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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탐독/800 문학

[도서 리뷰] 연애의 행방

Jeongwon Seo 2024. 10. 2. 11:10

 

우리에게는 소설책 "용의자 X의 헌신" 또는 영화로 각색한 "용의자 X"로 유명한 작가죠. 지난번에 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인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읽고 리뷰를 했었는데요. 이번 포스팅은 연애소설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두 작품들과 아주 다른 색깔을 가진 소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추리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로맨스와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고, 삶의 일상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는데요. 이 책은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나 사건을 추적하는 전개보다는,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변화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연애소설이지만 같은 작가가 썼다고 생각하게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독자를 깜짝놀라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등장인물들이 중구난방 등장하지 않고 마지 연극의 무대처럼 한정적인 배우만 등장시킨 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스키 리조트를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연애 문제를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등장인물들은 사랑, 우정, 배신, 비밀 등을 둘러싼 갈등을 겪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약점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각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나 고민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되죠. 특히 소설의 중심 사건은 스키 리조트에서 곤돌라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입니다. 이 곤돌라는 상징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좁은 공간에서 더욱 응축된 형태로 드러나는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됩니다. 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사건들은 서서히 긴장감을 높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끕니다. 스키장에서 날씨를 포함하여 모자나 헬멧 등의 두꺼운 옷차림이 인물들의 정체를 가리며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죠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긴장감은 소설 초반부 동거하는 남녀가 서로가 같은 스키장에 온지 모른채 대화하던 곤돌라 씬이라고 생각해요.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삼가할게요.

 

또한, 이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녹아있습니다. 비록 주제가 연애이지만, 히가시노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인물들이 사랑 때문에 벌이는 실수와 그로 인해 얽히는 관계는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묘사되며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본인이 그 상황에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것이 그의 필체인지 아니면 묘사법 때문인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이제는 웬만한 막장드라마에 콧웃음도 안나오는데 정말 재미있게 몰입해서 봤습니다.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 만의 추리소설을 원하는 분들께는 적잖은 실망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연애소설 장르 자체를 아주 즐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아요. 취향 때문이지 책에서 주는 메세지는 정말 읽는 사람마다 너무 다양할 것 같고 작가의 섬세한 묘사에 흠뻑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슬슬 말이 살찌는 계절이 무르익어 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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