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는 사람

모두에게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향해

할많하자/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말

책 읽거라 아가들아

Jeongwon Seo 2022. 9. 30. 10:18

지금까지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너희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거지만 아빠도 마찬가지란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아빠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온 것들이 너희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을까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단다.


어릴 적 기억

아빠는 어렸을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어머니, 그러니까 너희에겐 할머니도 공부는 하라고 했어도 딱히 여러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시지는 않은 편이었다고 아빠는 기억하고 있어. 이미 하늘나라에 계셔서 너희는 만나본적 없는 할아버지는 집에서 소설 읽는 걸 즐겨하셔서 아빠에게도 몇권의 책들을 추천해주시곤 했었지만 읽진 않았지. 무엇보다도 꼭 책을 읽으려 하면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책 읽는게 너무 어렵더라고. 그래도 중학교 땐 친구의 추천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 엄청 재미있어서 수업시간에도 소설책을 교과서 사이에 끼고 볼 정도였고, 처음에는 4-5시간 정도 읽어야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2-3시간이면 다 읽게 되더라고. 물론 판타지 소설에 중요한 내용도 없고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속도가 점점 빨라진 것 같아. 아빠가 생각하는 첫 번째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너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문서와 뉴스, 책 등 텍스트로 이루어진 정보를 접하게 될텐데 이런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진다는거야. 뭐 그 후에 스타크래프트라는 한국인의 전통게임이 출시되고 개인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소설마저도 읽는 걸 그만뒀지. 아빠는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수능을 보고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갈때까지도 게임을 자주 했던 것 같아. 어찌저찌 육군사관학교까지 들어갔지만 버거운 생도생활과 그 생활을 버티게 해준 단비같은 주말들은 놀기만 해도 바빴고 책을 읽지 않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 버렸지.

 

의도치 않게 책을 읽기 시작함

그러다 생도 3학년 때부터인가 생도들에게 나누어주는 도서구매권으로 소설을 사다가 보기 시작했어. 당시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소설이 굉장히 재미있었거든. 그 외에도 베르나르베르베르 등 소설들을 사다가 읽었어.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들도 많았고 그런 소설들과 그 소설의 작가의 작품들이 아빠가 소설을 고르는 기준이 되곤했지. 안타깝게도 아빠는 생도생활 증 징계라는 걸 받게 됐어. 뭐 아빠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벌을 받은거지. 그래서 50일 정도 일과시간 후에는 자습실에 가서 반성을 하며 여가 시간도 즐기지 못하고 주말에도 내내 자습실에 가 있었거든, 그 때 책을 많이 읽었어. 역사, 전쟁, 문학 등 소설 외에도 관심가는 책들은 다 가져다가 읽었어. 책도 보고 한자도 많이 외웠는데도 (물론 아빠 잘못에 대해 반성도 했지만) 평생 즐겨보지 않던 책과 있는 시간은 짧게 느껴지지는 않았지. 아빠가 그간 철없이 살아온 그런 시절들도 생각해보고 책을 보면서 더 풍부하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봄부터 시작한 징계를 마치고 나니 벌써 꽃도 다 지고 여름이 다가 오더라고. 아빠가 다닌 육사에는 가을에 4학년 생도들을 위한 화랑제라는 특별한 축제가 열리는데 그 때 파트너를 꼭 구해야 해서 마음이 다급하더라고. 여튼 그래서 닥치는 대로 소개팅 자리도 많이 나가도 청양에 사는 친구네 집에 방학때 방문했는데, 그 때 청양고추축제라는 지역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혹여나 고추아가씨가 나오면 좀 꼬셔서 화랑제에 데려가 볼까 생각도 했지. 여튼 책을 읽고 나니까 이성을 만날때도 전에는 보지 못하던게 보이더라고. 그 사람이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아빠가 만났던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조금 유치한 적들도 많았어. 이제 곧 졸업하고 야전에 가야하는데 조금 더 배우자와 비슷한 사람을 고르고 싶었나봐. 다행히 졸업하기 전 너희 엄마를 만났지. 이게 아빠가 생각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야. 사람보는 눈이 더 명확해 지는 거지. 

 

책과 친구가 됨

너희는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아빠는 1년 반 동안 가족들 없이 홀로 미국에서 지내며 박사과정을 이어갔어. 엄마와 너희가 보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너희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이모, 삼촌, 할머니 등의 다른 가족들과 잘 지낼 수 있어서 아빠는 힘들었지만 그 기간을 잘 버틴 것 같아. 너희가 없는 동안 아빠는 아빠의 학교 선배가 초대를 해주셔서 여기서 차를 타고 11시간 정도 가야되는 앨러바마 주의 어번이라는 도시에 다녀왔어. 외국에서 만난 선배는 아빠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선배님 그리고 가족, 당시 6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가씨와 2박 3일을 지내다가 왔어.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선배가 다닌 대학 구경도 하고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빠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선배가 빌려준 책이었어. 당시 막 주식을 조금 시작해서 이것저것 관심이 많았는데 선배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좋은 책이라며 추천을 해주시더라고. 투자와 관련된 책이었지만 사실 본질은 심리에 관한 내용이더라고. 너희도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라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책을 한 권 다보니 너무 배운게 많은 것 같고 아빠 스스로가 업그레이드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엄마와 너희를 보러 여름에 한국을 방문했을때 책을 많이 주문해서 미국으로 들고왔어. 미국에서 또 책을 읽고 다음 해 3월에 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읽었던 책을 고이 창고에 놓아두고 또 책을 한 묶음 들고 미국에 왔지. 6월에 엄마와 너희를 데리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은 책을 읽다가보니 여러분야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세상의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 아빠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투자, 부부관계, 환경문제 등등 어려운 문제일수록 오히려 그 안의 본질은 더 단순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다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한다지만 아빠 생각에 책을 읽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부수적인 것들을 떼고 현상, 사물, 문제의 본질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야. 


마치며

앞으로 너희가 커가도 아빠는 계속 너희에게 책을 읽으라고 할거야. 책을 읽는 건 너의 인생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의 면면을 밝힐 수 있는 도구이고 스스로를 성장 시킬 원동력이기 때문이지. 아빠를 닮았다면 너희도 책 읽는게 너무 싫을거야. 그래도 깨달음이 올때까지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지도해 줄게. 아빠도 모르는게 많아 아빠랑 함께 배우자. 너희들이 정말 튼튼하고 견고한 삶을 쌓아가길 바라며 이만 이 글을 줄일까 해. 

728x90
반응형

'할많하자 >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 변화  (0) 2022.12.09
제대로 배우기  (0) 2022.12.07
방향의 중요성  (0)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