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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

[문화 탐방] 러시아의 특이점

Jeongwon Seo 2022. 12. 24. 02:29
틀린 것도 있다.
하지만 틀린 경우보단 다른 경우가 많고,
다름은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러시아에서 3년간 살아왔던 경험은 저에게 그저 유학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좋은 기억도 안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러시아의 생활을 더욱 가치있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름"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는 거에요. 이번 포스팅에서 제가 겪었던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 해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러시아어 학원에서

우리에게 제일 친숙한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랑 비교해서도 러시아어는 아주 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의문문의 강세가 마지막에 있지 않고 묻고자 하는 단어에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어로 "너 학교에 다녀왔니?"를 묻는다면 마지막인 "니?" 부분에서 어조 올려 묻겠죠. 하지만 러시아어로 말하면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다만 어조만 바꿔서 물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 " 학교에 다녀왔니?"
2. "너 학교에 다녀왔니?"
3. "너 학교에 다녀왔니?"

1번은 대화하는 상대가 무언가를 했는지 묻는거고 2번은 상대가 다녀온 곳이 학교인지 묻는거고 마지막으로 3번은 상대가 학교에 다녀온건지 안다녀온건지 행위자체를 묻는 문장이 됩니다. 언뜻보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고 어떻게 말할때마다 이를 다 고려하는지 싶지만 보통은 행위자체를 묻는 경우가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대화는 생각보디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어순의 차이

러시아에 도착해서 러시아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던 때였어요. 러시아인들에게 어순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들 말합니다. 실제로 문법적으로는 틀린말이 아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난 너를 사랑해"의 문장의 경우, 특별한 (혹은 생략된) 경우가 아니고는 어순이 바뀌는 경우는 없죠. 하지만 러시아어론 거의 모든 어순이 가능하답니다. 3가지 단어로 되어있기에 모든 경우의 수는 2의 3승으로 8가지가 되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어순은 두가지 정도로 한국어와 같은 어순인 "난 너를 사랑해"와 "난 사랑해 너를" 정도가 되겠네요. 러시아어는 동사에 주어의 정보(나, 너, 제3자, 우리, 너를 포함한 복수, 복수의 3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기에 생략에 있어서 한국어보다 조금 더 자유도가 높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아무 어순으로 쓰면 러시아인들이 말을 왜그렇게 하냐고 틀렸다고 말하기에 익숙해지는데 조금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러시아어의 반말/존댓말

선입견이라면 그럴수 있지만 상남자 스타일의 러시아의 불곰 형님들과 누님들은 존대라는 걸 잘 모를 것 같지만 사실 존댓말이란 비슷한 개념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존댓말을 사용하는 기준이 친근함이 되기에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가족끼린 절대로 존댓말을 쓰지 않죠. 저도 처음에 러시아 친구가 자기 부모한테 "너"라고 했을때 조금 뜨악하긴 했네요. 이성으로 만난 남녀사이에 있어서도 처음 만났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존댓말을 쓰지 않죠. 당연히 공적으로 만난 상대(학교 또는 회사 등)에게는 존칭을 사용하고요. 식당이나 카페 직원이 "너"라고 하더라도 아주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을거 같으면서도 전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모르는 이를 대함

제가 처음 모스크바 세레메치예보 공항에 내려서 입학수속을 밟으면서 느낀점은 러시아인들은 정말 듣던데로 엄청 불친절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시간이 지나며 좀 변하긴 했는데요. 몇몇 러시아 친구들이 이야기 해주기도 했지만 제가 내린 결론으론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모르는 이방인에게 아주 친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물며 기차의 동승객) 굉장히 예의가 바르게 되고 체면을 차리기 시작하더군요. 같은 사람들이 맞나 싶을때도 많았어요. 거리에서는 거의 막말을 아무렇게나 일삼는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만난 친구들도 너무나도 착했고 기차나 버스 등 몇시간만 같이 앉아있게 되면 먹을 것도 나눠주고 꽤나 놀랄 정도로 친절하더군요. 전부터 순진하도 숭고한 슬라브 민족(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동유럽 사람들 일부를 포함)이 외세에 수탈을 당했고 푸쉬킨이란 러시아의 대문호가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짖는 건 바로나 하는 짓이다"라고 했기 때문이라는데, 원인이 뭐가 됐든 납득은 잘 안되더라고요. 여튼 러시아에 여행만 하러 간다면 불친절함만을 느낄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러시아어 농담

러시아에 도착하고 나서 러시아어를 조금 재밋게 배워보려 서점에서 러시아어 농담집을 구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책이어서 그런지 모르는 단어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읽는 것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어요. 처음 몇개를 읽었을땐 제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나 싶었는데 근데 몇개를 읽어도 도통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러시아 친구를 불러서 같이 좀 봐달라했더니 첫 농담부터 빵터지면서 저한테 어디서 샀냐고 묻더군요. 어이가 아주 없었지만 정중히 어느 부분이 웃기냐고 물어봤고 친구가 아주 친절히 웃음 포인트와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 후로 러시아의 농담에 익숙해 지는데는 거의 2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의외로 러시아 사람들은 농담을 많이 좋아하긴 하는데 농담을 들을때면 "하하하..." 같은 어색한 웃음만 지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외

러시아인들이 추워에 강하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학원을 다닐때 원어민 강사분이 계셨는데 날이 조금만 추우면 저희보다도 더 꽁꽁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옷과, 모자, 장갑 등으로 덮고 오시더라고요. 물론 러시아에 가서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고요, 그런면에서 러시아인들이 육체적으로 추위에 강하다는 말은 틀린말일 것 같아요. 게다가 러시아에선 실내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건물에서 히터가 무료로 너무 따뜻하게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이 추운 날씨 때문에 추위에 익숙한 신체적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네요. 러시아인들이 추위에 강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옷가지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샤프카라는 털모자부터 군인들에게도 괜찮은 방한 용품을 지급해 주니까요. 한국 군인은 사시사철 거의 같은 정복을 입어야 하는데 러시아에선 계절마다 다른 옷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죠.


이번엔 다름에 대해 다뤄보며 러시아 이야기를 조금 해 봤네요.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여러 친구들과 사귀었음에도 아직까지도 편견을 가지고 있고, 다름이 싫을 때도 있는 저를 보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생각해요. 그래도 인종, 문화보다는 최대한 사람 자체를 중심으로 보고자 노력한답니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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