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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텍사스 남부 여행

Jeongwon Seo 2025. 1. 13. 10:51

12월 27일
텍사스 서부 여행의 여독 때문인지 생각보다 아이들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계획했던 일정보다 조금 늦어졌어요. 아이들이 항상 일찍 일어나기에 따로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 오늘 따라 늦잠을 잤네요. 그래서 8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지만 10시 15분이 되어서 샌안토니오로 출발할 수 있었어요. 제가 어스틴에서 구입한 아쿠아리움 멤버쉽으로 샌 안토니오의 아쿠아리움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먼저 가보았죠. 어스틴의 아쿠아리움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더 큰 동물도 많고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여기는 맴버쉽이 없더라도 방문해 봄직 해요. 

 

 

저녁먹는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숙소에 체크인을 했어요. 체크인을 마치고는 셔틀을 타고 River walk로 향했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배들도 떠다니고 뱃길 주위로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도 많았어요. 아직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어 산책하기에 정말 좋았어요. 다만 아이들이 아쿠아리움에서 너무 힘을 많이 뺐는지 산책을 즐기지 못하고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칭얼대서 온전히 산책을 즐기지 못한 듯해요. 그래서 원래 계획은 River walk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었으나 숙소에 와서 집에서 가져온 먹을거리를 데워먹었어요.

 

 

숙소가 River walk와 꽤나 가까웠는데도 차가 많아 셔틀을 타면 30분이나 걸리더라고요. 다음에는 주차비가 좀 들더라도 River walk 근처에 잡아야 겠어요.

12월 28일
아침을 먹고 바로 숙소를 나서 5시간 정도 거리의 Pharr라는 도시로 향했어요. 아침을 먹고 출발했음에도 바로 점심먹을 시간이었죠. Costco에 들러서 피자로 배을 든든히 채우고 우리 차에도 기름을 든든히 채워서 South Padre 섬으로 향했어요. 가는 길이 마치 제주도 같더라고요. 섬에 들어가기 전 H-E-B에 들러서 처음보는 납작한 튀긴 빵을 구입했는데 맛은 딱 우리나라의 공갈빵 맛이었어요. 근처에 가신다면 옛추억도 다시 떠올림겸 한번 찾아서 맛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남파드레섬을 육지와 연결하는 도로(좌), 섬 입구에 있는 마스코드(우)

 

미국 혹은 텍사스 주의 거의 가장 남쪽에 있는 South Padre 섬은 남북으로 아주 길쭉한 섬인데 날씨가 가장 따듯할 것 같아 우리 가족의 짧은 휴양지로 정했어요. 딱히 누가 좋다고 추천한 건 아니고 구글 맵에서 여기저기 찾다보니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초록, 분홍, 노랑의 작은 우산 세개가 귀엽게 그려져 있는 것이 섬의 마스코드인 듯해요.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바닷가를 구경하기 위해 짐을 챙겨서 나왔어요. 탁 트인 바닷가를 처음 마주칠 때의 그 기분은 언제나 상쾌하고 좋더라고요. 넓은 바다의 아버지가 날 반겨주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12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물에 들어가서 놀 수 있을 정도의 수온이었어요. 챙겨간 도구로 모래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해변에 떠 밀려온 해파리를 발견했어요. 아이들 삽을 가져와서 죽이려 했지만 주변에 구경하던 미국인들이 살려주라고 그래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어요.

 

 

다시 바다로 가서 아이들과 놀다보니 해파리다 떠다니는 것을 보고는 기겁해서 다시 뭍으로 나와 삽을 챙겨갔어요. 하지만 이미 해파리를 다른 곳으로 가서 보이지 않아 다음에 보이면 살려두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예전에 불가리아의 한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해파리에 쏘인 적이 있었는데 그 떄의 기억이 생각나서 해파리를 극도로 싫어하게 됐어요. 그리고 가끔 언론에서도 해파리가 어민들의 어업을 많이 방해한다는 기사가 자주 나와 해파리는 해롭기만 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선크림도 제대로 바르지 않고 두 시간 넘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숙소로 돌아왔어요.

12월 29일
아침 먹고 집을 나서서 South Padre 섬 끝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길쭉한 섬 양 옆으로 바다가 있지만 운전하면서는 바다가 잘 보이지는 않았어요. 좀 가다가 바닷가와 좀 가까워 보이는 해변에 잠시 정차를 했어요. 이쪽 바다는 어떤지 잠깐 보고 갈 요량이었지만 아이들은 해변에 가니 말릴새도 없이 바로 철퍼덕 앉아서 모래놀이를 시작했어요. 어쩔 수 없이 차에 다시 가서 모래놀이 도구들과 텐트를 가져왔죠. 어제 놀던 바다와는 다르게 SUV와 픽업트럭들이 도로를 통해 들어온 것을 볼 수 있었고 캠핑을 하거나 낚시를 나온 것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또 어제의 해변과 다르게 해변에 작은 구멍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몇몇 구멍들은 물이 나가고 빠질 때 구멍 밖으로 흙을 내뿜어 보내기도 한 걸 보니 뭔가 생명체가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한국이었으면 100프로 맛조개였을텐데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확신하기 쉽지 않았죠. 아이들의 장난감인 플라스틱 삽으로 뭐라도 나올까 파보았지만 생각보다 깊히 있기도 했고 조금 파니 바닷물이 들어와 흙탕물이 되어 버렸어요. 다음 날 다시 오면 소금을 뿌려보기로 계획했어요. 

 

내복차림으로 노는 아이들

 

생각보다 길었던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는 수영장에서 잠시 물놀이를 했어요. 수영장 물을 조금 찼지만 온탕이 있어서 몸이 추워질 때 마다 잠시 들어가서 몸을 데울 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 물에서 놀고 난 후에는 다시 바닷가에서 시간을 조금 보냈죠. 저희 가족이 놀고 있는 곳 근처에 누군가가 아주 근사한 모래성을 쌓아놓고 간 걸 보고는 아이들도 멋진 성을 만들고 싶다고 저희 부부를 보챘어요. 하지만 성 쌓는 법을 몰라서 이따가 저녁에 공부해서 내일 쌓아보기로 했죠. 어제보다는 물이 차서 파도를 맞으며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하고 아이들도 춥다고 해서 모래 사장에서 햇볕을 맡으며 놀이를 하고 숙소에 돌아왔어요.

 

모래성은 쉽게 무너진다는 걸 알아버린 아들의 오열

 

12월 30일
Dollar General에서 소금을 두 개 사서 다시 해변으로 향했어요. 어제 갔던 해변은 아니고 조금도 숙소와 가까운 곳이지만 모래언덕을 넘어야 하는 곳으로 갔어요. 다시 수 많은 구멍들을 발견하고는 바로 소금을 꺼내서 듬뿍 뿌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더 큰 구멍, 모양이 조금 다른 구멍 몇 개를 더 시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이로써 맛조개는 아닌게 확실하지만 그 구멍에 뭐가 있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네요. 이 날은 바람이 특히나 강했는데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놀다가 갑자기 아프다면서 울면서 우리를 찾았음. 알고보니 모래바람이 강하게 불어 아이들 종아리를 때리고 있던 것이었어요. 해변에서 조금 물러서 모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놀게하고 우리 부부는 해변 산책을 했어요. 산책 중 해변에 보니 종종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깊지도 않은 곳에서 뭐라도 잡히나 궁금해서 기웃기웃 했죠. 그 중에 한 가족을 만났는데 오늘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잡은 물고기가 아직 없는데 어제는 작은 상어를 잡았다고도 했어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다가 이번에는 가족들 모두 다 같이 해변 산책을 나왔는데 그새 아까 만났던 낚시꾼 가족이 잡은 물고기가 있다며 와서 구경하라고 하라고 했어요. 꽤나 큰 사이즈의 금병어처럼 생긴 물고기와 이름은 모르는 조금 작은 물고기가 잡혀 있었어요. 그리고 물고기를 구경하는 사이 작은 메기를 잡아 올리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고요. 얼마전에 루이지애나에서 아이들과 먹었던 메기 튀김이 생각났고 바다에서도 메기가 사는 줄 처음 알게 되었네요.

 


텍사스 남부로 오니 Whataburger가 많이 보이기도 하고 맥도날드는 좀 질려서 Whataburger로 가 점심을 해결했어요. Whataburger는 가격만 봤을 땐 좀 비싸보이지만 막상 시키면 사이즈도 훌륭하고 맛이 좋아서 먹고 나면 항상 만족스러운 햄버거 가게요. 시킨만큼 알맞게 딱 배불리 다 먹고 숙소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마지막으로 해변에서 놀기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어제 저녁 유튜브로 보면서 조금 배웠던 모래성을 쌓기 시작했어요. 특히 아내는 정말 진심을 다해 모래성을 쌓았고 저는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딸래미와 바다에서 파도와 시간을 보냈어요.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 또한 꽤나 높이가 높아서 파도 맞고 놀기만 해도 꽤나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내가 모래성을 만들기 위한 기초 공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들래미가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요. 성을 다 만들고 가야했기에 어르고 달래 온 가족이 다같이 마무리 축성에 나섰죠. 아쉬운대로 성 입구 공사와 데코레이션까지 어느 정도 마치고는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2월 31일
3박 4일간 머물렀던 정들었던 숙소를 나와 Corpus Christi라는 항구도시로 향했어요. 8시 반에 출발했지만 한 10시까지 짙은 안개가 껴서 운전이 쉽지는 않았어요. 3시간 정도가 걸려 Corpus Christi에 도착했고 Science & History Museum에서 잠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2024년 11월과 12월은 미국 텍사스 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H-E-B에서 입장권을 후원해 준다고 하여 공짜로 입장할 수 있었고요. 많은 시간을 Kids zone에서 보냈지만 역사 박물관 쪽도 볼만한 것이 꽤나 있더라고요. 특히나 어제 먹었던 Whataburger의 1호점이 여기 Corpus Christi라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다음에 오게 된다면 Whataburger 1호점을 찾아서 가봐야겠어요. 우리는 구경하지는 않았지만 USS Marine 박물관도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된다면 들르는 것을 추천해요.

 

 

어스틴으로 돌아오는 길에 Lockhart라는 작은 도시를 지날 때 였어요. 정말 수상하게도 바베큐 가게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아내가 옆에서 얘기하길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텍사스의 바베큐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여 잽싸게 검색해 보니 Lockhart가 맞더라고요. 차를 잠시 돌려 저녁도 해결할 겸 Original Black's라는 바베큐 가게로 향했습니다. 저희는 브리스킷이랑 치킨, 그리고 감자 샐러드 시켰는데 브리스킷 첫입이 정말 감동이더라고요. Terry Black's라는 바베큐도 굉장히 유명하다는데 어스틴에도 있다니 꼭 가봐야겠네요.

 

 

이렇게 짧다면 짧은 여행도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번 텍사스 서부 여행에는 운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관광보다 휴양에 중점을 두었기에 여유로움을 더욱 즐길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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