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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3년차

[우크라이나 여행] 비자를 찾아서 (상)

Jeongwon Seo 2022. 4. 3. 02:49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제가 비자를 받으려 갔던 경험을 공유드리고자 해요. 지금 포스팅은 쓰는 날은 2022년 3월 31일인데요.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 이제는 다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여러분께 제가 했던 경험을 들려드리고 싶네요. 

 

때는 2016년 여름, 제가 아직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요. 이미 2년 동안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비자가 만료되기 전 아무때나 갱신하면 된다는 학과 사무실의 말을 듣고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다가 다시 학교에 왔어요. 이제 막 비자 업무를 알아보려 학과 사무실에 문의했는데 그 때가 비자가 한 5일 쯤 남았나봐요. 그랬더니 학과 쪽에서 잘 못 알려줘서 미안하다며 최소 3주는 있어야 갱신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른 나라에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학업비자를 여행비자로 전환하고, 나중에 다시 나가서 학업비자를 취득해서 오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러시아 국내에서는 비자 전환이 안되고 발행도 안된다고... 비용이나 시간이나 한국을 다시 갈 수는 없으니 가까운 우크라이나에 다녀오기로 하죠. 그래서 비자가 만료되는 8월 31일에 러시아를 떠나서 9월 1일에 다시 돌아왔어요. 비자 상태만 전환하러 가는 거라서 그냥 혼자서 제일 싼 버스로 갔죠.

 

1차 비자 여행

 

버스를 한 16시간인가 타야 했던 것 같은데 가격은 대략 3~4만원인가 했던거 같아요. 지금 다시 검색해보려하니.. 러시아 상태가 전쟁 때문에 영 사이트고 뭐고 제대로 되는게 없네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는데 뭐 저도 기대를 안했지만 상태는 한마디로, 러시아가 러시아 했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오후에 버스를 타고 자정 쯤에 국경에 도착했던 것 같아요. 깜깜한 밤에 러시아 국경 수비대가 검문을 하겠다고 버스에 들어왔고, 버스 기사랑 뭔가를 이야기 하더니 대뜸 저한테 와서 제 짐을 검사 안할테니 5000루블 정도(당시 약 10만원)를 달라 하더라고요. 당연히 싫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러면 버스에 탄 사람들 짐을 다 검사해야 한다고... 저야 상관없으니 하라고 했더니 그냥 각자 100루블 (약 2000원)씩 주면 그냥 짐 검사를 안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주변 시선이 따가웠지만 제가 잘못한 것도 없고, 여튼 러시아 정부에서 일하는 놈들은 거의 다 양아치나 다름이 없어요. 여튼 그렇게 국경을 지났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을 해서 숙소에 짐을 풀곤 저녁을 먹으러 나왔어요. 숙소 주인이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샤슬릭이라는 꼬치 고기구이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샤슬릭에 맥주 한 잔 하니 약 5천원 정도 낸거 같아요. 역시 우크라이나 물가는 최고! 아래 사진은 제가 먹은 건 아니지만 비슷하기에 가져왔어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간단히 기차역 근처에 가서 시장 구경을 좀 하다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어요. 다행히 이번엔 국경 수비대가 별 말 안하고 보내주더군요. 웬지 떠나는 놈한테 한 푼 더 뜯어내고 오는 놈은 러시아 내에서 뜯기라는 건가... 여튼 버스는 불편했지만 이렇게 1차 비자 여행을 완료함으로써 저의 비자 상태는 학생에서 여행자로 바뀌게 되었네요. 

 

2차 비자 여행

 

10월 5일, 학생비자에서 여행자 비자로 바꿨고 이제는 다시 학생비자로 바꾸기 위한 여행을 떠났죠. 러시아에서는 종착 목적지가 되는 곳의 이름을 따서 그 기차 역의 이름을 명명하곤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기차를 타기 위해 간 곳은 키예프스카야 역이에요. 키이우가 러시아어로는 키예프니까요. 키이우까진 약 기차로 10시간 정도 걸린거 같아요. 기차를 타면 국경 수비대가 검문도 빡빡하게 안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대충 슥 둘러보고 여권보고 가는 정도? 그렇게 국경을 지나 키이우에 도착을 했어요. 전에 한 번 와봐서 그런지 사진이 많지는 않네요. 조금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는데 바로 이발 사진. 이 때 이발비가 한 17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뭐 나름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키이우에서 이발하기

점심은 주위의 핫도그 파는 데서 간단히 먹었고, 이번 여행의 본래 목적인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주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사관에 방문을 했죠. 도착하니 비자와 관련된 사항은 다른 곳에서 처리한 다면서 다른 주소를 알려줘서 짐을 계속 들고 알려준 주소까지 열심히 갔죠. 그래도 날씨도 모스크바 보다 좋고 물가도 싸니까 기분 좋게 대중교통을 타고 도착을 했는데 막상 알려준 주소로 가보니 전혀 대사관 같지가 않더라고요.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거리 이름이 바뀌었다면서 왔던 길로 좀 더 돌아가라고 했어요... 여튼 우여곡절 끝에 대사관을 찾을 수 있었고, 들어가 보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올 수 없다 하더라고요. 게다가 지금은 담당자가 출장을 가서 없고 대리인도 없다 하기에 일단 숙소로 돌아와서 비자 온라인 신청했고, 다시 영사관으로 찾아갔는데, 이번에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하고는 며칠 있어야 발급이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기분 좋게 여행이나 하고 오기하고는 바로 리비우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어요.

 

107일, 리비우로 떠나는 기차는 새벽 4시에 있어서 저희는 새벽 2시에 일어났어요. 기차를 타고 오후에 리비우에 내렸는데 첫 인상은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좀 지저분하다고 해야 하나 날씨가 안좋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기차역 주변도 그닥 예쁘지도 않고 우중충한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하지만 트램을 타고 리비우 시내로 진입을 하면서 우리의 실망은 금새 녹아 없어졌어요. 유럽풍의 멋진 집들과 상점들 그리고 활기 넘치는 도시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이더라고요.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주변 호객꾼들에게서 정보를 캐 낸 뒤 본격적으로 지도를 보며 루트를 짜고 관광길에 나섰는데 먼저 중심가를 천천히 둘러보았고, 그 중 사람이 정말 많던 가게에 들어가봤는데 체리 술을 메인으로 파는 데에 상점이더라고요. 안에는 일단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밖에 몇 개 있는 스탠딩 테이블도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어요. 물론 구경도 하고 잔으로도 팔길래 가볍게 한잔 했죠. 

 

체리 와인 한잔 하실라우?

 

중심을 좀 둘러본 후에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는 전망대로 걸어 올라갔어요.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도 쐬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서 오페라 극장도 보았고 그리스 식당에서 저녁도 먹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물가가 저렴했고, 저희가 들렀던 그리스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에 맥주를 곁들여 먹어도 둘이서 만원 만오천원 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전망대에서 본 리비우 전경

밥을 먹고 오데사로 가는 밤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며 멋진 아경과 함께 사진도 찍었고 유라 성당, 리비우 대학, 이름은 모르지만 마치 체코의 프라하 성을 닮은 성당 등을 보며 리비우의 야경을 즐겼죠. 확실히 낮에는 조금 지저분해 보였던 건물들도 밤에 비춰주는 조명과 함께 보니 더욱 분위기도 있고 갬성을 느껴볼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건물이나 거리도 확연히 밤에 보는게 괜찮았다는 기억이 나네요. 

 

유라 성당, 리비우

 

리비우에서 산 기념품들도 다행히 사진으로 남겨놨네요. 이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전통 의상을 입은 곰돌이 인형, 오른쪽에는 체리 와인 푸틴이 그려진 똥닦는 휴지 등 재미있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았던 리비우 여행이었어요. 

 

리비우 기념품들, 푸틴이 그려진 휴지가 인상적이다.

 

밤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오데사로 향했어요. 

 

108일, 오데사에 도착을 했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서 공기도 조금 차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어요. 식당도 대부분 안열었기에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죠.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좀 걸었는데 전통 시장 같은 게 보여서 간단히 간식도 사먹고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이니 식료품, 가재도구 등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곳이 나와 즐겁게 구경을 할 수 있었네요.

 

오데사 새벽시장

 

숙소를 찾는 게 조금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깔끔한 숙소에 너무 감사하며 조금 쉬다가 뒤 밖으로 나와서 숙소 주인이 추천해 준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아직도 남아 있을진 모르겠지만 푸자타 하타라는 이름의 스탈로바야(레스토랑 보단 급이 낮은 서민 식당 정도?) 였는데, 맛도 정말 괜찮았고 가격은 더 괜찮았어요. 신기하게도 메뉴는 러시아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음식이 많았는데 맛은 우크라이나에서가 훨씬 좋았어요. 아쉽게 음식을 다 먹은 사진 밖에는 없네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분위기 좋은 맛집!

 

109일, 아침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와서 오데사를 본격적으로 구경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꽤나 큰 도시에 해안 도시 치고는 볼 건 별로 없는 편이었어요. 뭐 이상한 다리도 보고 동상도 보고 그리고 공원 옆에 붙어 있는 다리를 건너서 바다도 보고 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바다 구경이랑 맛있는 음식들, 특히 숙소 있는 곳 근처 공원에 닭죽을 공짜로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바닷가에서 노는 우크라이나 아가들
맛있었던 공짜 닭죽

워낙 음식 맛이 좋아서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배가 출출해 지길 기다리다가 마지막으로 눈여겨 보고 먹지 않았던 햄버거 집에 가서 햄버거를 하나 사서 먹으며 다시 키이우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돌아왔죠. 이제는 키이우로 돌아가서 비자 업무를 봐야죠... 벌써부터 마음이 지치는 것 보니 러시아와 일하는 건 정말 저랑 맞지 않는 것 같네요.

 

1010일, 키예프 기차역에 내려서 일단 비자 관련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찾아갔고, 에이즈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검사도 했고, 여차저차 급한 일을 처리하고는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으며 2차 비자 여행까지 마치게 되었네요.

 

 

 

젊었던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지금은 전쟁 때문에 다 추억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상실감도 느껴지는 포스팅이었네요. 하루 빨리 전쟁이 종식되고 우크라이나에도 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포스팅을 마칠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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