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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랑의 출사표

Jeongwon Seo 2021. 6. 11. 12:18

저의 최애 고전, 삼국지를 다루는 첫 번째 포스팅은 제갈공명 혹은 제갈량의 출사표에 대해 이야기 해 볼건데요. 삼국지를 읽어보셨다면 이상적인 군신관계로 여겨지는 유비와 제갈량의 사이에 대해서 잘 아시겠죠? 유비가 제갈량을 얼마나 각별히 생각했는지 제갈량의 충성심은 또 어떠했는지 한 일화를 간단히 소개드릴게요. 유비는 관우의 복수와 한나라 대업을 위한 오나라 정벌을 나갔지만 이릉전투에서 오나라 사령관 육손에게 대패하고 패주하여 백제성에 다다릅니다. 제갈량을 비롯한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전투에서 대패하고 젊은 시절부터 함께하던 장비마저 출정 전에 부하에게 죽는 등 유비에게 이릉대전의 패배는 그동안 겪었던 숱한 다른 전투와 패배보다도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유비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는 수도에 있는 제갈량과 유선을 제외한 아들들을 부릅니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유선이 부족하면 스스로 제위에 올라달라고 부탁했고, 아들들에게는 제갈량을 아버지처럼 모시라고 하며 결국 숨을 거두는 데요. 이러한 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제갈량은 한나라 위에 다른 나라를 세운 위나라를 멸하기 위해 국력을 증강시킨 후 유선에게 오늘 소개 드릴 출사표를 올립니다. 곧 원문을 보겠지만 정말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뜨거운 충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찾아보니 제갈량의 이 출사표는 중국의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머지 두 개도 읽어봤는데 저는 출사표가 저를 가장 뜨겁게 울리네요. 이 명문들은 제갈량의 출사표, 이밀의 진정표, 한퇴지의 제십이랑문 인데요. 혹자는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충신이 아니고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효자가 아니며 제십이랑문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우애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는데;; 전 충신은 확실하고, 효자도 맞는 거 같은데 우애도 있고... 뭐 여튼 옛날 사람이 한 말이니 너무 신경쓰진 맙니다. 자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죠.

 

제갈량의 출사표에는 나라를 생각하고, 선제(유비)를 그리워 하는 제갈량의 마음이 오롯히 드러나 있으며 황제인 유선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충언, 나라는 위한 충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마다 녹아 있는 제갈량의 진정어린 나라를 향한 마음은 북벌 중 임지에서 사망하고 무덤 또한 적을 바라 보게 해달라고 했던 제갈량의 마지막처럼 이 출사표를 통해 이렇게 후대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보면 좋겠지만 적어도 무릇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번역본이지만 아래 적어 놓고 저도 필요할 때 보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아래 번역본을 좀 꼭 읽어보세요.

신 량이 삼가 아뢰옵니다.

선제(先帝)께옵서는 창업하신 뜻의 반도 이루지 못하신 채 중도에 붕어하시고, 이제 천하는 셋으로 정립되어 익주가 매우 피폐하오니, 참으로 나라의 존망이 위급한 때이옵니다. 하오나 폐하를 모시는 대소 신료들이 안에서 나태하지 아니하고 충성스런 무사들이 밖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음은 선제께옵서 특별히 대우해주시던 황은을 잊지 않고 오로지 폐하께 보답코자 하는 마음 때문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마땅히 그들의 충언에 귀를 크게 여시어 선제의 유덕을 빛내시오며, 충의 지사들의 의기를 드넓게 일으켜 주시옵소서. 스스로 덕이 박하고 재주가 부족하다 여기셔서 그릇된 비유를 들어 대의를 잃으셔서는 아니되오며, 충성스레 간하는 길을 막지 마시옵소서.

또한, 궁중과 부중이 일치 단결하여 잘한 일에 상을 주고 잘못된 일에 벌을 줌에 다름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만일 간악한 짓을 범하여 죄 지은 자와 충량한 자가 있거든 마땅히 각 부서에 맡겨 상벌을 의논하시어 폐하의 공평함과 명명백백한 다스림을 더욱 빛나게 하시고, 사사로움에 치우치셔서 안팎으로 법을 달리하는 일이 없게 하시옵소서.

시중 곽유지와 비의, 시랑 동윤 등은 모두 선량하고 진실하오며 뜻과 생각이 고르고 순박하여 선제께서 발탁하시어 폐하께 남기셨사오니, 아둔한 신이 생각하건대 궁중의 크고 작은 일은 모두 그들에게 물어보신 이후에 시행하시면 필히 허술한 곳을 보완하는 데 크게 이로울 것이옵니다.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실이 맑고 치우침이 없으며 군사에 밝은지라 지난 날 선제께서 상총을 시험삼아 쓰신 뒤 유능하다 말씀하시었고, 그리하여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그를 도독으로 천거했사오니, 아둔한 신의 생각으로는 군중의 대소사는 상총에게 물어 결정하시면 반드시 군사들 사이에서 화목할 것이오며,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 모두 적재적소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다할 것이옵니다.

전한 황조가 흥한 것은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하고 탐관오리와 소인배를 멀리했기 때문이오며, 후한 황조가 무너진 것은 탐관오리와 소인배를 가까이하고 현명한 신하를 멀리한 때문입니다. 선제께옵서는 생전에 신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일찍이 환제, 영제 때의 일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셨사옵니다. 시중과 상서, 장사와 참군 등은 모두 곧고 밝은 자들로 죽기로써 국가에 대한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니,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들을 가까이 두시고 믿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머지않아 한실은 다시 융성할 것이옵니다.

신은 본래 하찮은 포의로 남양 땅에서 논밭이나 갈면서 난세에 목숨을 붙이고자 하였을 뿐, 제후를 찾아 일신의 영달을 구할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하오나 선제께옵서는 황공하옵게도 신을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무려 세 번씩이나 몸을 낮추시어 몸소 초려를 찾아오셔서 신에게 당세의 일을 자문하시니,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그 뜻을 받들었사옵니다. 그 후 한실의 국운이 기울어 싸움에 패하는 어려움 가운데 소임을 맡아 동분서주하며 위난한 상황에서 명을 받들어 일을 행해온 지 어언 스물하고도 한 해가 지났사옵니다.

선제께옵서는 신이 삼가고 신중한 것을 아시고 붕어하실 때 신에게 탁고의 대사를 맡기셨사옵니다. 신은 선제의 유지를 받은 이래 조석으로 근심하며 혹시나 그 부탁하신 바를 이루지 못하여 선제의 밝으신 뜻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하던 끝에, 지난 건흥 3년(225년) 5월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으로 깊이 들어갔사옵니다. 이제 남방은 평정되었고 인마와 병기와 갑옷 역시 넉넉하니, 마땅히 삼군이 북으로 나아가 중원을 평정시켜야 할 것이옵니다. 늙고 아둔하나마 있는 힘을 다해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대한 황실을 다시 일으켜 옛 황도로 돌아가는 것만이 바로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드리는 신의 직분이옵니다. 손익을 헤아려 폐하께 충언 드릴 일은 이제 곽유지, 비의, 동윤 등의 몫이옵니다.

원컨대 폐하께옵서는 신에게 흉악무도한 역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시킬 일을 명하시고, 만일 이루지 못하거든 신의 죄를 엄히 다스리시어 선제의 영전에 고하시옵소서. 또한 만약 덕을 흥하게 하는 말이 없으면 곽유지, 비의, 동윤의 허물을 책망하시어 그 태만함을 온 천하에 드러내시옵소서. 폐하께옵서도 마땅히 스스로 헤아리시어 옳고 바른 방도를 취하시고, 신하들의 바른 말을 잘 살펴 들으시어 선제께옵서 남기신 뜻을 좇으시옵소서.

신이 받은 은혜에 감격을 이기지 못하옵니다! 이제 멀리 떠나는 자리에서 표문을 올림에 눈물이 앞을 가려 무슨 말씀을 아뢰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건흥5년 평북대도독 승상 무향후 영익주목 지내외사 제갈량

<출처: 위키문헌 전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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