단일언어를 쓰는 우리나라가 이토록 분열에 몸살이 하고 있는 것은 그릇된 역사인식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종교와 민족이 같은 나라입니다. 종교야 그렇다 쳐도 민족이 같다고 말하기에 그들은 서로 아주 많이 다릅니다. 피부색도 그렇고 모든 것이 차별을 야기하기 쉬운 요소들이 많죠. 그래도 그들은 하나로 뭉쳤고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갔습니다. 한국도 그렇게 해왔었죠. 하지만 우리가 지금도 그럴 수 있을지에는 많은 의문이 듭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이 왔더라도 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도 이스라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문화, 언어,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대다수 일 겁니다. 왜 가정이나 주변에 남자 혹은 여자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서로 성을 나누어 헐뜯고, 또 주변에 청년이나 어른이 없는 것처럼 서로 양보를 안 합니까. 우리는 너무 서로를 밀쳐내며 살아온 것 같아요. 국민 모두가, 혹은 적어도 대다수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고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가 견디고 이겨내 온, 혹은 잘못해 온, 역사를 바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죠.

 

이스라엘은 핵위협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역사 본보기입니다. 사실 한국은 시기를 많이 놓친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작은 위협에도 상대를 박살내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의 중대한 위협이 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이라크의 핵시설을 타격할 당시 총리도 비둘기파(온건파)였다고요. 이 말인즉, 국가가 위협에 처했을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매파든 비둘기파든 중요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 작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은 5년 10년마다 권력을 잡은 정당이 바뀌고 그간 미국의 태도도 바뀌며 우물쭈물 해온 것이 결국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책에서도 나오듯이 우리가 위협을 적기에 판단했고 의지가 있다면 자주의지로 이를 행할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금까지도 좋은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작던 크던 정책결정자라면 이 책에서 배울 점이 그 외에도 정말 많아 보여요. 효율적인 작전과 운영을 위해 상하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시스템,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만든 부대/부서, 창의적인 대안 최대한 수용해 주는 포용성 등 집단에서 시너지를 낼 만한 많은 요소들에 대해 책은 언급하고 있어요. 군인들이 읽기에도 너무 좋은 책이지만 군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이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읽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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