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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휴직 기간

Synchronous Firefly in Great Smoky Mountain

Jeongwon Seo 2025. 6. 10. 02:48

해마다 Great Smoky Mountain에는 Synchronous fireflies를 볼 수 있는 입장권에 대한 추첨이 열린다. 언젠가 미국에서 알던 친구가 다음에 추첨에 당첨되면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있었다. 올해는 친구 가족과 우리도 추첨에 응모했고 다행히 한 사람이 당첨이 되어서 이번 여행을 급하게 계획하게 되었다. 

 

6월 2일 오후 1시 반 비행기라 아이들은 오전에 학교에 보냈다. 여름 동안 아이들은 긴급영어학교라는 프로그램에 등록이 되어 있었는데 약 4주 동안 정규학기처럼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학 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등하교가 의무가 아니었고 마침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날이 프로그램 첫째 날이라 친구들 얼굴이라도 좀 볼 겸 학교에 잠시 보내게 된 것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있는 동안 그동안 밀려왔던 집도 좀 정리하고 여행 갈 짐을 쌌다. 

 

우리가 이번에 Allegiant 사의 비행기표를 구매하였는데 항공권이 타 항공사보다 월등히 저렴했다. 미국에서 국내 노선을 탈경우 왕복에 적어도 250불 이상은 줘야 하는데 (라스베거스는 빼고) 이번에 오스틴에서 녹스빌로 가는 직항 왕복을 한 사람에 110불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하나 포함시켜서 90불이 추가되어 네 가족 항공권을 522불에 구매할 수 있었다. 만약 Allegiant가 취항하는 노선이 있는 공항이 근처에 있다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자리를 지정하지 않았더니 맨 뒷자리를 받았는데 자리도 좁고 바깥은 볼 수 있는 창문도 없어서 비행 내내 아이들이 매우 슬퍼했다. 두 시간 정도 되는 비행이 답답하고 꽤나 고단하게 느껴졌다. 녹스빌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깔끔했다. TSA가 있는 곳 부근 복도에 길게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분까지 시원 상쾌해지는 공항이었다. 차량 렌트비를 아끼기 위해 쉬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게 없는 첫날은 숙소 셔틀을 타고 이동했고 다음 날 다시 셔틀을 타고 와서 차를 빌리는 계획을 세웠다. 첫날은 차가 없었기에 숙소에 이동한 후 물을 사러 1km 정도 떨어진 편의점까지 걸어갔다 와야 했지만 그 외에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는 바쁜 다음날 일정을 고려하여 일찍 잠을 청했다.

 

6월 3일,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반딧불이를 보는 날이다. 해당 이벤트는 밤 9시가 넘어서야 발생하기 때문에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찍 깨워서 오전에 신나게 놀리고 낮잠을 충분히 재운 다음 반딧불이를 보러 가는 계획을 세웠다. 아침을 가족 다같이 먹고 다른 가족들이 준비하는 동안 나는 공항에 가서 차를 빌려왔다. Chrysler의 Pacifica라는 미니벤이었는데 지난번에 그랜드 캐년 갈 때도 빌렸던 차라서 조금은 익숙했다. 빌려온 차를 보고는 아이들이 차가 크고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며 매우 좋아했다. 차를 타고 먼저 향한 곳은 Knoxville 다운타운 근처의 Fort kids라는 놀이터였다. 구글 맵에 있는 사진으로는 나무로 만든 성채들이 여럿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3년 전에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완전히 다른 놀이터로 바뀌어 있었다. 바뀐 놀이터도 상당히 괜찮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잘 놀았지만 둘째가 갑자기 사진으로 보았던 놀이터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다행히 Fort kids 놀이터 근처 도보로 5분 거리에는 World's Fair Park 놀이터가 있다. 새로운 놀이터에 가니 둘째의 불만이 사라졌고 또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공원의 바닥 분수가 시작되었다. 날씨도 마침 아주 따뜻해서 같이 물을 맞으면서 놀기 딱 좋았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놀다 보니 내 옷까지 흠뻑 다 젖었다. 아이들은 옷을 새로 갈아입었고 나는 수건을 운전석에 깔고는 차량에 탑승하여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 근처의 Bojangles라는 처음 보는 치킨 체인점에서 가족들 식사를 주문하고는 나는 Oak Ridge에 지인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Oak Ridge는 나처럼 핵공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ORNL)로 유명한데, 박사과정을 하다 보면 아마 높은 확률로 ORNL 사람들을 학회에서나 프로젝트를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번에 반딧불이를 같이 보러 가기로 한 친구도 퍼듀에 같이 있다가 ORNL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다. 이날 만나기로 한 지인과 Aubrey's라는 괜찮은 식당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마침 아이들이 낮잠을 다 자고 일어나 있었다. 

 

이제 Great Smoky Mountain에 가기 위해 벌레퇴치제와 돗자리 등의 준비물을 챙겼고 만나기로 약속한 Sugarland Visitor Centor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오매불망 기다릴 수 밖에 없었지만 친구가 금방 와서 합류할 수 있었다. 친구는 이제 막 100일 정도 되는 신생아가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가족도 이번 이벤트에 초대해 준 덕에 나도 가족들과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해당 이벤트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약 저녁 6시 반으로 이벤트가 시작하는 9시 반까지는 약 세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펴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아직 날이 밝았을 때 주변 산책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친구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갔다. 친구의 신생아는 잠을 잘 안 자서 친구 내외가 좀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선선한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런지 많이 보채진 않았다. 9시가 넘어가자 해가 거의 다 떨어졌고 근처에서 몇몇의 반딧불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9시 반이 넘어가자 공원은 거의 완전한 어둠이었고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 앞쪽에서도 반딧불이가 동기화하여 반짝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니 반딧불이의 불빛이 더욱 선명하게 잘 보였다. 동기화라고 해서 반딧불이들이 아주 똑같은 시간에 반짝이는 것은 아니고 은하수 물결처럼 반짝반짝거리다가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반짝반짝 하다가를 반복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약 한 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는 다시 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친구 가족과 헤어져서 복귀 준비를 했다. 숙소까지는 약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라 숙소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어 있었다. 

 

6월 4일 아침을 먹고 하이킹에 나섰다. Great Smoky Mountain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공원 내 주차를 하려면 주차권을 사야한다. 우리처럼 국립공원패스가 있는 사람은 입장권은 어차피 안 사도 되니 오히려 주차비를 내야 하니 별로다. 어쨌든 주차권도 방문자센터라던지 꼭 정해진 장소에서만 판다. 그걸 모르고 Chimney Top Trailhead에 주차를 했다가 다시 Sugarland 방문자센터로 돌아가서 주차권을 사 왔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아서 방문자 센터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겨우 주차권을 사서 다시 Chimney Top으로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왕복 약 5.6km로 경사도 있고 바위길이 있어 난이도가 조금 있는 하이킹이라는 설명은 들었다. 가는 길에 계곡물소리도 굉장히 좋았고 숲 속 내음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한데 잘 어우러졌다. 내려오는 나이 든 부부가 가는 길에 곰을 봤다고 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본인들은 무서워서 되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우리 아이들도 잔뜩 겁을 먹고 돌아가자고 했으나 곰이 그리 크지 않았고 여전히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조금 올라가니 몇몇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여 곰을 보았는지 물어봤지만 못 봤다는 얘기를 들었고 우리고 하이킹을 계속했으나 결국 올라가는 길에는 곰을 못 찾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약 두 시간은 소요되었다. 정상에서는 다람쥐와 뱀을 볼 수 있었고 가져온 토마토와 간식을 조금 먹고는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한결 수월했고 멀리서나마 아까 놓쳤던 곰도 볼 수 있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근처 피전 포지라는 관광도시에 있는 숙소에 체크인을 하니 다들 고단해 보였다. 그래도 잠시 나가서 구경을 해야 다음 날 일정도 수월하게 가능하기에 나를 포함하여 지친 가족들을 이끌고 피전 포지 시내를 구경 나갔다. 피전 포지는 도시 전체가 놀이공원으로 신기하게 생긴 건물들, 미니골프장, 실내 레이싱, ATV 등 즐길거리가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꽤나 유명하다는 킹콩이 건물을 타고 있는 건축물, 거꾸로 된 건물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몰에 가서 구경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참고로 이쪽 지역은 유제품과 닭요리(치킨)가 유명한 듯했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여 숙소에 복귀했고 다들 쓰러지듯 잠들었다.

 

6월 5일, 근처에 멋진 스타벅스를 구경하고 차를 타고 주욱 돌면서 피전 포지 시내를 좀 더 구경하고 분수쇼를 보러 Island of Pigeon Forge라는 곳에 갔다. 나는 쇼핑몰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 놀이공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기구가 많이 있었고 움직이는 공룡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산책하면서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밖이 생각보다 덥기도 했고 전날 고생을 했기에 실외 놀이기구보단 실내에서 즐길거리를 찾던 중 게임장에 들러서 카드를 구매하고 놀았다. 아이들도 평소에 구경만하던 게임을 직접 해보았고 아내랑 나도 몇 가지 게임을 함께 즐기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오는 길에 분수쇼가 때마침 시작되어 구경을 했다.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하는 분수쇼는 규모가 조금 작아서 그렇지 아주 볼만했다. 음악 선정도 좋았고 분수들도 힘차게 물을 뿜었으며 리듬에도 아주 잘 어울렸다. 둘째 아이는 요즘 판다익스프레스라는 미국식 중국음식 체인점에 간 적이 오래되었다며 이번 여행에서 꼭 가야 한다고 여행 전부터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마침 나가서 먹을 기회가 이날 점심밖에 남지 않아서 판다익스프레스로 향해 점심을 먹었다. 우리 메뉴는 볶음밥에 오렌지 치킨, 베이징 비프, 월넛 쉬림프로 거의 항상 똑같다. 점심을 먹고는 공항 근처의 숙소로 이동했다. 저녁에는 친구의 초대로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30분가량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서 친구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퍼듀에서부터 알던 내 부사수였던 중국인 친구도 왔고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다른 분이 가족과 함께 왔다. 전에 한 번 원자로 물리 관련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적도 있었고 퍼듀에서도 잠시 머물렀다기에 터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신생아가 있었기에 너무 늦지 않게 친구집을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기에 일찍 잠에 들었어야 했으나, 어쩐 일인지 아이들이 매우 흥분한 상태여서 목욕도 하고 실컷 놀고 있기에 결국 내가 먼저 잠들었다. 

 

6월 6일 아이들과 새벽 4시 반에 기상했다. 비행기가 6시 반에 뜨기 때문에 아침도 먹지 못하고 눈도 잘 못뜬 아이들은 그대로 차에 타야 했다.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짐을 부치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추가금액을 내고 자리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우리 자리는 3번째 열로 Knoxville로 오는 비행기는 마지막 열이었는데 아마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창 밖도 보이고 자리도 넓어서 아주 좋아했다. 비행시간 두 시간 중에 약 30-40분 정도는 잠깐 잠이 들었는데 둘째가 자꾸 깨워서 더 잘 수는 없었다. 오스틴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집에 도착해서 가족 다 같이 라면을 끓여 먹고 못다 한 잠을 청하면서 이번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간 여행이었다. 차를 끌고 가면 어디든 운전을 매우 많이 해야 하지만 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일단 가져갈 수 있는 짐도 많이 줄게 되고 비행기값에 차량 렌트비 그리고 공항에서의 주차비가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간 여행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리운 친구들도 보았고 일 년에 열흘 정도 추첨으로만 갈 수 있는 신기한 반딧불이의 불꽃쇼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이번 여행기는 여기까지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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