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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석사와 박사의 차이 (feat. 미국 대학원)

Jeongwon Seo 2024. 10. 15. 12:25

여러분 중에는 대학원(석사, 박사)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석사와 박사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 개인적인 주관이 담긴 짧은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참 한국의 대학원이 아닌 미국 대학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석사는 상대적으로 잠깐 들어와서 필요한 공부와 연구의 맛보기를 하는 학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 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2년의 시간을 아주 바쁘게 보내게 되는데요. (1년에서 3년 정도 걸릴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2년으로 하겠습니다.) 일단 영어가 잘 안 된다면 어느 정도 첫 학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 학위논문에 집중하기 위해 1년 차에 대부분의 수업을 밀어 넣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면 1년 차는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찰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도 정해햐 하는데요. 학부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다면 지도교수는 찾는 것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는 지도교수를 정하는 건 대부분 운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쉽지 않기도 하고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 없이 좋아 보였던 교수들도 같이 일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그마다 교수들 입장에서 석사는 잠시 머물다가 금방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교수를 선택하던 졸업까지는 아주 큰 어려움은 없는거 같더라고요. 아마 연구실에 들어가서도 무슨 연구를 하는지 파악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1년 차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물음표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2년차에는 이제 논문 주제를 정하고 졸업 (혹은 학위) 논문, 그리고 가능하다면 학술논문을 써야 하는데요. 학위논문으로 공대 석사생들은 보통 80에서 150페이지 정도를 쓰니까 이것도 논문을 써본 적 없다면 아주 만만치 않은 작업이죠. 그래서 여차저차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들을 모으고, 관련 논문들도 읽고, 실제 쓰는 것까지 2년 차에 모두 해야 하죠. 

 

그럼 박사는 어떨까요? 박사과정의 수료 조건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수업, 자격시험, 예비심사, 최종논문방어가 그것이죠. 1년차에는 석사와 마찬가지로 수업도 듣고 연구도 따라갑니다. 그러면서 대부분 자격시험을 준비하죠. (물론 자격시험이 없는 대학/과도 있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듣긴 했습니다.) 자격시험을 두 번 떨어지면 그 과에서는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퍼듀 핵공학과에서는 자격시험에서 여러 번 낙제해서 자격시험이 없는 산업공학과로 가서 잘 졸업한 사람이 있다고도 들었어요. 말 그대로 해당 분야의 기초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게 잘 준비해서 통과하는 것이 좋겠죠?

 

자격시험을 통과했다면 남은 수업을 마저 수강하게 됩니다. 다들 성적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라고 하지만 성실히 수업에 참가했다면 대학원 수업에서 A를 가져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평생 이력서에 들어갈 테니 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잘해서 나쁠 건 없겠죠? 수업은 대략 빠르면 1.5년, 보통은 2-3년이면 다 듣는데요. 그리고는 논문예비심사를 준비하죠. 연구를 성실히 해왔다면 본인이 지금까지 뭐 했는지 잘 알 테고 앞으로 남은 박사기간 동안 무엇을 할지 발표하는 건데요. 예비심사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더라고요. 누구는 20페이지만 썼다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100페이지를 썼다는 사람도 있고요. 어쨌든 예비심사까지 다 통과하면 졸업하기 전까지 학술논문을 쓰면서 졸업논문을 준비하면 됩니다. 

 

시간과 졸업요건이 아닌 석사와 박사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해요. 석사는 뭐랄까 '연구란 이런 것이다'는 맛보기 과정이죠.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혹은 종국적에는 독립적으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실험을 하고 결과를 냈으면 이를 논리적으로 구성해 보았다. 이런 것들을 증명하는 것이 석사학위라 생각합니다. 한편, 박사학위는 논리적 구성을 여러 번 해보았고 숙달이 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지도할 역량도 어느 정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하죠. 따라서 석사학위자를 구한다면 특정 연구에 숙달되었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문제점을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고요. 박사학위자를 구한다면 과제만 주어지면 팀을 꾸리거나 독립적으로 연구를 주체할 수준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맛보기와 숙달의 차이라고 할까요?

 

한국에는 위계질서 같은게 있는 것 같던데 미국 대학원에는 석사생과 박사생이 아무런 벽 없이 이야기합니다. 수업도 같이 듣고, 때론 석사생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하죠. 직장을 잘 구하면 굳이 박사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석사까지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Direct Ph.D.라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석사를 건너뛰고 박사를 바로 하는 것입니다. 저는 박사를 받는데 굳이 석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석사를 해보고 박사까지 할지 결정하려면 석사를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튼 이번 포스팅에는 제 주관적인 경험이 많이 들어갔네요. 아무쪼록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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