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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녹나무의 여신

Jeongwon Seo 2024. 10. 2. 21:47

 

이 책은 추리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만의 독특한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인데요. 기존의 추리나 스릴러 장르와는 달리,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재생에 관한 철학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아주 조금은 판타지가 섞인 소설입니다. 녹나무에 기원을 올리면 그 나무가 기억을 간직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설정이 더해져 있죠.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들도 히어로들의 강력한 힘은 부수적인 것이고 그들 내면의 갈등, 그리고 입체적인 빌런 등이 어우러져야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잖아요. 그렇듯이 이 책에 나온 녹나무의 설정도 몰입감을 방해하기 보단 인생에 대한 따스함을 더욱 깊숙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쓰였습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해 드리자면요. 제목에서 시사하듯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거대한 녹나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습니다. 이야기는 이 녹나무와 신비롭게 연결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도시에서 일하는 한 남자인데요.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되고,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의 고향인 마을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녹나무의 여신과 얽힌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사랑과 상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죠. 그 일의 계기로 주인공은 자신의 이모 밑에서 녹나무를 관리하고 사람들의 예념/수념을 도와주는 파수꾼으로 일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 얽힌 일화를 들려줍니다. 주인공 또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중요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저에게 이 소설은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주된 주제는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치유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중요한 가치들, 즉 사람들과의 관계, 자연과의 연결, 그리고 삶 속에서의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전에 제가 언젠가는 말씀드렸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공통점이 이 소설에는 적용되지 않네요. 물론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건 맞지만 그거야 다른 소설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에 제외하자면요. 작가의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화들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시면 가슴 가득 따뜻함을 한 껏 안아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여러분이 주인공과 함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점점 나 자신만 내 아이만 내 것만 챙기려고 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진다는 걱정이 앞서시는 분들께 (특히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슴 뭉클해지는 "녹나무의 여신"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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