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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경험] 미국에서 멘토링

Jeongwon Seo 2023. 4. 22. 04:36

 

작년 여름 쯤 부터인가 교수가 저에게 대학원생 두 명을 붙여주더군요. 둘 다 2년차 학생인데 1년차에는 각각 다른 사수들이랑 일을 했었고 뭐가 잘 안된건지 잘 된건지 제가 사수가 되어버렸어요. 그동안 저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친구들은 부사수들이 있었는데 저는 없어서 아주 살짝은 불만이 있었거든요. 근데 막상 대학원생 둘을 저에게 맡기니 쉽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저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었고, 지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아주 순항중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 친구 둘이 들어오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제 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너무 자주 들어서 힘들더라고요. 

 

지난 주에도 제 사무실에 찾아와서 뭔가를 물어본 이 친구들에게 또 쓴소리를 했어요. 젊꼰(젊은 꼰대, 이젠 별로 젊은 것도 같지 않지만)이 되긴 싫지만 너무 답답해서 말을 쏟아 내고야 말았네요. 저희 와이프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참을 인자를 쓰다가 말았는지 뭐 좀 갖고 와서 보여주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쓴소리를 할 수 밖에 없네요. 그도 그럴것이 한때는 제가 나쁜 사수라 그랬나 싶은 적도 있었는데 일련의 사건을 겪고나서 보니 역시나 이 친구들이 제 말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어요. 한 때는 일을 닥달한 적도 있었지만 자기들은 그렇게 못하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제가 돈 주는 교수도 아니고. 그래서 최근에는 마음대로 해보라고 많이 풀어줬죠. 모르는 것도 있으면 가져와서 물어보라고. 그랬더니 생각도 안해보고 대뜸 와서 답만 알려달라고 묻는 것부터 해서 일의 진행은 전혀 되지 않는 걸 보고는 거의 포기 상태였습니다. 사실 교수가 얘네들 데리고 무얼 하라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에게 관련 고충을 털어놓았더니 저의 과거를 되돌아 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말 많이 인내한 것 같은데 아직도 제 마음 속 공자님은 잠에서 깰 생각을 안합니다. 저의 수행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저도 제가 지금껏 훌륭한 학생이었다고 이야기를 못할 것 같습니다. 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행히 교수가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아서 자주 만나서 연구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부사수를 받아서 교수와 비슷한 입장이 되니 마음이 그 때 같지는 않네요. 조금씩 나이를 먹다보니 저만의 스타일이 점점 굳어지는 것도 느껴지고, 상대에게 저처럼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없잖아 있는 것 같네요. 나이가 점점 든다는 건 삶과 일의 양식이 일정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긴 합니다. 저의 양식을 강요하는 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건 알면서도 글쎄요 어디까지 허용을 해야해 줄지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인턴쉽을 시작하면서 이 친구들의 사수 역할은 조금 내려놓았어요. 교수는 따로 연구과제를 줄 생각도 안하고 데이터는 한정적이고요. 인턴쉽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고, 회사 사장이 제 옆자리라서 딴짓을 할 수가 없어 여러모로 좋네요. 또 새로운 곳에서 배우는 입장이 되었으니 다시금 올챙이 적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아마 가을에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텐데 저의 부사수였던 친구들도 많은 향상이 있었으면 좋겠고, 괜찮은 프로젝트에 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는 한 학기를 보냈으면 하네요. 이번 포스팅을 우는 소리로 가득 채워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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