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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전반기 (코로나 전)

[썰] 미국에서 애기 낳기 (출산, 산부인과)

Jeongwon Seo 2022. 6. 4. 11:33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우리 둘째를 낳은 경험을 말씀 드리고자해요. 아기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가끔은 너무 보채고 안자고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행복을 주는 존재들이죠. 저희도 첫째를 그리 일찍 나은편이 아니라서 둘째는 조금 서둘렀던 것 같아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계획인 듯 아닌듯 찾아온 둘째. 첫째를 계획할 때는 꼭 언제까지는 가져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아이소망센터도 다니고 하면서 조언도 듣고 그랬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2018년 9월 예쁜 딸을 품에 안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째가 100일을 조금 넘기고 우리 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둘째는 미국에서 나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정확한 시기 같은 건 생각한게 없었기 때문에 둘째가 생긴거 같다고 아내가 이야기 했을 때, 아닐거라면서 말했던게 아내한테도 둘째한테도 좀 미안하네요. 

OBGYN, 줄인말인데 직역하면 정말 산부인과다.

미국에서는 좀 특이한게 임신했다고 OBGYN(산부인과)에 전화 한통만 하면 별다른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생년월일만 받아적고는 비타민이랑 영양제 보냈으니 근처 약국가서 공짜로 가져가라고 합니다. 좀 신기하죠? 저도 미국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영어도 서툴고 전공도 서툴다보니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가족들을 많이 돌보지 못한거 같아요. 그래도 뱃속에 둘째는 무럭무럭 잘 자라줬고, 저희 예정일보다 한달정도 먼저 예정일이 잡힌 친구가 있어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들은 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산부인과에 찾아갔죠.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아서 둘째도 제왕절개라 예정일보다 1주일 전에 저희가 날짜를 택해서 갈 수 있었어요.

첫째 딸과 우리 사랑스런 와이프

산부인과에 가니 아내가 좀 누워서 대기할 수 있게 해주고 의사가 와서 수술을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묻는게 애기 꺼내는거 보고싶냐고... 저는 됐다고 하고는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죠. 뭔가 애기를 낳기위해 사랑하는 아내의 배를 가른다는데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요즘은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흉터도 많이 남지 않고 속옷을 입어도 잘 안보이는 곳에 수술을 한다는데 그래도요. 애기는 정말 순식간에 나왔어요. 계속 같이 있다가 수술실에 아내만 들어갔는데 5-10분 정도 돼었는데 애기 나왔다고 오라고 하더군요. 양수에 덮혀서 끈적끈적해 보이는 둘째를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는 탯줄을 자리라고 가위를 줬고 그 후에는 간호사분 세 분이서 애기를 수건으로 닦더군요. 생각보다 막다루는 것 같은데 그걸 보면서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의 충격은 견딜 수 있게 되어있구나 싶었죠. 한국에 있을 땐 이런 걸 전혀 못보고 입원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 씼기고 옷도 입혀서 예쁜 모습으로 데려왔었거든요. 여튼 둘째의 첫인상은 많이 못생겼다였습니다. 첫째도 태어났을 때 못생겼지만 미안하지만 둘째놈은 조금 더 못생긴거 같네요.

못생긴건 나닮은거 같지 않은데...

진짜 전쟁의 시작. 하나 더 신기했던 건 아기를 낳은 산모에게 차가운 음료 등을 권한다는 거에요. 콜라, 쥬스 등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먹어도 된다면서 권하더라고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입원기간을 한국보다 더 적게 줘요.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1박 2일, 제왕절개는 기본 2박 3일, 최대 3박 4일을 주는데 한국에서 받은 5박 6일에 비하면 상당히 적죠. 신생아 실이라는 것도 거의 없다시피해서 애기가 태어나면 온전히 부모가 돌봐야 하는 데다가 산후조리원의 개념도 없기 때문에 아내도 그렇고 저도 겁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저는 이 당시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첫째도 있었기에 병원에서 짬을 내어 공부도 조금 했는데, 제 인생 최대 위기중 하나였던 것 같네요.

병원밥, 개인적으로 나는 맛있었는데

병원에서 아내의 식사는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내선 핫라인으로 병원에서 준 메뉴에 있는 것들을 시켜 먹을 수 있었어요. 많이 시켜도 뭐라 하지 않았기에 넉넉하게 시켜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맛있었어요. 한달전에 먼저 애기를 낳은 부부는 맛이 없어서 다 버렸다고 하는데 제 입은 역시... 어쨌든 식사는 한국처럼 포함되어 있기에 불편함 없이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요청하면 신생아 분유 같은 것들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조금 더 넉넉하게 챙겼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다 계산에 포함되는 거라는데 저희는 메디케어(저소득층을 위한 의료혜택)를 들고 있어서 모든 금액을 공제해 주기에 부담이 없었죠. 

애들은 잘때가 제일 예쁘다 그랬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어느새 네 가족이 되어 있더군요. 한층 어깨가 더 무거워진 기분입니다. 기분 탓일거라 생각하며 이만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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