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는 사람

모두에게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향해

나의 인생 경험/군생활

[경험] 군생활 2년차

Jeongwon Seo 2022. 11. 26. 04:55

육군사관학교에 간 것이 제 인생의 2막이었다면 아마 화학병과로 병과를 바꾼 것은 제 인생의 3막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포병에 남아 있었다면 어떤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화학병과에 온 후로 받은 많은 기회들에 너무나도 감사할 뿐 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어떤 2년차 시절을 보냈는지, 1년차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소위가 어떻게 다음 군생활을 이어갔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화학학교에서의 추억

병과 그러니 소위말하는 군 주특기를 바꿨기 때문에 저는 다시 초급장교를 위한 초등군사반에 들어가서 약 3-4개월간의 교육을 다시 받았습니다. 거대했던 포병과 달리 화학병과는 상당히 사이즈가 아담했고 저희 기수에는 저와 제 육사 동기 한명, 3사 동기 8명 그리고 해군 3명을 포함해서 총 13명이 있었죠. 워낙 학생수가 적다보니 교육은 1년 학사장교 후배들과 함께 받았는데요. 그 친구들은 34명 정도 되었어요. 저희는 그래도 군생활 좀 했다고 독신장교 숙소를 받아서 비교적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단체로 막사에서 살아서 아무래도 좀 제한이 많았던 것 같아요.

 

 

후배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니 꼴랑 1년 차이 밖에 안나면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는 수업시간에 분위기도 잡고 쎈척도 하고 그래놓고 저희끼리 있을때는 왜 그랬냐면서 뒤에서 키득키득 대던게 정말 엊그제 같네요. 그래도 선배님 선배님 하며 따라다니는 후배들도 좋았고 수가 많지 않아서 정말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던 동기들도 그립네요. 지금은 전역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었거나 다들 거의 소령이 되어서 군에서도 중요한 직책에서 묵묵히 일하는 동기들 및 후배들을 응원합니다. 

 

육사 후배들이 하기 군사 훈련을 나왔다. 촌스러운 내 패션만 빼면 다 괜찮은 사진

 

제가 초군반에 있던 중 동기들과 함께 남원으로 MT를 갔어요. 주말에 다들 연인들도 만나고 쉬어야 할 텐데 기꺼이 시간을 내준 동기들이 고맙고 당시 좋은 숙소를 구하게 도와줬던 동기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 함께 광한루에 가서 산책도 하며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찍었고 저녁에는 고기를 구워먹겠다고 콘도에서 바베큐 그릴로 불을 붙였는데 다들 경험이 없어서 고기를 다 태워먹었네요. 그러면서도 좀 알딸딸하게 취해서는 재밋다고 낄낄대면서 먹었던 기억이 나고 근처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뽐내고 돌아왔어요.

 

다들 잘 살고 있겠지~ 보고 싶다 친구들아

 

초군반에서 동기들과는 정말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제 병과인 화생방은 그 많은 병과 중에도 꽤나 작은 병과인데 그러다보니 다른 병과 초군반에는 학생장교들이 바글바글 한 것과 달리 저희는 해군 포함해서 12명 밖에 없어서 오순도순 지냈던 것 같아요. 다들 성적 욕심을 부린다던가 누굴 딱히 싫어하는 친구들도 없이 다들 착해서 더더욱 잘 지냈던 것 같네요. 나름 중위라고 저희를 가르치고 통제했던 학교 요원들도 수업만 듣고 나면 터치가 없었기에 배달 음식도 시켜 먹고 졸업하기 전에는 다 같이 단체 사진도 남겼어요.

 

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다니... 세월 참 빠르다.

 

초군반을 마치고는 운좋게 서울에 있는 부대로 전출을 갔어요. 가서 많지 않은 저의 소대원들과 귀중한 1년여 간을 같이 보냈고 그 후에 러시아로 위탁교육을 떠나게 되어 짧았던 소대장 시절을 마치게 되었죠.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결혼도 했고 소대원들과 함께 유격훈련도 다녀오고, 행군, 제설작전, 연막탄 훈련 등 많은 훈련도 함께 해서 그런지 아직도 이 시절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우리 중대, 중대라고 하기엔 너무 적은 것 같지만 중대장님도 있고, 소대장, 분대장들도 다 있다!

 

2년차라고 나름 1년차 소위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만족감이 높았던 군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별로 군에서 한 것도 없는데 이젠 벌써 소령이라니... 군에서 받은 혜택을 다 갚으려면 귀국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네요. 다음 포스팅에서 또 만나요!

728x90
반응형

'나의 인생 경험 > 군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험] 군생활 1년차  (0)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