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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수 학생상

Jeongwon Seo 2025. 4. 12. 11:37

학교에서 해당 분기에 너희가 상을 받을거니 학교에 와서 함께 축하을 해주라고 했다. 저번 처럼 개근상일거라 생각해서 사실 별로 갈 마음은 없었단다. 아빠는 웬지 개근상이 엄청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거든. 아빠가 어렸을 땐 할머니가 아파 죽을 것 같아도 학교 마칠때까지는 학교에 남아있으라고 했어. 물론 다행히 아픈 적이 별로 없어서 고생한 기억도 없지만 말야. 그런 할머니의 바램에도 겨우 중학교 때 한 번만 개근상을 받을 수 있었지. 아빠가 초등학교 1학년 겨울에는 가족이 성남에서 천안으로 이사을 했어. 너희 작은 아빠는 당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었으니 개근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물론 너희 작은 아빠가 땡땡이를 한 번도 치지 않았다는 가정에 한해서 말이지. 아빠는 공부를 잘 안해서 고등학교가 집에서 좀 멀었어. 차가 안막히면 약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 하지만 어느 겨울날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 지각을 하는 바람에 개근상을 받지 못했지. 뭐 크게 아쉽진 않은게 개근을 했다는 사실을 아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듯 하더라고. 오히려 초중고를 모두 개근했다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좋게 들리진 않아. 여튼 개근상은 각자에게 상대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

어쩼든 아빠 옛날 이아기는 뒤로 하고 너희 엄마와 함께 학교로 향했지. 하은이와 하성이 반이 같이 시상을 하는 자리였어. 하은이 반이 먼저 호명을 시작했고, 예상대로 하은이는 개근상을 받았어. 하은이는 개근상을 받을 자격이 정말 충분한 아이였어. 학교 가는 걸 좋아했고 누구나와도 너무 잘 지냈으니까 아빠는 하은이가 개근상을 받은게 너무 기뻤어. 이건 정말 상 받을 일이 맞아.

하성이는 개근상과 더불어 우수학생상을 받았어. 하성이의 개근상은 사실 너희 엄마나 내가 받아야 마땅했지. 가끔씩 학교 가기 싫다는 너를 당근과 채찍으로 어떻게든 데려갔으니 말야. 그렇다고 하성이를 탓할 생각은 없어. 수줍움이 있는 하성이가 그래도 부모따라 여기저기 큰 환경변화에도 잘 따라주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아빠는 하성이 그리고 물론 하은이에게도 너무나 고마워. 근데 하성이 네가 우수학생상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어. 갑자기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더라고.

하지만 아빠는 너희 자랑은 자제하면서 살고 싶어. 조그 냉정해 보일 순 있지만 너희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너희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각자임을 알아야 해. 당연히 너희가 기쁘면 아빠도 기쁘고 너희가 불행하면 아빠도 마냥 행복할 순 없을거야. 하지만 자식만 보고 사는 그런 부모는 되고 싶지 않기에 너희가 너무 자랑스럽지만 그건 아빠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살랴고 해.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야. 아직 아빠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부모의 성공을 너희의 성공인양, 혹은 반대로 부모의 실패가 네 인생의 실패인양 살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부모의 자랑만으로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나 아빠가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일이라고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갔으면 해.

아빠는 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자식은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을 많이 우려하고 있어. 물론 부모 또한 마찬가지야. 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판치고 자식자랑만이 인생의 낙인 사람이 많지. 너희 하은이 하성이와 아빠 엄마 모두 그렇게 살지는 말자. 엄마 아짜바 너희를 자랑하고 너희가 부모를 자랑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잠깐의 행복을 줄 수 있지만 그것만큼 또 공허한 것은 없단다. 손위의 모래처럼 금방 흩어지는 행복인거지. 아빠는 너희 스스로의 내면 어딘가에 있는 장기적인 행복을 찾는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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