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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텍사스 서부 여행

Jeongwon Seo 2025. 1. 11. 04:18

12월 20일
여행은 아침에 꾸물거리지 않고 최대한 빨리 출발해서 여유는 그 다음에 부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어요. 출발한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갑자기 집에 국립공원패스를 놓고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전에 샀던 국립공원패스는 이용기간이 내년 3월까지라서 약 4개월은 더 쓸 수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낭비라 그냥 하나 새로 사기로 했어요. 미국의 국립공원은 보통 한 군데 방문하는데 20-30불 하는데 저희가 이번 여행에 국립공원 네 군데를 돌 계획이거든요. 연간 국립공원패스 이용권이 80불이니까 그냥 사는게 낫겠다고 생각한거죠.

 

중간에 들른 주유소의 간식코너에서 떠나지 못하는 그녀(좌), 결국 원하는 걸 얻어서 행복한 오누이(우)


출발한지 약 5시간이 걸려 Seminole canyon 주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가는 길에 국경수비대가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지났는데요. 그제서야 멕시코 국경 근처를 갈 땐 여권을 비롯해서 가지고 있는 서류를 꼼꼼히 챙기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애들은 신분증이라는 것도 없고 저희 것도 운전면허 밖에 들고 오지 않아 긴장했지만 몇가지 질문만 하고는 그냥 통과시켜 줬어요. 참고로 Seminole 주립공원과 아주 가까운 곳에 Amistad National Area라는 곳도 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면 별로인 것 같아 이번 여행에 포함시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운전 중에 보니 꽤나 풍경이 좋아서 다음에 또 비슷한 여정으로 간다면 잠시 들르는 것도 좋은 선택으로 보이네요. Seminole 주립공원에는 예전에 인디언들이 살았던 곳으로 가이드 투어를 통해 Pictography들을 구경할 수 있어요. 물론 Pictography를 구경하지 않더라도 계곡을 따라서 할 수 있는 여러 난이도의 하이킹 코스들이 있어요. 저희는 0.5마일짜리 짧은 Windmill Nature Trail 코스를 골랐고 중간에 점심도 맛있게 먹고 Junior ranger 프로그램도 완료했어요.

 


다음 날은 꽤나 큰 Big Bend 국립공원을 하루 종일 구경해야 했기에 근처의 도시인 Alpine까지 이동해서 체크인을 했어요. Alpine 가기 전의 두 도시, Solomon, Marathon에서 묶었으면 운전거리를 더 줄일 수 있었지만 Hotels.com으로 확인했을 때는 숙소가 없는 것으로 나왔거든요. 그래도 실제로는 로컬 숙소들이 있기는 하니까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Alpine이라는 도시의 Holiday Inn에서 묶었는데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무료로 리셉션을 열어주었어요. 맥주와 와인, 음료, 안주와 간식이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역시나 공짜 술은 맛이 정말 특별하더군요.

 

우리가족 Cheers!


12월 21일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아침을 먹고 후다닥 Big Bend 국립공원으로 했었어요. 정확한 크기는 모르지만 아마 강원도 정도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거든요. 처음으로 목적한 곳은 Santa Elena로 Alpine에서는 약 2시간 반을 이동해야 해요. Santa Elena Canyon Trail은 왕복 약 1.6마일로 편도 20분이면 충분히 목적지에 도달이 가능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괜찮은 거리라 생각했어요.

 

본격적인 하이킹 시작전

 

양 옆으로 절벽이 펼쳐져 있고 한쪽 절벽을 타고 협곡 깊숙히 들어가는 모험이었어요. 아이들도 하이킹을 굉장히 즐거워 했고요. 하이킹을 하며 아래를 보면 절벽들 사이로 물이 흐르는데 마치 물이 위로 꺼꾸로 흐르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 받을 수 있어요. Trail의 끝에는 계곡물에 직접 발을 담구어 볼 수도 있답니다.

 

아직 너희 둘 쯤이야 (좌), Santa Elena 계곡 (우)

 

다음으로 Window trail을 방문했어요. 왕복 0.3 mile로 하이킹은 아주 짧지만 괜찮은 뷰를 볼 수 있는 코스라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Junior Ranger booklet을 받아서 완성하고 뱃지를 획득할 수 있었어요. Big bend 국립공원에 Hot spring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이킹을 꽤나 해야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는 못했어요.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공원이 너무 커서 하루에 다 둘러보는 것은 무리거든요. 공원 홈페이지에 가면 하루, 3일, 일주일이 있을 때 추천하는 코스가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돼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들른 곳은 공룡화석을 전시해 놓은 곳이에요. 볼게 많지는 않지만 Big bend에서 발견된 공룡의 흔적에 대해 알 수 있고 아이들은 아주 마음에 들어했어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국경수비대를 또 만났어요. 미국 내라고 하더라도 멕시코 국경 근처를 구경할 때면 신분증이나 관련 서류를 꼼꼼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또 마음 졸였지만 다행이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잘 챙기고 와야겠죠?

12월 22일
아침 일찍 가족들을 재촉해서 숙소를 일찌감치 나왔어요. 7시 경에 출발해서 8시 경, Marfa Prada에 도착했어요. 프라다 전시건물이 사막길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요즘 '걸어서 세계속으로'에도 나오며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만 좋아해서 아내 사진 부탁을 많이 들어주고 갈길을 재촉했죠.

 

사막한가운데 있는 Marfa PRADA

 

과달루프산 국립공원에 도착 하고, 약 10시 반에 Devil's Hall Trail을 선택하여 트래킹을 시작했어요. 주차장으로부터 왕복은 약 3.3KM로 나와 있지만, 산길이기 때문에 실제 거리보다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림. 30분 가량은 비포장이긴 하지만 길이 잘 나있었고, 나머지 한 시간 가량은 돌이 많은 바위산을 타야 했어요. Devil's Hall에 도착하기 약 10분 전에는 정말 아슬아슬 위험한 구간도 있었으니 주의를 요한답니다. 오는길에 길을 잃어서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보통은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데 3시간 반이나 걸렸더라고요. Carlsbad Cavern National Park에 1시 15분 예약을 잡아놨는데, 시간이 촉박하더라고요.

 

과달루프 산의 Devil's Hall

 

다행히 국립공원 관계자와 통화를 해 본 결과, 뉴멕시코 시간으로 2시 반 전에만 도착하면 Carlsbad Cavern 동굴을 내려갈 수 있다고 했어요. 뉴 멕시코와 텍사스는 한 시간 차이가 나서 텍사스 시간으로 3시에 도착했지만 사실 뉴멕시코 시간으로는 2시여서 정말 다행이었죠. 동굴 입장권과 Junior Ranger Booklet을 받고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동굴로 내려갔음. 생각해보니 걸어서 내려가야 동굴 내려가는 깊은 입구를 볼 수 있었는데 과달루프 공원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왔더니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았어요. 동굴 내부도 엄청 넓어서 구경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어요. 동굴을 걸어서 내려가거나 올라오는데 편도로 약 한시간, 동굴 내부에서도 한두시간이 필요하니 만약 Carlsbad Cavern National Park 갈 계획이라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희는(특히 제가) 체력이 부족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어요.

 

 

차로 약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Carlsbad라는 도시로 이동했어요. El Jamidor라는 꽤나 괜찮은 수의 리뷰와 리뷰 점수를 가진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Pozole와 Jamidor Special, 그리고 Fajita를 주문했어요.생각보다 아이들도 잘 먹어서 다행이었죠. 멕시코 음식은 보통 양이 엄청 많은 걸 알면서도 배고픔에 여러 메뉴를 시켰더니 반은 남기고 남은 반은 포장을 해올 수 밖에 없었네요.

 



12월 23일
바로 White Sands 국립공원 근처의 Alamogordo라는 도시로 향했어요. New Mexico에만 있다는 햄버거 체임점인 Blake's Lotaburger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맛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맛있는건 아니더라고요. Alamogordo에서는 약 15분 거리의 White sands 국립공원으로 갔어요. Visitor center에 들러서 Junior Ranger 배지를 받았고 썰매를 빌렸죠. 렌트는 썰매 하나당 15불이고 보증금은 10불인데, 구입 비용은 25불인 걸 보면 아마 반납하지 않고 가면 그냥 구입한 것으로 되는 시스템으로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월마트에서 작은 썰매는 약 7-8불 큰 썰매는 약 15불에 판매하는 걸 알게 되었는데 국립공원에서 너무 마진을 남겨먹는 것 같아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여튼 여러분은 미리 구입해서 가는 걸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이지만 근처에 공군기지가 있고 종종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다고 하니 공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아요.

 

 

Visitor center를 지나서 약 10분 정도 차로 더 이동하면 모래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와요. 모래 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이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탈만한 곳이 있으면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타면 돼요. 저희가 처음으로 정차한 곳은 모래언덕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모래가 굉장히 시원했고 아주 살짝 젖은 듯함 느낌에 부드러운 빵가루 같은 촉감을 지니고 있어요. 모래 썰매를 탈때 왁스를 구입해서 썰매에 바르면 더 낫다고는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모래언덕의 경사가 더욱 중요한 요인이더라고요. 공원 내에는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다음에 온다면 텐트와 바베큐 장비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은 놀고 우리는 바베큐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모래에서 하루 종일 놀다보니 옷과 머리카락 사이사이 모래가 잔뜩껴서 아주 꼼꼼히 샤워를 해야 했어요. 아직도 휴대폰 케이스에서 모래가 나온다는...

 



12월 24일
White sands를 뒤로하고 외계인 비행선의 추락이 있다고 여겨지는 Roswell의 International UFO 박물관으로 향했어요. 박물관은 어른 7불, 아이 4불의 입장료로 뭐 딱 돈 낸 만큼을 구경할 수 있어요. 외계인이 1945년 미국의 Three miles 섬의 핵실험의 충격파를 알아채고 지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고 1946년 미국 뉴멕시코 서남부의 Roswell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불시착했다는 것이 박물관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더군요. 실제로 봤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많지만 외계인을 직접 치료했다는 간호사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어요. Man in Black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박물관에 많으니 천천히 박물관의 안의 내용들을 읽어 보시면 좋아요. 저한테는 물론 SF 소설이나 마찬가지지만요.

 

 

Roswell에서 Austin까지는 8시간이 소요됨. 이동 중에 날이 어두워져 Austin에서 약 1시간 반 떨어진 San Saba라는 도시에서 주유를 했어요. 주유를 하고 출발을 하니 크리스마스라고 조명을 근사하게 해놓았더라고요. 그 중 우리의 마음을 아주 홀려버린 조명을 설치한 공원을 근처에서 발견해서 산책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나중에야 알게된 공원의 이름은 Mill Pond Park였고, 작은 폭포를 가지고 있고 산책하기에도 좋으며 여름에는 공원 내의 호수에서 수영도 가능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참가하지 못해서 울적했던 아내가 매우 우연찮게 들른 도시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아했어요. 공원에서 집으로 출발후 약 한 시간은 미리 밖이 어둡고 깜깜한데 비까지 많이 와서 운전이 꽤나 힘들었지만 집에 가기 전 잠시 비비큐에서 치킨을 포장해서 집에서 치맥을 하니 목이 다 녹더군요. 이렇게 우리의 이번 뉴멕시코와 텍사스 서부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여행 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크리스마스 전 날까지 했던 여행이었지만 겨울 같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했지만 한국으로 치면 아주 볕좋은 가을날씨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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