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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미국에서 보험없이 병원가기

Jeongwon Seo 2023. 4. 6. 23:14

거대한 경제규모와 같이 미국의 생활비 또한 무시무시할 때가 있는데요. 특히나 병원비를 얘기할 땐 더욱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연구보조(RA)로 일하게 되면 제 보험료는 많이 깎여서 한 달에 60불이 조금 안되는데, 가족들의 사정은 많이 다릅니다. 일을 하지 않는 순수 외국인 학생의 피보호자(Dependent)는 한 달에 약 120불인 반면 일을 하게 되면 250불로 두 배가 껑충 뛰지요. 아내와 미국인이 아닌 저희 딸까지 내면 한 달에 제 것을 포함하여 보험료만 560불 정도를 내야 한다는데, 미국 내 다른 학교는 사정이 많이 나은 거라 하던데 웃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여하튼 560불은 지금 시세로 약 74만원 (1달러 = 1320원, 2023년 4월 6일) 정도인데, 매달 이 돈을 지불하는 건 너무 낭비라는 생각과 정 안되면 그 돈을 몇 달 모아서 한국을 갔다 오자는 마음으로 의무 보험인 제 것만 내고 있지요. 

 

그러던 중, 최근에 딸아이 눈이 빨개서 병원에 가야했는데요. 다행히 제가 살고 있는 퍼듀 지역에서는 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병원비 할인을 해주는 Riggs라는 의료기관이 있어서 제 월급 명세서를 들고 갔죠. 혼자 벌고 월급도 적고 세 명의 가족을 부양한다고 하니 진찰료가 30불 정도가 나오더군요. 약값이 17불, 그래서 총 47불, 한화로는 6만원이네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저렴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본 게임은 아내의 금니가 빠지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빨리 가서 붙이는 게 좋고, 최악의 경우 모양이 잘 안맞으면 금니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부랴부랴 Riggs에 전화해서 치과 예약을 잡고 열흘 정도 기다려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모양은 잘 맞는데 접착제(Cement)가 없어서 지금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레퍼럴(고객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상급 병원으로 옮길 때도 필요)을 써줄 테니 다른 병원에서 금방 붙일 수 있다면 자신의 이름을 말하라고 해주더라고요. 진료비는 한 번 더 내야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참고로 이 Riggs에서는 딸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비가 30불 나왔고요. 

 

레퍼럴 정보가 담긴 카드를 들고는 아이들과 잠시 키즈 카페에 왔죠. 그리고 다른 병원에 전화를 해봤더니 이미 금니가 떨어진지 열흘이나 되어 이번 주 내로 빨리 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병원 예약이 근시일로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방편으로 접착제를 Riggs에 보내줄 테니 그쪽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해서 다시 Riggs에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그런 방법은 의료기관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허락이 나올 때까지도 최소 1-2주는 걸릴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었더니 응급 치과센터가 있어서 그쪽에 연락하면 당일에도 치료를 해줄 거라며 전화번호를 줬는데 지역번호가 저희 동네가 아니더라고요. 혹시나가 역시나,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의 인디애나폴리스의 치과였는데 바로 와도 된다 하더군요. 괜히 미뤘다가 더 많은 돈이 들까 봐 바로 출발했습니다.

 

진료비가 약 150불이었는데, 이전 병원에서 진료받은 걸 이야기해도 진료는 의사에 귀속된 것이라 다시 해야한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어요. 할인도 없었고, 치아 상태 보고 하는데 일단 150불을 냈고, 접착제 붙이는 시술에 100불을 냈습니다. 왔다 갔다 시간에 기름값도 30불은 들은 것 같고요. 한국이었으면 다니던 치과에 가서 무료로 붙일 수 있다는 걸 미국에서 거의 40만원을 내고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교수님이 빨리 뭐 좀 간단한 거 해달라고 해서 저녁 8시 반쯤 집에 도착해 저녁 후딱 먹고 일을 처리하니 밤 10시더군요. 아주 긴 하루였어요. 

 

아내랑은 종종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과연 많이 받고 많이 내는 게 나을 지 조금 적게 받더라도 적게 내는 게 나을지라는 주제인데, 저는 많이 받는 쪽이었거든요. 미국이 여러 면에서 참 좋은 것도 많지만 의료비는 정말 개선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저의 많이 받고 적게 내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고요. 많이 받는 것도 아니지만. 여러분도 혹시나 한국에 계시다면 우리나라의 훌륭한 의료 시스템에 감사한 마음으로 병원을 다니고, 미국에 계시다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최대한 아프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더 이상의 치과 진료를 막기 위해 저 자신도 양치를 더 철저히 하고 아내가 최근에 산 콜라나 단 것들을 제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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