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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미국 생활] 두 번째 텍사스 남부 여행

Jeongwon Seo 2025. 2. 13. 12:32

1월 17일
아이들 마치는 시간에 맞춰 학교에서 픽업을 하여 바로 San Antonio로 출발했다. 몇 주전에 왔을 땐 아이들이 지치기도 해서 여유있게 보지 못했고 이번에 조카가 와서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정체가 조금 있었지만 오후 5시 반에는 도착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차에서 잤기 때문에 체크인을 마치고 river walk로 상쾌하게 갈 수 있었다. river walk로 걸어가는 동안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마 그 주변 호텔에 무슨 행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외모나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였다면 '살이나 더 빼지'라던가 '저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나'라던가 비난 일색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미국 사람들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는 듯 하다. 그런 모습, 나만의 다양함을 스스로 존중하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인상깊고 응당 이런 면이 존중 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서, 지난 번 방문했을 때에 비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치워서 거리 자체는 수수졌지만 아주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어서 편했다. Casa Rio라는 강변 바로 옆의 멕시코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고 파히타와 어린이 메뉴를 시켜 먹었다. 나는 테카테 맥주가 없기에 모델로를 시켰다. 멕시코 음식에는 역시 멕시코 맥주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봤을 때 평점은 좋은 식당이었는데 지금까지 다녔던 멕시코 식당에 비해서 명성이 과하지 않은가 싶다. 내가 별점을 주면 5점 만점에 3점 이상은 주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는 river walk을 완주할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밤 은은한 불빛 아래 가족들과 함께 걷는게 꽤 괜찮았다. river walk 근처에도 역사적인 건물들이라던지 볼게 더 있었지만 이번에는 river walk를 완주한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1월 18일
원래는 오늘 아침까지 샌 안토니오를 더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날이 추우면 바닷가에서 놀기 힘들기 때문에 계획을 변경해서 바로 Corpus Christi로 향했다. Corpus Christi에 도착하고는 먼저 Dollar Tree에 들러 모래 놀이를 위한 장비를 조금 더 보충했다. 숙소에 도착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체크인이 되지 않았지만 일단 모래 놀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신발을 갈아신고 장비를 챙겨 숙소 바로 앞의 해변으로 나왔다. 해변이 청소가 되지 않아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바닷물은 더럽지 않아 보였다. 조카와 함께 Dollar Tree에서 사온 럭비공 모양의 장난감으로 캐치볼을 하며 놀았다. 전체적으로 럭비공 모양으로 생겼고 한 쪽 뒤에는 날개가 달려있어서 던지면 한 방향으로 잘 날아가게끔 되어 있는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싸구려 장난감이라서 그런지 금방 겉부분의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내부의 스펀지가 드러나자 우리가 실수로 물에 떨어뜨릴 때 마다 점점 장난감이 무거워졌다. 결국 질릴 때까지 놀고나니 날개는 다 떨어져나가고 코딩도 다 벗겨진, 게다가 노란색 스펀지 조차도 여기저기 뜯긴 곳이 많은 쓰레기가 되고야 말았다. 우리 미리 사왔던 버켓에 해변 모래를 채워서 뒤짚으면 위가 좁아지는 원통형 모래탑을 만들 수 있었다. 몇 개를 연달에 만들고 나니 마치 원자로의 냉각탑처럼 되었다. 핵시설이라고 부르며 내리 스무개 정도를 만들었다. 

오전 놀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Whataburger로 향했다. Whataburger의 시작이 Corpus Christi 이기도 하지만 바닷가 근처였기에 매장에서 바닷가도 보이고 분위기가 좋았다. Whataburger는 아주 저렴한 식당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항상 잘 먹어서 방문이 매번 좋은 기억만 가져가는 것 같다. 점심 후에는 체크인이 되어 짐을 방에 옮기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다시 바닷가에 나오니 물은 여전히 조금 찼지만 날이 꽤나 따뜻해져서 무릎까지는 들어가서 놀 수 있었다. 아내는 저번에 South Padre 섬을 갔을 때처럼 큰 성을 쌓기 시작했고 나는 아주 높은 토성을 쌓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높이가 제법 빠르게 올라갔지만 토성이 점점 커지니 올라가는 높이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계획을 조금 변경하여 토성 중앙에 깊은 구멍을 내어 화산으로 만들었다. 물을 채우면 물이 따라 나올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었고 물을 부어 화산 폭발을 연출해 보았다. 하지만 모래성의 모래가 물을 부을수록 같이 쓸려 나와 금방 무너졌다. 여튼 해변에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돌아왔다. 샤워를 할 때 욕조에 떨어진 모래의 양을 보니 오늘 하루 정말 재밋게 놀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 19일
기온이 하루만에 급격하게 떨어졌다. 어제는 18에서 24도였는데 오늘은 3도에서 10도 사이였다. 숙소 조식을 먹고 Padre 섬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탔다. Corpus Christi에서 파드레 섬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걸렸고 우리는 어느 beach access를 통해 해변으로 갔다. 차를 타고 바닷가 바로 옆을 드라이브 하는 경험도 꽤 낭만적이었다. 차에 내려서 해변을 구경했는데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부는지 바람을 등지도는 산책을 할 수 있었지만 바람이 모래와 함께 날렸기에 역풍 방향으로 가면 온통 모래바람을 맞아야 했다. 바닷가 바람도 실컷 쐬었고 Padre 섬에 있는 Mustang island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여름에 오면 바다거북이가 모래속에서 부화해서 바닷가로 질주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그냥 황량한 해변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숙소 근처와는 다른 모래도 좀 더 즐길 수 있었고 바람이 많이 불기에 파도도 더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Junior ranger 책도 야무지게 완성하여 뱃지를 획득하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에는 몸이 나른했기에 조금 쉬고 2차 세계대전 때 활약을 하고 퇴역후 전시중인 항공모함 USS Lexington을 보러 나갔다. 멀리서도 자신의 거대한 크기로 존재감을 내뿜는 USS Lexington에 더욱 가까이가니 웅장한 크기에 다시 한 번 압도되었다. 지뢰와 어뢰, 프로펠러와 전투기 등의 근처의 전시물도 볼만했고 멕시코만과 어우러진 풍경 또한 아주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항공모함 내부 입장은 하지 않았는데 가격은 조금 있지만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듯 하다. USS Lexington 옆으로 길게 난 둑과 같은 길이 있었는데 그리로 걸어가니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 한두마리가 아니라 꽤나 많은 수의 돌고래가 있었고 그 중에 몇은 정말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USS Lexington을 뒤로 하고 괜찮은 놀이터가 있는 숙소 근처의 공원을 들렀다. 공원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 지루해졌을 때 즈음 Lime이라는 전동킥보드를 빌려서 번갈아가며 아이들과 해변가를 산책했다. 오늘은 바람이 꽤나 불었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며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도 운치가 있었다. 하루 종일 추운 날 밖에서 덜덜 떨다가 숙소에 오니 온몸이 바로 나른해졌다. 샤워를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조금 보내니 금세 잠들 수 있었다.

1월 20일
기온이 어제보다도 더 떨어졌다. 이메일로 아이들 학교가 내일 휴교한다는 소식과 내가 다니는 대학도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텍사스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오면 도시 전체가 마비 된다는데 그게 딱 그 상황인 듯 하다. 샌 안토니오의 아쿠아리움 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아침을 천천히 먹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지난 번에 사둔 아쿠아리움 코인이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체험과 구경을 했다. 조카는 악어 먹이를 주고 싶다고 했고 우리 아이들까지 먹이를 한 번씩 주는 체험을 했다. 낚시대에 매달린 생선을 악어 머리 위로 가져가면 악어가 입을 벌리고 있다가 콱 무는데, 사냥솜씨가 영 신통치 않아 실망했다. 가오리, 상어, 잉어, 이구아나, 라마, 닭, 오리 등에 먹이를 주었고 아쿠아리움 내에 있는 바운스하우스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Bill and Miller's Bar-B-Q라는 브리스킷과 치킨을 전문으로 하는 체인에 가봤다. 패밀리 치킨 세트와 버거를 시켰고 훌륭한 가격과 그 양, 그리고 바삭한 튀김 옷에 또 놀랐다. 다음 번에 샌 안토니오를 또 온다면 브리스킷도 시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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