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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배우기

Jeongwon Seo 2022. 12. 7. 11:18

아이들아 이번에는 너희에게 배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싶어. 아빠가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시절 1994년부터 지금까지 남들과 비교해서 조금 짧을수도 있지만 거의 30년을 공부해오면서 이제서야 내린 결론들이야. 너희가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많은 공부를 할텐데 그 전에 꼭 좀 읽어보았으면 해. 

 

아빠의 배움

아빠는 지금도 그렇지만 항상 느리게 배웠어. 비록 한 살 밖에는 차이 안나더라도 너희 작은 아빠는 눈치도 빨랐지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빠보다 더 빨리 배웠어. 공부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야 제대로 시작했고 늦은 배움에 재수까지 했던거야. 아빠는 살면서 엄청 열심히 한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너희에게 부끄러움이 많지만 그래도 아빠는 본질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잘못된 답을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어. 아빠의 배움의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탄력을 받으면 아주 빨라지곤 했지. 아빠가 어떤 문제의 핵심을 알고 아빠가 가진 도구들을 정확히 이해할 때여야만 이 탄력이라는 것이 생기더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좋지만 너희는 잘 모를 수 있는 아빠의 인생 경험을 조금 이야기 해주면 좋을 것 같아. 

 

아빠의 학생시절은 꽤나 나쁘지 않았어. 학구열이 높으신 너희 할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친구들과 많은 추억들을 남기고 고3이나 되서야 아빠는 당시의 대학입시 시험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것 같아. 노력도 많이 안했던 아빠가 많은 내용을 배우려니 시간이 부족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 번째 수능을 볼 때 즈음 출제자의 의도니 그런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그냥 점수에 맞는 대학에 가려던 아빠의 생각과 달리 너희 할머니의 선견지명으로 아빠는 재수학원을 다녔어. 다행히 그 때의 깨달음으로 재수학원에 들어가자 마자 본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장학금도 받았던 기억이 나. 뭐 엄청난 성공 스토리라고 하기엔 육사도 겨우 들어갈 점수였으니 그냥 너희만 알아두었으면 해. 

 

그렇게 어렵게 입학한 사관학교지만 생도 땐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 생도시절이 매우 힘들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군인이라는 꿈도 없었고 졸업만 하면 다 장교가 되고 같은 월급을 받는하니 별로 동기부여도 없었던 것 같아. 운 좋게 대학원에 석사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러시아에서의 3년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아빠가 탄력을 받을 때 즈음 이미 아빠 손에는 학위가 들려있었어. 지금은 박사과정을 4년차를 거의 마치고 5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빠는 느려서 3년을 꼬박 보냈고 나서야 이제 아빠가 제대로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아. 앞으로는 남들 못지않게 많은 논문도 쓰고 학회도 꼬박꼬박 나갈 생각이야. 나중에 너희가 이 글을 읽을 때 아빠가 쓴 논문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읽히고 아빠가 근무하는 분야에도 아빠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기본과 근본

아빠는 과학을 많이 공부했단다. 그러다보니 사물을 볼 때 과학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아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배움에 있어 두가지 본질을 이야기 하고 싶어. 첫째는 기본이고 둘째는 그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찾아낸 근본이야. 너희가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방정식이 무었인지 배웠다면, $1+1=2$ 는 더하기라는 수학법칙 그러니 기본을 배운 것이고, $x+1=2$ 에서는 $x=1$ 이라는 해(root = 근본)를 찾은 것이지. 

 

아빠가 공부하는 과학 및 공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이루는 수학과 물리법칙이야. 너희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였든 너희의 해결책이 보기에 좋다 하더라도 수학과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방법들은 모두 쓸데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나. 이런 면에서 기본이 정말 중요하단다. 기본을 쌓는 건 매우 지루하고 진도가 더뎌 성과가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래도 너희가 착실하게 기본을 쌓는다면 시작을 더딜지라도 남들이 감히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어. 

근본을 찾는 것 또한 기본을 쌓는 것 만큼 힘들단다. 위의 방정식에선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과학, 더 나아가 인생의 함수는 결코 미지의 변수를 찾는게 쉽지 않아.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명성, 부, 권력 등을 이루는데 필요한게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끈기를 이야기 할테고, 누군다는 적절한 휴식을 이야기 할테고, 저마다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 하겠지. 심지어 몇 십년간 한 분야에서 연구한 뇌과학 교수가 쓴 글이라도 그 사람이 근본을 찾았다고 말하긴 매우 힘들어. 그렇다고 모두 다 틀렸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근본을 찾으려면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단다. 아직까지 아빠가 생각할 때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효율"인데 나중에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면 좋겠어. 그리고 아빠가 노력해 보았고, 지금도 노력 중이듯 너만의 필수요건, 그러니 성공을 위한 근본을 찾는 것도 너의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 

 

아빠가 이야기 했지만 인생에 있어서 기본과 근본, 모두 한 순간에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란다. 너희가 각자의 자리에서 튼튼한 기초를 쌓고 여러 직간접 경험 근본을 찾는 시야를 가졌으면 해. 너희 옆에는 아빠가 멘토이자 함께 길을 찾는 동반자가 되어줄게. 사랑한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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