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면서 책을 검색하다가 보면 오디오북이라고 써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를 검색해 보면 디지털 책이 있고 오디오북도 따로 있더라고요. 그렇게 따로 오디오북이 있다면 성우가 직접 녹음해서 올린 거라 퀄리티가 좋아요.
오디오북이 아니더라도 AI TTS(Text-to-speech), 인공지능으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으로 오디오북처럼 즐길 순 있지만 아직은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주절주절 길었는데, 어쨌든 이번 리뷰의 "탕비실"은 오디오로만 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등장인물 간 서로 다른 목소리의 성우가 녹음해서 그런지 더 실감 나더라고요.
책은 당연하게도 탕비실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회사 탕비실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모아 TV프로그램으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죠. 그리고 모인 사람들은 제한된 공간 내에서 생활하면서 민폐꾼(빌런)이 아닌 정상인인 섭외된 배우를 찾는 미션을 받게 돼요. 한 때 유명했던 진용진의 "머니게임"과 마피아를 섞어놓은 듯하죠? 그런 면에서는 엄청 참신한 주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의 내면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책이었어요.
TV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다들 서로가 다른 민폐 행동으로 특정지 어져 있어요. 다음과 같은 총 다섯 명의 참가자가 있는데요.
1. 탕비실 냉장고 얼음을 얼려놓는 큐브에 콜라라던지 다른 음료를 얼려놓는 "얼음"빌런
2. 중얼중얼 혼잣말을 헤대는데 가끔씩 속을 긁는 말을 하는 "혼잣말"빌런
3. 환경운동가라면서 많은 텀블러를 탕비실에서 사용하며 세척하는 "텀블러"빌런
4. 탕비실에서 야금야금 커피믹스를 주머니에 챙겨가는 "커피믹스"빌런
5. 케이크 상자를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놔서 냉장고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케이크"빌런
참가자들은 참신하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할 때마다 힌트를 얻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힌트는 상대방의 정보를 알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쓸 수가 있죠. 소설에서 주인공은 이 TV 프로그램 내에서 처음에는 자신은 빌런이 아니지만 돈이 궁해서 나왔다고 독백하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빌런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자신은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으로 다다 갈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부분은 뼈를 때리는 킬링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탕비실이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해보지 않아서 공감은 잘 안되더라고요. 탕비실이라는 어느 특정한 공간이 중요하다기보다 내가 스스로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는 게 책의 핵심이긴 하죠. 집에서도 물론이고요. 오늘부터라도 가족들에게 무심코 한 행동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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