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는 사람

모두에게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을 향해

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경험] 한글학교 선생님 해보기

Jeongwon Seo 2022. 12. 5. 23:32

제가 다니는 미국교회에는 아이들을 위한 한글학교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아이들만 보내려 했는데 둘째는 나이가 어려서 안받아주지만 부모가 선생님으로 일하면 받아준다고 하길래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봤더니 선생님이 모자라서 필요하다 하시고 둘째 학비도 면제 해준다 하시니 아내랑 해보기로 했어요. 저희 애들 있는 반에는 안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살 많은 4-5세 반에 아내는 편성되었고 저는 남자라서 6학년 남자애들 반에 편성되었어요. 남자애들만 세 명 있다는데 그 중 한명은 교장선생님 자녀였고 아주 개구지다고 언지를 받은 상태여서 조금 긴장을 했죠. 1교시는 한 시간 반동안 한국어를 2교시는 한 시간 동안 수학이나 과학 등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아이들 과학을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으시길래 화학 물리 등은 할 수 있는데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제가 코딩을 가르치는게 어떤지 제안해봤죠. 교장선생님도 다른 학부모님들도 동의하시기에 2교시는 코딩수업으로 고정하고 교과서도 수령하고 수업준비를 했죠.

 

쉽지 않았던 전반기 수업

제가 맡게 된 아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이전 선생님으로부터 인수인계 받은게 전혀 없어서 백지부터 수업을 해야 했어요. 첫 번째 수업에서는 간단한 제 소개와 앞으로 진행될 수업들, 그리고 독서와 관련된 교과서의 앞부분 진도를 나갔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맞닿뜨리게 될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진도도 많이 계획해 놓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만난 학생들, 처음 만나는데도 엄청 장난을 많이 치더군요. 왜 남자 선생님한테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지 바로 알게 됐습니다.

한국어 시간에는 독서와 관련된 내용과 줄거리 요약하기, 그리고 시를 읽으면서 비유하는 표현 등을 배웠어요. 중간중간 조금만 풀어주면 장난을 치고 싶어서 아주 난리가 나고, 도시락 열어서 먹고, 책상위에 올라가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 정말 웬만한 사람은 가르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네요.

코딩 시간에는 파이썬을 이용해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봤어요. 구구단도 출력해보고, 별도 찍고 (알고리즘), 질문과 답변하는 짧은 프로그램도 짜긴했는데 아직까진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진 않았지만 후반기에 게임을 만드려면 알아야 하는 반복문이나 조건문 같은 기본 개념 위주로 해서 가볍게 수업을 진행했어요.


조금은 익숙해진 후반기 수업

후반기 수업부터는 가르치는 스타일을 조금 바꿨어요. 아무래도 6학년이긴 하지만 특히 1교시는 1시간 반이라 오래 집중하는 건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빙고 놀이를 조금 넣었어요. 수업이 시작하면 10-15분 정도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사실 보통 지각하는 학생이 있어 15분은 기다려야...) 30-40분 교과서를 나가고 나머지는 빙고 놀이를 했어요. 미국에 사는 아이들이라 한국어 단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한국어 단어를 놀이를 통해 배우도록 유도해 봤어요. 과일 이름, 동물 이름, 나라 이름과 마지막엔 한국어 속담으로 빙고를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한 것 같아요. 수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 한 학기였에요.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 누군가를 또 가르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2교시 코딩 시간에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처음으로 만들어 본 게임은 조코딩님 채널에서 본 똥피하기 게임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코드를 빨리 짜기도 했고 흥미가 없는 것 같아 좀비슈터라는 게임을 짜기 시작했는데 그 후부터는 안시켜서 재미있어서 그런지 아주 열심히 하더군요. 나름의 재밋는 게임을 찾아서 만들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 게임을 만들 때 저도 다른 게임을 하나 만들어봤어요. 미사일을 피하는 게임인데 얼마전 제 포스팅에 남겨두었고 여기를 클릭하시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놓았으니 심심하신 분들은 해보세요.


마지막 주 발표회

한글학교 마지막 주 (10주차)는 발표회가 있어요. 작년 영상을 보니 어린 아이들은 나와서 율동이든 노래 같은 걸 했고 고학년 애들은 연극을 했는데 재미가 없어 보여 올해는 좀 특별한 걸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제 학생들은 아무래도 영어가 익숙하다 보니 한국어로 읽는 것이나 이해하는게 좀 느리더라고요. 그래서 간장공장 공장장(잰말놀이) 연습을 시켜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유튜브를 조금 검색해 보니 "빨간내복 야코"라는 채널에서 괜찮은 영상을 찾을 수 있어서 그걸로 종강회를 준비했고 나머지 부분은 아이들과 제가 만든 게임 영상을 보여드렸죠. 추억 보존용으로 발표회 영상 링크를 아래 걸어놓았어요. 

 

https://youtu.be/rKGDssyA4pw

2022년 12월 3일 퍼듀한인장로교회 한글학교 종강식

 

막상 한 학기를 끝마치고 나니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진 않네요. 다음 학기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려 합니다. 아마 이 아이들이 저의 공식 첫 제자가 아닐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