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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조카들과 미국 서부 여행(상) - 자이언, 브라이스캐년,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Jeongwon Seo 2024. 9. 1. 03:32

조카들이 온지도 벌써 거의 반년이 지났네요. 더 늦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카들과 저희 가족이 2024년 3월에 다녀온 미국 서부 여행에 대한 경험을 공유드릴까 합니다. 


조카들과 두달 반 정도를 같이 살았는데요. 저희도 아직 미국 서부는 가본적이 없고 조카들에게 마지막 일주일 동안 좋은 추억도 쌓고 견문도 넓혀주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조카들은 라스베가스에서 시작해서 같이 여행하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으로 가고 저희는 라스베가스로 다시 돌아와서 퍼듀로 귀항하는 계획을 세웠어요. 출발하는 날 오후 비행기라 오전에는 조카들이 추억을 정리하고 조금 여유롭게 짐을 쌀 수 있었어요. 큰 차는 아무래도 비싸서 저희 차와 렌트카 두 대로 공항이 있는 인디애나폴리스까지 이동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일주일 여행이라 짐이 많지 않았지만 조카들은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해서 짐이 많았어요.

 

<라스베가스, 추천 일정 1-2일>

공항에서 간단히 버거로 끼니를 해결하고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저녁 7-8시쯤이었는데 라스베가스라서 그런지 공항 게이트에도 도박게임 기계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말그대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볼 수 있는 광경, 오늘도 평화로운 라스베가스.jpg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때 다 탈 수 있을 것 같아서 대형 SUV를 계획했는데 어느 대형 SUV를 봐도 짐과 사람이 다 들어가긴 힘들더라고요. 눈물을 머금고 미니벤으로 업그레이드 했는데 이래저래 공항에서 차를 빌리는데만 2시간은 소비한 것 같아요. 공항에서 멀지 않은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었어요. 라스베가스는 어린이들과 할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기 때문에 조카들에게는 마지막 라스베가스라고 이야기를 해줬죠. 시간도 늦고 졸린데도 마지막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잠깐이라도 나가고 싶다고 해서 차를 끌고 나가서 드라이빙을 하고 왔습니다. 반짝반짝 정신없이 빛나는 네온사인 사이로 분수쇼도 구경을 했고 많은 호텔과 번화가를 잠시나마 구경하고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화산쇼는 못봤지만 분수쇼와 같이 보고 맛집에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무조건 1박은 하셔야하고 그외에도 대형 구모양의 스크린 The Sphere와 다른 쇼도 구경하기 위해서는 이틀정도는 계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물론 아이가 너무 어리면 할게 많이 적어지긴 하지만요. 

 

<자이언 국립공원, 추천 일정: 1-3일>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첫 날이네요.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거하게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기념품 컵을 산 뒤 자이언(혹은 시온)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교회의 한 집사님이 알려줘서 국립 공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주니어 레인져라는 프로그램을 체험시키로 계획했어요. 자이언 국립공원에서는 설명을 듣고 책자에 뭔가를 해서 가야 배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길긴 했지만 레인저 아저씨가 설명해주는 설명은 들었고 해가 질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셔버스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에 가서 구경하기로 했죠. 참고로 여러 코스 중 몇개라도 들러보려면 조금 여유있게 이틀 정도 계획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처럼 번갯불에 콩궈먹는 K-스타일로 계획하시면 놓치는게 많을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남쪽 입구(29번)로 들어와서 방문객 센터(25번)로 향합니다. 25번과 6번, 27번 사이에 많은 셔틀이 있는데 가용한 시간에 맞춰 구경하시면 되고 저희는 바로 2번 쪽으로 향했어요. 

 

자이언 국립공원 지도

 

터널을 조금 지나면 물결치는 바위언덕들과 염소들이 보이는 곳에서 멈춰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덕들은 생각보다 높이와 경사가 있었지만 저와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습니다. 메아리도 울리게 해보고 염소도 천천히 구경하며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 지기에 빨리 숙소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조카들이 찍어준 사진, 사진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높이 올라왔서 다들 살짝 쫄아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브라이스캐년까지 갔어야 했지만 자이언 국립공원이 그렇게 큰 줄도 몰랐고 주니어레인저 설명을 너무 오래 들었네요. 그래도 주니어레인저 뱃지를 하나 획득하며 포켓몬마스터가(?) 되기 위한 첫출발을 하였습니다. (뱃지+1)

 

<브라이스캐년, 추천 일정 1-2일>

저희는 Bryce Canyon Resort 라는 숙소에서 묵었었는데 숙소가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아침을 해결하고 일찌감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는 엄청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아침도 제공해 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3월 말이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국립공원 자체가 고도가 높아서 날이 쌀쌀했어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다들 따뜻하게 옷을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찾기 힘든 단체사진이다. 소중히 간직해야 할듯

 

자연경관은 정말 언제봐도 멋지더군요. 눈이 녹아서 진흙이 되어버린 곳도 조금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와서 암석들 사이사이에 흰색으로 색이 덧칠해져 있는 것 같은 훌륭한 풍경을 보는 것도 나름 운치겠죠. 

 

브라이스캐년 파노라마

 

하이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나절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치를 보며 사진 찍을 수 있는 포인트 들이 차로 매우 수월하게 접근이 가능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거든요. 탐험을 좋아하신다면 그래도 하루 쯤은 하이킹 맛도 좀 보시고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다 가시면 되겠네요. (뱃지+1)

 

<글랜캐년, 추천 일정: 1-3시간> 

브라이스캐년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요. 이것만 보자고 오기는 좀 그런거 같고요. 그랜드캐년 가기 전에 딱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랄까요. 글랜캐년 댐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꽤나 괜찮고요. 저희는 점심도 그 근처에서 먹었기 때문에 좀 더 머물긴 했어요. 참. 주니어레인져 프로그램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풍경을 볼 수 있는 관광안내소는 무료지만 그리고 댐에서 호수 쪽으로 더 내려가고 싶으면 국립공원패스를 가지고 있거나 입장료를 내야해요. 아래로 내려가면 보트도 탈 수 있나 보더라고요. 마침 저희와 같이 호수쪽으로 내려오던 중국인 일행이 있었는데 사진을 부탁해서 괜찮은 것을 하나 건질 수 있었네요. (뱃지+1)

 

 

자, 배도 든든히 채웠고 운전의 피로도 좀 가셨으니 이제 하이라이트로 출발해야죠. 

 

<그랜드캐년, 추천일정: 1-3일>

명불허전 그랜드캐년입니다. 이미 한 번 와보긴 했지만 다시 와도 좋네요. 풍경도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여기저기 있는데요. 대부분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곳과 포인트들이 가까워서 구경하기 편해요. 이게 풍경이라는 게 당연히 말로는 다 표현못하고 카메라로도 한계가 있어요. 제가 미술작품 같은 건 조예가 없어서 그런지 모나리자를 직접봐도 TV로 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자연경관은 어쩔수 없이 직접와서 보는게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협곡 아래로부터 올라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하이킹을 하시는 것 같은데 얼마나 하셨는지 물어보니까 내려갈 때 4시간 올라올 때 조금 더 걸린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광안내소에 가면 수준과 시간에 맞는 하이킹 코스가 추천된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으니 하이킹 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한국인들은 뭐 그냥 쓱 보고 지나가는 것 같긴해요. 

 

 

입구가 두 군데 있는 것 같은데 어느 한쪽에서 출발해서 다른쪽으로 나가면서 보시게 코스를 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두 입구 사이가 엄청 멀거든요. 산길이라 보이는 거리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여행 계획 세우실 때 주의하시는 게 좋아요. 


아무래도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국립공원패스를 반드시 사서 가는게 좋아요. 한 군데 입장할 때 차량 당 25-30불 정도하는데 1년짜리 패스가 80불 정도거든요. 무조건 3개 이상 가실 겁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조슈아트리, 로스엔젤레스 등을 여행한 일들을 남기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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