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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텍사스 적응기 (하)

Jeongwon Seo 2024. 9. 5. 11:02

첫째는 바로 학교를 갔지만 둘째는 영어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참동안 등록이 안되었어요. 새학기 시즌이라 너무 바빠보이기도 하고 일단을 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집이 많이 커져서 뭐 이것저것 더 필요하더라고요. 천천히 필요한 가구들을 사고 쌀이라던지 양념장이라던지 (과자들도...) 서서히 채워나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퍼듀교회의 집사님이 퍼듀에 있다가 어스틴으로 이사간 분이 있어서 소개해 주시고 싶다고 하셨어요. 연락을 드렸더니 점심 식사에 초대해 주셨어요. 동향(?) 사람을 만나니까 매우 반갑더라고요. 이사 온 얘기랑 퍼듀시절 이야기, 그리고 어스틴에서의 삶등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어요. 저녁에는 아는 교수님의 초대로 저만 갔었고요. 도시랑 좀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같은 어스틴 지역인데도 거의 한 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할 수 있었어요. 백인 미국 교수인데 으리으리한 집에 살더라고요. 개인 수영장도 있고 큰 트렘폴린과 농구골대 등이 뒷마당에 있었어요. 브리스킷이라던지 음식도 괜찮았는데 텍사스 맥주도 맛이 괜찮았어요. 

 

일요일에는 다른 교회에 가봤어요. 처음 갔던 교회에 비해 규모도 정말 큰 교회였죠.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정말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입구에도 맞이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바로 선생님들이 데려갔고 저희는 제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맨 뒷줄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를 다녀와서는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는 저는 도서관을 둘러봤어요. 프랑스어로 된 책이 눈에 띄더군요. 외국도서 섹션인데 한국어도 있는지 궁금해서 봤습니다. 약 서른 권 정도의 책이 소장된 것을 보고 읽을 만한게 있는지 쭉 둘어봤습니다. 그 중에 눈의 띄는 두 권을 빌려왔어요. 그 중 하나가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책이었는데요. 책을 보고는 어디 교회를 다녀야 할지 결심이 섰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이미 작성한 리뷰(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를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날씨가 정말정말 더웠어요. 오죽하면 수영장에 들어가도 물이 미지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수영장이 집 근처에 있어서 수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첫째가 학교 갔다가 돌아올 때 둘째랑 다 같이 나가는데 오후 4시 전에 수영장에 도착하는데 밖이 엄청 더워서 망정이지 수영장 물도 미지근한게 더위를 확 식혀주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수영장에서 오후 보내기

 

수영장에 못갈만큼 너무 덥거나 비오는 날에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아쿠아리움을 발견했어요. 한 번 입장하는데 저희 네 가족이 130불 정도 내야 하는데 연간회원은 190불이라 바로 가입했어요. 규모도 작은데 어떻게 유지가 되나 싶었는데 이 Austin Aquarium에 있는 물고기나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를 토큰으로 살 수 있더라고요. 거의 모든 동물들을 다 만져볼 수 있고 가볍게 들르기에는 괜찮았어요.

 

새한테 쓰다듬고 먹이주기, 말만 아쿠아리움이지 뭐 반은 동물원이다.

 

아! 그리고 텍사스에는 벌레들이 사이즈가 다 컸어요. 밖은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도 가끔 발견되는데 휴지로 잡긴 좀 그런 사이즈 더라고요. 보통은 파리채로 때려서 기절을 시키든 죽이든 1차로 처리를 하고 2차로 키친타올이나 물티슈 등으로 처리를 합니다. 쉽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잘 때 집에서 도마뱀을 본 적이 있어요. 제가 잡으려고 하니까 정말로 꼬리만 잘라내고 도망가버렸어요. 지금도 집에 있을지도 몰라요. 비교적 최근에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는데 역시가 사이즈가 압도적이더라고요. 그래도 페이스북에서 어스틴 사람들 커뮤니티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 바퀴벌레가 오히려 낫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큰 바퀴벌레는 밖에서 들어온거라 집 둘레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작은 바퀴벌레는 집에서 사는 놈들이라 업체를 불러야 할 수 있다네요. 

 

기다리던 둘째의 영어시험이 잡혀서 시험을 보러갔어요. 영어를 너~무 못하면 또 안된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잘하면 학교는 다닐 수 있는데 돈을 내야하고요.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영어를 못하는 거였어요. 다행히 저희 둘째는 딱 영어 못하는 아이 수준이어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가 나오는 데 3일 정도 걸리고 그래서 딱 일주일 뒤부터 본인 누나와 함께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다니는게 꽤나 재미있나봐요. 항상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엄청 상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낯을 많이 가려서 첫 주는 좀 힘들게 보내겠거니 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스쿨버스 타는 첫째, 많이 컷다. 버스도 성큼성큼 잘타고

 

또 다른 일로는, 교회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심방은 목사님께서 방문을 하는 건데 제가 아직 아내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교회로 가도 되는지 여쭤봤거든요. 목사님, 사모님, 그리고 권사님 한 분, 저까지 넷이서 작은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교회가 저는 점점 마음이 가는게 성경책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목사님도 성경 구절에 대해 설명을 하시지 다른 말씀은 잘 안하시더라고요. 어차피 결정은 내렸으니 최대한 교회탓은 하지 않고 저의 마음가짐을 더욱 바르게 하도록 노력할까 합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한글학교가 있어서 애들을 보냈어요. 저희 애들이 한국어를 엄청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대요. 저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죠. 영어를 못하니까요. 뭐 어쨌든 한국어를 배우는 곳에서 잘 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인디애나 주에서 했던 것처럼 텍사스에도 WIC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임산부나 산후여성에게 모유수유 강좌를 해주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고,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우유라던지 과일 등을 살 수 있는 베네핏을 주는 프로그램인데요. 또 다른 혜택으로 특정 박물관에 가면 굉장한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어느 주에 있던 WIC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Museum for all 을 구글에 검색해보세요. 지역별로 많은 박물관들이 참여를 하는데 입장료를 공짜 혹은 몇 달러 이내로 살 수 있도록 할인을 해줘요. 저희 지역에는 Thinkery라는 어린이 박물관이 있는데 WIC으로 무료 입장이 가능하더라고요. 재미있게 놀다 왔습니다. 다음에는 텍사스 과학&자연사 박물관에 가볼까봐요.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요. 저희 애들의 스쿨버스 정류장에 가보면 저희 빼고는 전부 인도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정말 최근에 저희와 조금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키르기즈스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카자흐스탄에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왕년에 러시아에서 산 경험도 있고 해서 말을 좀 걸었는데 바로 이틀 후에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드카도 먹고 나라별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파트가 꽤나 넓어서 남는 시간에 곳곳을 다 탐색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왠만큼 필요한 곳은 어딧는지 알 것 같네요. 어스틴 살면서 좋은 점 하나가 삼겸살을 구하기 쉽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H-mart 에나 가야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집 근처 H-E-B에 가도 있고 Whole food라는 마트도, 거의 모든 마트에 삼겹살이 있더군요. 가격도 저렴 ($5-7/lb)하고요.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집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고 가구도 갖춰졌고 좀 살만해졌습니다. 애들도 학교를 다니고 이제 저희만 잘 지내면 되겠네요. 적응기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고 또 다른 재미난 일을 가지고 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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