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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3년차

[여행] 짧았던 벨라루스, 칼리닌그라드 여행

Jeongwon Seo 2022. 11. 26. 12:52

저는 연휴가 조금 짧아서 어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여행은 아내가 가자고 많이 졸랐던 것으로 기억이 나요. 아내 말로는 자기는 그냥 운만 띄웠을 뿐인데 제가 열심히 이리저리 조사해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된 거라고 하는데 뭐 어쨌건 러시아랑 이상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섬이라 불리는 칼리닌그라드를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로 가는 기차표

 

때는 추웠던 113일, 모스크바에서 민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벨라루스까야 역으로 왔어요. 러시아에서는 종착역의 이름을 따서 기차역을 지으니 벨라루스까야라는 이름에서부터 벨라루스로 간다는 걸 알수 있죠. 기다리는 시간 동안 KFC를 가볍게 먹고 기차 안에서는 푹 잤고 다음 날 아침 아줌마들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어요. 6시 10분 도착한 민스크 역에서는 눈이 말그대로 펑펑 내리고 있었고 밖은 어둡고 기차에서 자서 피곤했지만 여행을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죠. 민스크는 생각과는 다르게 (사실 러시아의 여느 도시들과 다르게) 아주 깨끗한 도시더라고요. 러시아와 벨라루스, 두 나라는 상호 협정에 의해 거의 한 개의 나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상 그렇진 않고 그 때문에 생긴 일화가 있는데 곧 나올거에요. 어쨋든 눈도 내리고 앞도 잘 안보이지만 이리저리 지도가 가르쳐주는 관광명소들을 따라서 새벽거리를 헤매었어요.

 

내가 잘나와서 한컷

 

아내가 잘나와서 한컷

 

이 새벽에 눈 오는 날 돌아댕기는 정신나간 여행객은 우리뿐이다

 

다음 기차인 빌니어스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 돌아오니 기차 출발까지 약 1시간 정도 남았더라고요. 새벽같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느라 너무나도 피곤했고 추운 곳에서 덜덜 떨며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곳에 와서 그런지 잠이 솔솔 와서 알람을 맞춰놓고 아내랑 기차역 의자에서 가방 껴안고 잠에 들었다 오전 11시에 빌니어스로 출발하는 기차에 탔어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의 국경에서 저희 여권에 문제가 있다면서 내리라는 것이에요. 비자가 없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데,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갈 때 비자가 있었어야 했다더라고요. 뭐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벌금을 따로 내진 않았지만 기차표를 새로 사야했고 협약문이라는 프로토콜을 썼어요. 아쉽게도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고 화장실 갈 때도 이야기를 하고 가야 했으며 갇힌 곳에서 약 9시간을 있었는데 시간도 아깝고 무엇보다 너무 심심했어요. 뭐 정말 여행을 하다 보니 별일이 다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행이 엄청 나쁜 일들은 없었기에 아직도 철없이 여행을 다니는거겠죠?

 

기다리며 동영상을 봤지만 그래도 9시간은 너무 길다(좌), 그래도 근처 마트가 있어서 출출함을 달랠 순 있었다(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벨라루스를 빠져나올 수 있었고 빌니어스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10시였어요. 국경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그래도 여유있게 구경을 했을텐데 많이 아쉬웠지만 숙소가 시내에 있어서 숙소에 짐을 놓고 잠시나마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어요. 밤도 늦었고 고생도 많이 한 날이었기에 여행을 일찍 마치고는 숙소로 들어왔지만 숙소는 생각보다 추웠고 가까운 화장실에서는 차가운 물 밖에 나오지 않아서 따뜻한 침대에서 몸을 녹이며 잠을 청했죠.

 

겨울여행은 어둡고 춥다. 그래도 낭만이 있을지도!?

 

다행히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은 가볍고도 아주 유럽스러웠으며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처음으로 느끼는 빌니어스의 따뜻함이랄까. 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목적지인 클라이페다는 작은 항구 마을인데 작지만 깨끗하고 예뻣어요. 그래서 그런지 기념품도 꽤나 사고 남는 시간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했죠.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탄 배 위에서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야경이 아닌 낮 풍경을 바라보는 게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갈매기들이 울부짖고 별로 멀지 않은 곳에 꾸르스카야 코싸라는 내가 진즉부터 가고 싶어하던 도로가 눈 앞에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기다리는 버스가 있었고 버스를 타고 길 위에 작은 도시이지만 아주 예쁘다는 니다라는 도시로 향했어요. 니다에 내려서 여행사에 들르니 칼리닌 그라드로 가는 버스는 저녁 6시에 한 대 밖에 없다는 것이에요. 우리에게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구경하면서도 시간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 곳 슈퍼에서 꿀술도 좀 살 수 있었고 서로 먹고 싶은 것들도 좀 샀어요. 슬슬 여행이 막바지로 흘러가서 그런지 우리는 자주 이제 이것도 얼마 안남았다고 얘기를 했고 예전 같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들도 이제는 그냥 사기 시작했죠.

 

깔끔하고 아름다웠던 작은 마을, 니다

 

저녁에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버스가 와서 탑승하여 러시아의 섬 칼리닌그라드로 향했는데 글쎄 국경에서 저희 여권에 문제가 있다고 또 잡혔어요. 아무래도 벨라루스를 거쳐 갔던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아 저희가 가진 문서들을 잘 보여주고 설명을 했더니 이번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어요. 어렵사리 칼리닌그라드에 도착했고 다음 날도 시간이 있기에 저녁만 나가서 먹고 숙소에서 좀 편히 쉬었는데 방도 너무나 따뜻했고 깨끗했으며 물도 따뜻했고 모든게 완벽한 숙소였네요.

 

숙소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

 

칼리닌그라드의 아침은 대충 맥도날드로 해결하고 칼리닌그라드에서 꼭 봐야한다는 임마뉴엘 칸트를 찾아 나섰어요. 도시 중앙에 작은 섬이 있었는데 그 섬 안에 큰 교회가 있었고 칸트 박물관도 있었어요. 철학에 별로 관심도 없고 칸트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박물관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박물관을 나와서 칸트 무덤을 보고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아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공항으로 이동했죠.

 

임마뉴엘 칸트, 아주 유명한 철학자라고들 하더라...

 

3일 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뭐 제일 중요한 건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고 몸 성히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거 겠죠? 여러분들도 안전한 여행에서 많은 추억을 쌓길 바라며 이만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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