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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학회] 미국원자력협회 겨울학회 (Phoenix)

Jeongwon Seo 2022. 11. 27. 12:18


이번 겨울에 미국원자력협회에서 주최하는 학회가 피닉스에서 있다는 말을 듣고는 교수님께 바로 달려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고 말했죠. 흔쾌히 잘 다녀오라며 말을 하셔서 바로 비행기도 구입하고 숙소를 학회가 열리는 곳으로 예약했는데 단체할인을 적용 받아도 여전히 비싸긴 하더군요. 교수님께 숙박비를 말씀드렸더니, 무슨 그런 비싼데서 자냐며 좀 더 저렴한데로 바꿔야 숙박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학회 호텔 (Arizona Grand Resort & Spa)가 아닌 Springhill Suites at Arizona Mills Mall로 예약을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잘 한 것 같아요. 처음에 리조트에서 아이들과 물놀이 할 수 있을거란 제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피닉스(Phoenix)가 추웠거든요. 절약한 돈으로 렌터카 예약을 하고 기존 일정을 전부 바꿨어요. 그럼 저희 가족이 함께 했던 여행들과 학회일정 등을 소개해 드릴게요.


토요일 새벽,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아이들을 깨워 차에 태우고는 공항으로 향했어요. 아이들은 잠이 덜깼고 비행시간 한시간 반쯤 남았을 때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에 카트가 없어서 엄청 당황했어요. 주차장에서 공항 내부로 이동하니 돈을 내고 카트를 뽑을 수 있었고, 다행히 직원들이 아이들이 있어서 수속이나 공항 내 검사하는 곳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비행기 출발시간 20분을 남기고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네요.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나 놀이터(좌), 아가들과 함께하는 피닉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의 3시간 반(우)


피닉스에 도착하고 차를 빌려야 하는데 예상과 다르게 렌터카 센터는 공항 밖에 셔틀로 10분 정도 이동해야 하더군요. 렌터카 회사에서 승용차 5대 정도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했는데, 토요타, 포드, 등의 차 중에 유독 기차 K5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에도 차를 빌려보니 이상하게 한국차가 잘 나가던 것 같아서 고민할 필요없이 차를 고르고 짐과 카시트를 장착하고 금강산도 식후경, 피닉스에 있는 한인마트로 향했어요. 푸드코트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골라서 아이들과 시켜먹고 숙소에 와서 체크인을 했네요.

처음오는 곳은 모두 신비한 모험, 많이 보고 무럭무럭 자라라~


숙소에 돌아와서는 물놀이는 잠깐 했어요. 수온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바깥이 선선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춥더군요. 애들이 낮잠을 많이 자서 체력 좀 빼려고 30분 정도 물놀이를 마치고 근처 키와니즈 공원에 산책을 갔는데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힘들더군요. 다음 날도 긴 여정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기에 구경을 어느정도 마치고는 일찍 들어왔어요.

 

준비운동을 해야 다치지 않는다고 친구들!
키와니즈 공원에 있었던 놀이기구와 중세시대 신사와 공주


이번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도 볼 수 있는 여행 날이에요. 그랜드캐년과 앤탈로프캐년, 그리고 호스슈까지 쉽진 않은 여정이기에 새벽에 출발을 했죠. 피닉스에서 그랜드캐년까지 약 3시간 반을 운전하면서 차량에 표시되는 외부 온도를 확인해보니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더라고요. 이날 아침에도 날씨 어떻냐는 아내의 질문에 괜찮을거야 사막인데 대충챙기라고 했던 기억이 나며 너무 후회를 하며 그랜드캐년 입구 전에 있는 작은 마을에 들렀습니다. 딱봐도 관광객만 올거 같은 작은 마을엔 스타벅스와 패스트푸드점들, 기념품점들이 있었지만 옷가게는 안보이더군요. 그래도 웬디즈에서 밥을 먹으며 점원에게 물어보니 그랜드캐년에서 하이킹하는 게 아니면 뷰가 보이는 곳은 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고 하여 치마와 반바지를 입은 애들을 데리고 그랜드캐년으로 향했어요.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 가족들 모두 잠들고 나는 해가 운전을 하며 해가 뜨는 걸 봤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웬디즈의 감자튀김, 사우스림 그랜드캐년 입구에서 즐겼다. 개인적으로 이 곳에서는 아침에 가격이나 사람들의 붐빔 정도를 봐도 맥도날드보다 웬디즈가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사우스림의 Dessert View 쪽은 점원의 말대로 주차장 바로 옆에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사진을 좀 찍을 수 있었네요. "그랜드"라는 말이 아주 어울리는 멋진 광경이었어요. 저희는 못했지만 시간이 여유가 된다면 길 잃지 않게 조심하시며 하이킹도 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풍경이 너무 끝내주게 좋기 때문에 간식이나 마실거리 등을 챙겨서 여유있게 보시면 좋아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는 풍경

 

다음 목적지인 앤털루프캐년까지는 그랜드캐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근처 인디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마을 규모가 조금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행히 월마트에 들러 점심도 먹고 아이들 바지를 사서 앤털루프캐년으로 갈 수 있었어요. 관람은 약 한 시간정도였는데 오후 3시에 진행되는 마지막 타임이라 그런지 인디언 아가씨도 엄청 친절하고 여유있게 사진도 많이 찍어주더군요. 인터넷에 보면 인디언이 불친절하다는 악플이 많던데 전혀 그런 느낌을 못받았습니다.

 

친절한 인디언 아가씨 덕분에 가족사진도 여럿 건졌다. 조금 비쌌던 것만 빼면 아주 만족스러운 투어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여행지는 호스슈에요. 풍경이 참 좋은 곳이긴한데 주차장에서 호스슈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가야할 정도로 좀 멀어요. 주차장도 공짜도 아닌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광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게 많이 불편하더군요. 화장실도 주차장 가까이가 아닌 멀리 떨어뜨려놓고 서비스가 아주 불만족스러웠지만 다행히도 호스슈의 풍경은 이런 수고를 값어치 있게 해주더군요.

 

주차장의 위치와 편의시설 등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경치하나는 끝내줌


자 이제 숙소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4시간 반의 자동차 여정만 남겨두었네요. 조금 바쁘게 진행된 하루였지만 계획대로 아주 착착 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던 하루기도 했습니다.


전날의 10시간에 넘는 운전시간, 아이들과 함께한 고된 일정으로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그래도 학회가 시작하기에 참석을 위해 숙소를 나섰죠. 제일 먼저 한 것은 제가 학회에 있는 동안 심심할 아이들과 힘들 아내를 위해 레고랜드 연간이용권을 등록해서 보내놓는 것 이었는데요. 그간 계속 함께 있어서 그런가 가족들이 다 보내고 학회에 가려는데 기분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그래도 이젠 여행모드에서 업무모드로 전환을 해야하니 학회가 열리는 호텔에 가서 발표자 등록을 마치고 첫 날 진행되는 발표를 몇개 듣고는 가족들을 데리러 갔어요. 아이들이 레고랜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기분이 좋아보였어요. 저녁은 한인마트에서 치킨을 픽업해서 먹기로 했어요. 한인마트가 숙소와 약 15분 정도 떨어져있는데 치킨을 픽업하고 오는 길에서 치킨의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아내와 이런 곳에 살면 훨씬 좋겠다라고 아주 많이 이야기 한 것 같아요.

 

레고랜드 내일 또만나~ 연간회원권 뽕을 뽑아야지~


미국원자력협회에서 주최하는 학회에선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발표도 하고 세션 진행을 도와주면 등록비와 교통비를 일부 돌려주기에 이 날 세션 진행을 도우며 발표도 많이 듣고 점심 땐 저희 교수의 첫번째 제자였다는 한국인 형님도 만나는 등의 소셜활동도 좀 하니 시간이 후딱 가버렸네요. 오후 5시까지의 일정을 다 마치고 아이들과 학회가 열리는 호텔 조금 구경하고는 키와니즈공원의 놀이터에 갔어요. 놀이터가 아주 커서 놀것도 많고 환하게 등불도 밝혀놔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아이들이 있다면 강추입니다.

 

학회 호텔, 아리조나 그랜드 리조트 (좌), 아빠 왔다 놀러가자 (중), 키와니즈공원의 근사한 놀이터(우)


수요일은 제 발표가 있는 날로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전에 가서 관심있던 주제의 발표도 몇개 듣고 점심 땐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오후 발표 땐 얼마전에 퍼듀를 졸업하고 오크리지 연구소의 정직원으로 가게 된 동생네 부부도 만났네요. 벌써 정직원이라 학회에서 세션을 진행하는 체어도 하고 발표도 하고 많이 바쁜 것 같더라고요. 저녁에는 서부지역의 유명 햄버거 가게인 인앤아웃을 들렀는데 전에 혼자 애너하임에서 먹었을 때 보다 가족과 하니 맛이 훨씬 더 좋더군요. 저녁 후에는 파파고 공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갔는데 아이들이 차에서 잠드는 바람에 별로 구경은 많이 하지 못했네요.

 

파파고 공원에서

 

이제는 벌써 학회의 마지막 날이자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네요. 아직 신에게는 몇 시간이 더 있었으니 아침을 일찌감치 먹고, 어제 아쉽게 보았던 파파고 공원에 갔다가 레고랜드도 마지막으로 뽕뽑으러 들렀고 마무리로 왓어버거(Whataburger)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공항으로 향했네요. 파파고 공원도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을 때 가니까 너무 경치가 훌륭했고, 근처에서 산책도 할 수 있어 오전에 즐거이 시간을 보냈었고, 레고랜드에서도 제가 들어가니 엄마만 있어서 못타던 것들도 다 태워줄 수 있었고, 왓어버거도 기대를 안하고 가서 그런지 양도 많고 엄청 맛있더라고요. 아니면 그냥 여행 마지막 날 떠날 때가 되어 아쉬워서 더 좋은 추억이었는지도 모르죠.

 

즐거운 파파고 공원 아침 산책
레고랜드야 다음 생에 또 만나(좌), 푸짐했던 왓어버거(우)

 

이렇게 저희 학회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네요. 교수님 덕분에 가족과 아주 결실있는 학회와 가족과의 시간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한동안은 학회가 없어서 저도 일상으로 돌아와 또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해야겠죠. 그럼 소소한 일상을 또 전해 드릴걸 약속 드리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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