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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텍사스 적응기 (상)

Jeongwon Seo 2024. 8. 14. 11:59

텍사스에 온 지 닷새쯤 되었네요. 지난 5일간의 경험을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정말정말 덥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아직 시작이라는 게 놀랍지도 않네요. 당장 모레부터 온도가 차차 올라가서 다음 주면 40도네요. 습도도 꽤 높은지 아침저녁에도 전혀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언제든 밖에 나가면 덥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인디애나에서 텍사스로 이사했던 이야기를 해 드렸었는데요. 도착 첫 날 다 옮기지 못한 짐을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옮기기 시작했거든요. 짐도 짐이었지만 날씨가 더워서 정말 땀이 비 오듯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주차해 놓은 차를 탈 때면 정말 입에서 "아뜨뜨뜨"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텍사스 더운 거 누구나 다 올고 있으니 날씨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죠. 

 

다행히도 집 주변에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코스트코, 한인마트(H-mart),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많아요. 요 며칠은 장 보는데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게다가 저희 애들 학교를 보내야 해서 학교에서 먹을 간식이랑 학교 준비물도 챙겨줘야 했고 점심 도시락을 싸줄 준비도 해야 했으니까요. 마트 한 두 군데 돌고 집에 옮겨다 놓으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수영장이 몇 개 있는데 해가 지기 전에 아이들과 가서 물놀이를 좀 했어요.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물도 시원하다기보다 그냥 미지근하더라고요. 뭐 물밖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물놀이를 해도 더위가 확 가신다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었네요. 집에 있을 때 저는 여러 행정업무를 처리한다고 또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이사 중에 난 사고처리도 마무리를 해야 했고, 아이들 학교를 잘 다닐 수 있게 홈페이지에서 이런저런 정보들도 읽었죠. 그리고 아파트에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안 나오고 배수가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관리실에 연락도 했어요. 집에 쌓여있는 박스는 하나 둘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쓰레기는 언제나 많이 나오고 있었죠.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녀왔어요. 비교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에 다니던 교회랑 비교되는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처음에는 작은 교회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작은 교회라서 저희 애들과 또래 아이들도 적은 것 같았어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이목이 집중되는 느낌도 부담스럽긴 했습니다. 교회를 쇼핑하듯이 이곳저곳 가보고 정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교회도 좀 가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설교 시간은 아주 짧았고, 설교 시간에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데 여러분께도 공유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미셀 조너라는 작가의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을 소개해 주시며 행복이란 가족과 같이 아주 가까운 곳에 그리고 또 사소한 곳에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었던 작가는 어렸을 적 반항심으로 한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어머니 간병을 하러 한국에 가는데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작가와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 대화가 잘 될일 없죠. 임종 직전에 모녀가 나눈 대화라고는 어머니는 "아퍼 아퍼", 딸은 "엄마, 엄마"였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미국에 돌아와 어머니 음식이 그리워 H-mart에 갈 때면 마트에서 우는 작가의 모습을 그린 책이라고 하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읽고 싶네요. 

 

4일째는 어제, 월요일에는 텍사스 육군 박물관(Texas Military Forces Museum)에 다녀왔어요. 군 부대 안에 있어서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보여주고 위병소를 통과해야 해요. 야외 전시물부터 둘러봤는데, 전차와 대포, 장갑차 등 많은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오래되어 보이는 장비들은 한국전쟁에도 사용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장비 위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해서 인생샷을 건지진 못했네요. 실내에 들어가니 안내원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내부 전시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제주도 사람이라고 말씀하셨고 한국에서도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하시네요. 예전에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생활을 담은 "강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휴전선 근처 전방에 가는 걸 꺼린다면 미국 생도들은 한국을 가는 걸 꺼린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왜?"라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아직 우린 전쟁 중이니까요. 다시 박물관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부에는 직접 타보고 만져볼 수 있는 장비도 있었고 테마별로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각 테마에 맞는 장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료니까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첫 째가 학교를 처음으로 등교한 날입니다. 스쿨버스가 좀 늦게 왔지만 아이가 잘 간 걸 확인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벌써 애를 학교 보낼 때가 되다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저희를 그렇게 보내셨을 텐데요.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을 느끼셨을지 궁금하네요. 여하튼 지금은 저희 아이들이 다른 새싹들과 함께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 한국은 너무 기술적인 교육만 강조하고 전인적인 교육은 하지 않는 것 같아 너무 걱정이네요. 하루빨리 교권이 회복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을 길러내는 교육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학교에서 뭔가 즐거운 일이 많았나 봅니다. 아직은 표현이 서투른 건지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잘 이야기 못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우편과 아마존에서 택배가 왔는데요. 우편함도 생각보다 멀고 택배를 찾는 곳은 걸어서 10분은 가야해서, 차를 탔습니다. 퍼듀에 지낼 때는 집 앞에 두고 가서 너무 편했는데 그 점은 좀 아쉽네요. 

 

날이 정말 더워서, 집에만 들어오면 시원~한 맥주가 너무 생각나는데 많이 참고 있어요. 그렇게 매번 먹으면 정말 낮술주정뱅이가 될 거 같거든요. 밖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는데 저희도 어떻게든 더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빨리 뜨거운 여름이 가고 따뜻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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