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는 사람

모두에게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향해

러시아 생활/3년차

[러시아생활] 러시아에서 동기들과의 추억

Jeongwon Seo 2022. 11. 26. 04:32

정말 친했던 친구들이 나를 보겠다고 비행기 타고 멀리서 와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생도시절에 같이 동거동락하고 터키여행도 같이 갔었던 동기 둘이 저를 보겠다고 연말에 한국에서 모스크바까지 왔답니다. 아무래도 남자놈들이고 시시하고 전형적인 관광객 위주의 여행지보다는 조금 진짜 러시아를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중 한명은 또 좋은 인연과 이어져서 지금 부부로도 살고 있으니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12월 28일 쉐례메치예보 공항에서 친구들을 만났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그런지 아니면 나를 보러 이런 먼 나라까지 와줘서 그런지 친구들이 너무나 반가우면서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날이 이미 기울었기에 친구들과 간단히 반가움의 재회를 한 뒤 택시로 숙소까지 대려다 주었어요. 숙소가 생각보다 깔끔하니 괜찮았고 시내와의 거리 그리고 지하철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도 모두 좋았지만 영어로 써있는 간판이 별로 없어서 제가 항상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짐을 놓고 잠시 시내에 나와서 잠깐 동안 붉은 광장이랑 그 주변을 본 후 애들이 춥고 배고프다고 해서 일단 내가 좋아하는 캄차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직도 이 식당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음 날엔 간단히 모스크바의 랜드마크인 붉은 광장과 그 주변을 구경했어요.

 

바실리 성당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냥 뭐 이런게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크레믈린이구나 하는 정도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항상 크레믈린 안에 들어가면 보는 것이지만 나름의 러시아 생활 3년차 짬바로 황제의 대포와 황제의 종, 그리고 푸틴의 집무실, 무기 박물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었어요. 크레믈린을 구경한 후 바실리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테트리스에 나오는 바실리 성당을 구경했어요. 무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잠바를 의자에 걸어놨는데 지갑을 도둑 맞아버렸어요. 친구들 돈도 같이 모아 놔서 상심이 컸고 범인을 잡을 의지가 없어보이는 경찰을 보며 더더욱 상심이 커졌죠. 러시아인들은 자국민에게 아주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3년 내내 받았었고, 글을 쓰는 지금도 옛날 생각에 화가 나네요. 어느 정도 상황 종료 후 치킨 산다음 친구들 숙소 가서 치맥을 하며 옛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꽤나 괜찮아졌어요.

 

전승기념탑

 

모스크바의 명동 거리인 아르바트 거리에 다시 모여 한국에서는 먹기 힘들다는 쉑쉑버거 함께 먹고 빅토르 최의 벽과 푸쉬킨 동상 등을 보고는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승기념관과 승리공원으로 향했어요. 저녁에는 친구들과 공원에서 러시아식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구워 먹으며 또 옛 이야기를 즐겼죠.

 

눈 위에서의 샤슬릭, 눈에 맥주를 꽂아 놓고 꼬치구이를 함께 먹으면 크~

 

2016년의 마지막 날, 기념품도 사야하고 친구들에게 러시아 시장도 보여줄 겸 크레믈린도 있는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에 갔어요. 많은 관광객이 붉은 광장에서 기념품을 사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는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이즈마일롭스키로 오기도 하죠. 물론 그렇다고 아주 싼건 아니라도 충분히 여행 코스에 넣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돼요. 시장에 들어가서 양고기 꼬치구이와 볶음밥의 일종인 플로프 먹어보고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기념품 구입했어요. 저녁엔 러시아에 있는 다른 후배와 함께 만나서 치맥과 스타크래프트를 하고는 밤늦게 다들 집으로 귀가했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네요.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에서의 추억

 

2017년 제 생일과 함께 새해가 밝았네요. 친구들과 계획한 여행은 바로 리얼 러시아 체험! 제가 언어교환을 하는 나스쨔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국에서 오는 동무들(러시아어로 따바리쉬)이 있는데 제대로 된 러시아를 체험시켜주고 싶다 했더니 자기 동네로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차를 빌려 중간 지점인 블라지미르로 먼저 향했어요. 잘 모르는 도시라 여기 저기 다녀봤는데 도시 분위기가 매우 뭐랄까 환상적이랄까 동화속 겨울왕국처럼 잘 꾸며 놓았더라고요. 특히 새해라고 특별히 가판대들과 장식들을 세워놓은 것 같은데 그것들도 아주 볼만했어요. 저녁도 근처 블린(러시아 팬케이크)집에서 해결하고는 수즈달 숙소에서 지친 몸을 뉘였네요.

 

친구들과 함께 한 블라지미르

 

꽤나 외관이 근사한 블린집, 작은 도시라 그런지 가격은 너무 착했다. 

 

수즈달 여행은 친구들과 오니 예전에 다른 선배님들과 왔을 때와는 또 느낌이 아주 다르더군요. 그 때는 지도도 안 보고 그냥 선배님들이 가자는 데로만 갔었는데 내가 직접 지도를 보고 구경해보니 생각보다 구경할 게 조금 더 있긴 했지만 딱히 러시아 문화에 아주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빠르게 구경하고 지나갔죠. 수즈달에 있는 러시아 성곽들과 교회들을 둘러보고는 드디어 최종 목적지이자 러시아 친구의 고향인 카브로프로 갈 수 있었어요.

 

러시아식 정교회 건물들은 처음 보면 조금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또 보다보면 익숙해져서 흥미를 금새 잃는다. 무엇보다도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그럴지도.

 

친구의 고향인 카브로프에선 제일 먼저 친구 집을 방문했어요. 조금 충격적인 음식들을 내주긴 했는데 그래도 그나마 깐지찌르스카야 칼바싸라고 부르는 과자같은 건 차와 함께 먹으면 꽤나 맛이 좋았어요. 식사를 하고는 나스쨔와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구시가지에서 어떤 큰 건물과 전형적인 러시아식 집들, 러시아 극장 등을 구경할 수 있었고 특히 극장 안에 들어가니 직원이 실내도 구경시켜 주었어요. 확실히 작은 도시라서 그런지 사람들 인심이 모스크바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더군요. 아르세날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칼리얀(물담배, 시샤라고도 함)도 다같이 해봤어요. 

 

러시아 친구가 내어준 상, 정성이 고마웠지만 미안하게도 맛은 별로 없었다 ㅠㅜ
카브로프 산책
꺼지지 않는 불(좌), 깔리얀 혹은 시샤 혹은 물담배 (우)

 

다음 날, 날이 밝았을 때는 카브로프 근처 우쏠리예라는 시골로 여행을 갔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을의 문화원과 지역 성당을 구경했고 평범함 여행객인 우리를 위해 마을 신부님과 성당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을 시켜주었어요. 그 후에 우솔리예 마을의 이장님(?)님이 마을에 대한 유래 등도 설명도 해주시고 본인 집으로 초대해서 차와 간단한 다과를 내어 주셨어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던게 아주 인상적인데 기회가 된다면 러시아 시골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우쏠리예 마을에서의 추억

 

카브로프로 다시 돌아와서 크라스나야 고르까라는 곳에 가서 튜브를 좀 탔는데 저와 친구들도 재밋게 탔지만 러시아 친구와 아내는 특히 아주 만족스러워 하더군요. 그 후 아내와 나스쨔는 구시가지에 내려주고 저는 친구들과 함께 나스쨔의 아버지와 아는 사람들과 함께 반야(러시아식 사우나)를 하러 갔어요. 같이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현지인 말을 번역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반야 안에서 돌 위에 물을 뿌려 증기를 쐬었는데 정말 농담 안하고 더워서 죽을 뻔했어요. 뜨겁게 몸을 달구고는 바깥에 있는 욕조 위에 얼음을 깨고 찬물에 들어가서 몸을 식히고 그러기를 서너번 반복했는데 아주 쉽지는 않더라고요. 현지인들은 이렇게 해야 감기에 안걸린다는데 불곰국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서너시간쯤 그렇게 반야에서 시간을 보내니 온 몸이 다 녹초가 되었고 같이 반야를 했던 아저씨네에 초대 받아서 녹초된 몸으로 술을 먹었더니 다들 코알라가 되어서 뻗어버렸네요.

 

눈 튜브 타는 아가씨들
불곰국에서의 레알 사우나

 

이제 카프로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모스크바에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아침 식사를 러시아 친구와 했어요. 제가 넌지시 이 친구가 한국어를 배우는데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다하고 말을 했고 제 친구 중 한명이 연락처를 받아 갔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세르게예프 포사드라는 곳에서 구경을 하고 모스크바에 도착해서는 모스크바 국립대 야경을 가볍게 본 후에 후배 한 명도 불러 함께 좋은 저녁을 먹었어요. 

 

모스크바 국립대, 외관은 역시 남부럽지 않다
모스크바 살던 시절 가장 좋아했던 스테이크 가게 "토로그릴"

 

이렇게 친구들이 머물렀던 일주일은 다 끝났어요. 사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러시아까지 찾아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새삼 생각이 되네요. 참고로 연락처를 받아간 제 친구와 러시아 친구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고 다른 친구 한 명도 결혼해서 저처럼 애가 둘인데 귀국하면 빨리 좀 보고 싶네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뵐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