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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1년차

[러시아 여행] 상트 빼째르부르크 첫 여행

Jeongwon Seo 2022. 9. 7. 00:31

러시아에서의 학업도 어느덧 2학기의 중간까지 왔어요. 마침 금요일에 휴일이 있었기도 했고, 세계 여성의 날도 있어서 각종 핑계로 매번 말만하고 가지 않았던 상트 빼째르부르크에 가보기로 했죠. 목요일 학교를 마치고 여행가서 먹을거리 장을 본 후에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죠. 기차 여행은 두번째 였는데요, 지난 번 기차여행은 포스팅 한 것과 같이 "쿠페"라는 등급의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보러 이르쿠츠크까지 갔었죠 (바이칼 여행 참조 , ). 이번에는 제일 싼 등급인 "플라츠카트"를 탔는데 역시 싼 건 다 이유가 있더군요. 저는 아내와 위 쪽 침대를 썼는데, 바로 실수라는 걸 깨달았죠. 일단 천장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는 데다가 심지어 침대가 저한테 짧아서 (약 180cm?) 불편하긴 했지만 어찌저찌 자리를 깔고 참을 청하였고 목적지인 상트 빼째르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플라츠카트 등급의 기차 내부, 럭셔리 같은 게 아니라 기본권부터 찾아야 하게 생겼지만 타다보면 또 금새 익숙해진다.

 

다음 날 아침 상트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을 했어요. 돈 좀 아껴보겠다고 하루에 한 사람당 500루블짜리 (당시 약 만원) 방이었는데, 제 인생 최악의 숙소였어요. 그냥 나가고 싶었을 정도로였지만 주인이 친절해 보였고, 방도 일찌감치 미리 내주어서 먼저 가서 기차에서 쌓인 피로를 조금 풀고는 밖에 나와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어요. 3월이긴 했지만 모스크바도 4월에는 무조건 눈이 오니, 더 북쪽에 있는 상트 빼째르부르크에는 아직 영하 날씨라 조그마한 호수 등은 다 꽝꽝 얼어있더라고요. 역시 러시아가 러시아 했습니다.

 

3월 초이지만 러시아에선 눈이 오면 그냥 겨울이라고 부르더라. 고로 겨울을 약 11월부터 4월까지...

 

좀 걸어서 나온 여름광장과 기술자의 성을 보긴 봤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고 관광객도 별로 없더라고요. 한산 한 것은 좋았는데 뭐 좀 꽃도 있고 풀도 무성해야 더 좋을 것 같아 여름에 다시 와서 봐야겠어요.

 

여기 이름이 성 이삭 성당이었나... 에르미타쥐 가는 길이었는데 이름 같은건 신경안쓰는 여행자(본인)

 

마르스 광장으로 가서 광장도 산책하며 구경하고 광장 가운데 있는 "꺼지지 않는 불"을 봤어요.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러시아에는 이렇게 꺼지지 않는 불로 무언가 혹은 누군가(보통 전쟁시 죽은 이들)를 기념하는 전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조금 큰 도시에 가면 이 "꺼지지 않는 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조금 밋밋했던 지금까지이 관광지와 다르게 다음 목적지였던 피의 사원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바실리 사원보다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학생증이 있으면 대박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단돈 50루블(약 천원)에 피의 성당 내부를 관람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가이드가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설명을 해주었지만 1년차의 말더듬이 우리 부부는 잘 못 알아들어서 그냥 알아서 구경을 했어요.

 

피의 사원 앞의 수로, 여름에 오면 더 멋질것 같지만 겨울에 얼어붙은 것도 꽤나 운치있다.
이땐 여행 다닐줄도 잘 모르고 사진 찍을줄도 모르고... 여튼 피의 사원은 훌륭합니다. 강추!

 

피의 사원은 외부 뿐만아니라 내부도 화려했고 충분히 외국인들에게도 볼거리가 많은 나라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관광지 관리 차원에서 보면 이런 관광지를 뒷받침해주는 시스템도 부족하고 정부 자체의 노력도 많이 부족하다고도 생각이 들더군요. 피의 사원 옆에 러시아 박물관이란 곳이 있기에 들어가서 관람을 했어요. 많은 그림들과 작품들을 감상하였는데 특히 그 중에는 교과서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그림들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러시아 박물관 내부, 사진을 다 어디에 팔아먹었는데 실종된 상태이지만 박물관 자체는 훌륭했다.

 

박물관에서 나온 우리는 넵스키 대로를 따라 에르미따쥐 박물관으로 향했어요. 넵스키 대로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쇼핑 및 관관을 한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특별할 거 없는 도로였네요. 에르미따쥐에 도착한 저희는 박물관 앞 광장과 내부 구경을 했는데 둘 다 예술감각이 별로 없었기에 누군가는 며칠도 모자른다는데 한 시간 정도 구경하고 나왔던 것 같네요.

 

역사와 예술감각이 떨어지기에 내부의 전시된 물건들보다는 밖에 나와서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더 볼만하다. Feat. 풍선은 어디서 주워온거더라...

 

상트 빼째르부르크에 여행 간다고 했더니 선배님들께서 저녁 사주신다고 하여 한국 식당으로 갔어요. 처음뵈는 선배님들이지만 해외 생활이라던지 모스크바와 다른 점에 대해서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어딜가나 군의 인연으로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군인으로의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지하철을 타고 야경을 슬슬 구경하면서 그 마음에 들지 않던 숙소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어요. 잘 씻고 잘 쉬어야 여행도 더 즐거운 법인데 숙소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아 아내에게도 많이 미안했네요.

 

숙소는 정말정말 별로였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해서 더더욱 아무말도 못하고 잘 쉬었다 간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나마 숙소 주인은 아주머니 셨는데 본인도 여자이면서 세계 여성의 날이라며 아내에게 꽃을 한송이 주었는데 이게 아내의 기분을 한결 낫게 만든 것 같아요. 막 숙소를 나가려는데 아주머니가 자기네가 이렇게 숙박업을 해본게 처음이라며 혹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묻길래 안좋은 말은 안하고 잘 쉬었다고 괜찮았다고 하고 나왔어요. 아직도 종종 아내와 이 때 숙소에 대해 이야기 하긴해요. 

 

여하튼 숙소 이야기는 뒤로하고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와 지하철을 타고 고르콥스카야 역으로 간 후 피터와 폴 요새를 구경했어요. 피터와 폴 요새는 상트의 네바강 위에 있는 섬에 위치해 있는데 예전에는 감옥로 썼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내부에 들어가보면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감옥을 거쳐간 사람들의 일대기 등이 걸려있는데 이런게 음산함을 더 하는 것 같아요. 쭈욱 둘러보고 느낀 점은 어느 나라나 옥살이는 쉽지 않다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외부는 이렇게 다리를 건너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고 (좌) 내부는 감옥의 방을 그대로 보존해 놓아서 음산하다 (우)

 

요새 옆으로 나와 조금만 걷다보면 전쟁 기념관이 있는데요 겨울이라서 그런지 야외는 전시장은 열려있지 않았지만, 사무라이 특별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희에겐 바로 옆나라이기도 하고 친숙해서 별로 흥미가 느껴지지 않던데 멀리 사는 외국인들은 이런 것도 흥미를 많이 가진다는게 신기하네요.

 

야외 전시장이 닫혀 있어서 소련제 무기체계들을 둘러보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별로 볼거 없는 사무라이만 내부에 전시해 놓았다는데 입장료가 있다길래 과김히 스킵.

 

그 외에도 전날 보지 않았던 표트르 1세의 동상, 알렉산드르의 정원 등을 본 후 아프타바라는 지하철역도 구경 갔었는데 대체적으로 딱히 인상적인 곳은 없던 것 같네요. 구글에 검색하면 이것저것 보라고 하긴 하던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피의 성당, 에르미타쥐, 성이삭 성당 정도 보면 어느 정도 구경은 다 한 것 같네요. 이번 여행에서는 못봤지만 밤하늘 아래에서 보는 도개교 개폐도 큰 볼거리 중 하나라고 하네요. 

 

청동 기마상 (좌), 아프타바 지하철역 (우)

 

이제 여행을 마무리하고 기차역으로 이동을 하였고, 다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 올랐어요.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등급을 열차였기 때문에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이 보았고 간만의 여행으로 기분도 환기시키고 좋았던 것 같네요. 

 

러시아 여행을 자주 다니진 않았지만 여행지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생각보다 괜찮은 것들도 많은데 조금 관리가 잘 안되고 주변에 화장실이든 편의시설이 잘 없고 그런 것들이요. 물론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기도 하고 러시아인들은 보통 "너네가 우리 좋아서 왔으니 알아서 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외국인들이나 소비자들의 입장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지금은 전쟁 중이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더 나아진 도시를 볼 수 있길 바라며 마칠게요.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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