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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1년차

[러시아] 러시아에서의 생활, 1년차

Jeongwon Seo 2021. 6. 13. 09:03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부터 제가 직접 겪었던 러시아에서의 생활에 대해 다뤄볼까해요. 멀면서 가까운나라, 러시아는 어떨까요? 저는 모스크바에서만 3년 살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블라지미르 등의 도시 등을 여행해 봤어요. 가능한 사진도 많이 올려볼게요. 저와 와이프가 안나온 사진이 있으면 좋지만 저흰 거의 인물 사진만 있어서... 너그러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팅은 너무 길어지면 지루하니 세 파트로 나누어 보려 해요. 그냥 시간으로 나누었는데, 1년차, 2년차 그리고 마지막 3년차로 나눠보겠습니다. 

 

러시아 첫 인상

저희는 2014년 8월 말에 모스크바 세례메치예보 공항에 도착했고요, 첫 1년은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먼저 러시아의 첫 인상은 정말 좋지 않았죠. 오자마자 택시 사기를 당해서 20만원 정도를 날렸거든요. 월급도 쥐꼬리만큼 받고 있었는데 여튼 첫 단추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떠날 때까지도 그렇게 좋진 않았던거 같아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불친절하고 딱딱한 그게 그냥 맞았던 것 같네요. 8월 말이라 그런지 날씨도 선선하니 딱 좋더라고요. 

 

기숙사 옆 지하철역

 

저희가 살았던 곳은 지하철에서 정말 가까웠는데요. 지하철 앞 광장에는 항상 비둘기가 많았답니다. 기숙사는 아파트 형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방 두 개에 부엌, 화장실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고, 방은 1인실 인 곳도 있었고 2인실 인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2인 2인 기숙사에서 4살 어린 동생이랑 같이 살았고요. 와이프는 2인 1인 기숙사 중에 2인실이었는데 한 명이 안와서 혼자서 2인실을 썼어요. 한 달에 제 방은 26만원? 와이프는 34만원? 여튼 둘이 합쳐 60만원 정도 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환율은 1루블에 28원 정도였는데 그 후에 엄청 떨어졌죠. 가끔 선배들이 한국 식당에서 밥을 사주셨는데, 육개장 한 그릇에 만오천원 정도하고 가격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죠. 그래서 환율 떨어지기 전에는 누가 사주는 거 아니면 한인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엄청 부담스러웠어요. 그렇게 러시아에서 점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국립대 예비학부 입구

 

예비학부 등록

러시아에서 대학원을 가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능력을 갖추어도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예비학부라는 곳에서 언어와 기초 수학 또는 역사 등을 배운다음 대학원의 입학시험을 치르죠. 하지만 예비학부 입학은 거의 조건이 없기 때문에 입학이 너무 쉽고 예비학부만 잘 따라가면 본 학부 입학도 정말 수월하니 걱정은 안해도 될거에요. 다만 러시아 전 지역에 해당하는 공통적인 문제가 행정이 아주 느리고 형편 없다는 거에요. 학교, 은행 같은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아주아주 느립니다. 예비학부에 등록하기 위해 사무실을 갔는데 출근 시간도 9시인가 10시로 굉장히 늦은데 맞춰서 오지도 않더라고요. 또 금요일은 3시 좀 넘으면 다들 집에 가기 바쁩니다. 은행에 가서 환전도 하고 현지 아포스티유 (공증) 같은 것도 받아야 하느라 이곳 저곳 다녔는데요. 다들 뭐 그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있는지 참... 현지 학생들과 군 선배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등록은 마칠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생활이 매우 걱정 되더라고요. 참. 그리고 예비학부를 등록하고는 바로 시험을 칩니다. 그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반을 편성하죠. 아! 또 있다. 문과랑 이과가 공부하는 건물이 달라요. 건물이라 해도 예비학부가 한 건물을 다 쓰는게 아니라, 큰 건물에 한 쪽을 예비학부가 기생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요.

 

예비학부 시작

예비학부는 러시아어를 주로 가르치고 문과는 역사나 사회과목을 추가로 이과는 수학이나 물리 등을 추가로 배웁니다. 수업은 굉장히 빡빡하고요. 그냥 매일 아침에 가서 저녁에 옵니다. 추가로 듣는 과목도 과목의 이해보다는 앞으로 본 학부 갔을 때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워요. 예를 들면 수학에서는 1더하기 1부터 시작하죠. 1더하기 1은 2 를 러시아어로 읽는 법을 모르니까요. 그러다 눈뜨면 갑자기 이중 적분까지 순식간에 와있는 아주 신기한 경험이...;;; 대부분의 시간에는 러시아어를 배우는 데 담임 선생님 격의 주 선생님과 부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주로 주 선생님과 수업이 많고요. 그냥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본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점심은 그냥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요. 스탈로바야라는 학생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입맛도 안맞고 사실 위생도 좋아보이지 않고 나가서 매번 먹자니 금전적으로 조금 부담되기도 해서 저는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다녔어요.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그냥 수업하던 곳에서 먹고 잘 치웠답니다.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해요. 참... 화장실에 변기 커버라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게 없는 데가 많아요. 

 

러시아의 아주 깨끗한 화장실

 

위에 보이시죠? 여튼 저게 없어요. 있어야할게... 그럼 어떻게 하냐... 자기걸 들고 다니거나... 아니면 발로 밟고 뒤에 올라가거나 (근데 그러지 말라고 화장실 문에 써있음;;) 다른 사람에게 빌리거나... 아니면 저게 있는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데.. 왜 이런거 하나 안해놓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되네요.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서 수업의 강도랄까? 난이도랄까? 그런 건 전혀 높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여러 교육기관을 다녀봤는데 그 중에 거의 최하위에서 하위 정도랄까요. 처음에 선생님이 숙제도 러시아어로 내고 모든 게 다 러시아어니까 조금 힘들수도 있는데 조금만 지나면 별거 아니에요. 보면 땡땡이 치는 학생도 많고 특히 중국에서 온애들이 많은데 (80%이상이 중국인, 쉬는 시간에는 그냥 중국에 있다라고 생각하면 됨) 보통 예의도 없고 뭐랄까 공부하러 왔다는 느낌이 안드는 애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학비는 싸고 입학도 쉽고 러시아 최고의 대학, 모스크바 국립대를 쉽게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아는 많은 부모들이 학위 세탁을 위해 보내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저는 아무리 싸도 학위 세탁 목적이라면 러시아 유학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도 중요한데 환경이 좀 별로예요. 

 

러시아 마트

러시아에서는 수퍼마트하면 진짜 수퍼하게 큰 마트고 그 위에 하이퍼마트는 수퍼마트보다 더 큰 개념입니다. 한국에선 마트는 큰거고 슈퍼는 동네가게라고 조카들이 얘기하던데;; 여튼 동네에도 마트는 충분히 많고요. 프랑스 기업인가 "아샨"이라는 저렴한 큰 마트가 유명합니다. 물가는 정말정말 싼 편이고요. 외식과 장봐서 해먹는 가격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인건비는 싸지만 아무래도 땅 값이 비싸서 (임대료) 그런게 아닐 듯 싶습니다. 특히 감자, 빵은 정말 한 달 내내 그것만 먹을 자신 있으면 아마 넉넉 잡아 5만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을겁니다. 다른 식료품도 한국과 비교해서도 매우 싼편이었어요. 모스크바는 평지가 많고 산이 없어서 그런지 모든 물이 다 석회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식수는 반드시 사서 드셔야 합니다. 물 값도 비싸지 않아요. 여튼 마트에서 파는 건, 아이스크림(?) 정도만 빼고는 저렴한 편이에요. 보드카는 말 할 것도 없고 맥주도 꽤 풍미가 좋은데 비싸지 않습니다~ 

 

수즈달 여행

그나마 러시아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수즈달이라는 오래된 도시 (기껏해야 몇백년이지만, 우리는 천년 안넘은 건 안치잖아요) 에 방문해서 유적지도 구경하고 저희가 묵었던 숙소에서 사과도 따고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수즈달 인생샷

인생샷도 하나 남겨서 더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었네요.고즈넉한 러시아의 시골 여행지랄까. 한국으로 치면 경주같은 느낌일까요? 모스크바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에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니 모스크바 여행하시는 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나머지 여행은 여행에서 따로 또 다루도록 할게요. 

 

진급

2014년 12월 1일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을 했습니다. 전에 무관보좌관님이랑 식사할 때 와이프가 내 진급식날 한복입는 줄 알고 가지고 왔다고 하니까 보좌관님께서 그래? 그럼 입고 오시라고 해! 그래서 대사관에 가서 무관님께 진급 신고도 하고. 대위 주제에 한 쪽 견장은 무관님께서 나머지 한 쪽은 와이프께서 달아주시는 무한한 영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휘황찬란한 대위 진급

어리버리 하죠잉? 여튼 영광스런 진급식을 뒤로 하고 무관님께서 저녁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인거 같아요. 소령도 외국에서 진급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냥 집에서 혼자 축하하고 럼 한잔 딱 때리고 자야겠네요. 벌써부터 저 때가 그립습니다. 

 

예비학부 졸업 및 본학부 입학 시험

자 다시 잠깐 샛길로 샜다가 본론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행도 간간히 다니고 진급도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고요. 학업은 열심히 했습니다. 결석도 거의(?) 안했고, 성적도 나름 잘 받았거든요? 뭐 보여줄수도 없고. 진짜 보여드릴려고 했는데 예비학부 성적표는 안가져왔나봐요. 정말 여기에는 없네요. 출결이랑 러시아어, 수학, 물리 성적이 나와있는데 꽤나 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랑은 아니고요. 제가 말씀드렸지만 어렵지 않아요. 여하튼, 예비학부에서는 그간 배웠던 러시아어를 쓰기 말하기 필기시험 이렇게 나눠서 봤던 것 같고요. 물리는 작은 리포트까지 써야 했습니다. 긴장 할가봐 걱정되서 말하기 시험 볼땐 선배랑 시험보기 전에 맥주 한 모금씩 먹고 쳤던 기억이 나네요(????).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험은 정말 잘 봤습니다. 술술 나왔어요. 따라하진 마세요. 퇴교당할 수도 있습니다. 

 

예비학부 졸업 기념, 선생님과 함께

 

예비학부 졸업 시험과 본학부의 입학 시험은 별개이고 다른 날에 보게됩니다. 본학부 시험은 본인이 입학하려는 학과에 가서 일정을 받아와야 하고요, 학과에 따라 기출문제를 줄 수도 있고 혼자 준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줄거에요. 저는 이미 핵물리학과에서 공부하고 계신 선배님이 계셔서 기출 문제도 받았고 그 분께 이것저것 많이 배웠답니다. 해군 선배시고 잠수함 병과에서 근무하시는데, 가끔 연락드려도 물 속이신지 연락이 잘 안되더라고요. 나중에 한국 가서 연락드려봐야겠습니다. 여튼 그렇게 본학부까지 입학 시험을 마치고 통과하면 맘편히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요. 한국에 가는 사람이 많고요. 저희는 그럴수가 없어서 러시아에 남아 있었죠.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들 나라에 돌아갔다 오기 때문에 본학부 비자는 다시 그 나라에서 받고 오는데 저희는 못나가서 러시아 내에서 받느라 또 행정싸움을 조금 했지만 그래도 탈 없이 잘 연장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제가 러시아 생활 2년차에 겪은 읻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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