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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과 일관성을 해하는 것에 대한 경계

Jeongwon Seo 2024. 10. 10. 11:41

https://youtube.com/shorts/z3N0zZaEwKQ?si=AbCZC1f5Lk1lERWe

 

아래는 동영상 스크립트


이기혁(JTBC기자): 오늘 제가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지하철로 서울 곳곳을 다닐 텐데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아니면 고충이 뭐가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막: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통해 코엑스 쇼핑몰 가기, 정작 코엑스쪽 출구는 계단으로 막혀

이기혁(JTBC기자):  6번 출구 왔는데 앞에 계단이 보이거든요. 다른 아기 유모차들도 있는데 다른 어머님도 당황하고 계세요.

자막: 행인과 유모차 들어 옮기기도

이기혁(JTBC기자): 유모차를 가지고 오신 고객님은 뒤편 3,4번 출입구 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라. 그다음에 지상으로 올라가서 다시 횡단보도를 이용해라.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자막:안내문대로 돌아가보니

이기혁(JTBC기자): 바로 여기인데. 자 여기 8분 10초가 걸렸습니다. 저희가 아까 이 계단이거든요. 

자막: 10년 전에도 언론이 지적, 그 사이 바뀐게 없다. "아이 많이 낳으라"는 2024년 대한민국의 현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출산율로 아주 말이 많죠. 사실은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관심을 가진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관심자체는 좋지만 원인(혹은 인과관계)을 분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례로 위의 짧은 동영상을 보면 촬영자는 아이를 데리고 계단을 오르내려갈 수 없는 구간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 후 그 때문에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며 논지를 이끌었습니다. 영상이 주는 힘은 실로 무섭습니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면 그대로 엉터리 주장에도 끌려가기 쉽거든요. 엉터리라고 말한다면 조금 잘못된 단어선택일 수도 있으니 본질을 놓친다고 하는 게 나을 수 있겠네요. 

하여튼 이 주장은 동영상을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면 반론을 찾는게 너무 쉽습니다. 모든 편리가 다 갖춰줘야 애를 낳는다는 기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지요. 본질 혹은 펀더멘탈이라고 하면 사실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 일수도 있으니 대신에 "일관성을 갖춘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일관성"이란 뭘까요? 여러분들 모두가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국어사전에는 '한 가지 태도나 방법 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은 성질'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요. 더 직관적이 이해를 돕기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볼게요. 90점이 넘으면 A, 80점이 넘으면 B, 70점이 넘으면 C, 뭐 이 이하는 F로 이렇게 점수를 매긴다고 생각해 볼게요. 그랬을 때 누구든 자신의 시험지를 제출하고 선생님이 채점을 하면 점수에 따라 등급을 받겠죠. 만약 이때 등하교 시간이 다른 친구들보다 더 긴 어느 학생에게 점수를 올려준다면 이는 일관성이 없는 거죠. 이처럼 해당 기준에 예외 없이, 혹은 예외가 있더라도 상호 합의하에, 평가받는 것을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제는 동영상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먼저 기자가 말하길 "서울 곳곳"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를 점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2호선 삼성역을 갔고 결국에는 편리하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서울 곳곳이라고 하고는 삼성역 밖에 가지 않았네요. 그리고 여러분이라면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2호선 삼성역 코엑스 출구 쪽 계단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나요? 

 

기자는 '편리'와 '출산율'의 인과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그럼 '일관성'을 생각해 볼 만한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 정말 '편리'와 '출산율'은 인과관계가 있을까요? 혹은 적어도 상관관계라도 있을까요?

- 인과/상관관계를 입증할 만한 실제 증거가 있나요?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의 출산율이 높다는 것과 같은?

- 10년 전에 언론은 지적을 얼마나 했고 그중 나아진 것을 몇 개나 있을까요? 그게 출산율과 관계가 있나요?

- 언론의 지적을 잘 반영하는 나라의 출산율이 높다는 증거가 있나요?

 

전 위의 어느 질문도 해당 기자와 언론사는 쉬이 답변하지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는 기자와 언론사를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있기에 기자와 언론도 이런 무분별한 주장을 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거라 생각합니다. 치킨을 먹는 사람이 많으니 닭을 많이 도축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요. 저는 요즘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소비자들이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변화는 양방향으로 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기자와 언론사만 탓하기보다 우리도 함께 비판적 사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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