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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미군과 매춘부

Jeongwon Seo 2022. 10. 20. 04:29

 

여름에 있던 학회에 이어 두 번째 In-person 학회에 참여를 했는데요. 가족들은 퍼듀 캠퍼스에 두고 중국인 친구와 둘이서 왔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많았고 오래간만에 책을 좀 진득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읽었던 책은 "미군과 매춘부"라는 책이에요. 최길성이라는 한국 사람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번역본이라는 게 특이하기도 했고 읽는 동안에도 왜 이런 책을 골랐는지도 스스로 의문이 들더군요.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고 여러분께도 추천을 드리고 싶은 책 중에 하나다 되었네요. 그럼 짧고 보잘것없는 리뷰를 끄적여 볼까 합니다. 


저자는 한국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 책의 초반부에서는 저자의 철학관이 녹아 있는 경험담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네요. 서울 변두리에 시골에 살았던 저자는 피난과 귀향길에서 전쟁의 상황을 보았고 그 속에서의 주변인,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의 변화 등을 가감없이 표현했는데요. 전쟁을 아주 나쁜 것으로 만도 당연히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책에 실린 많은 경험담들은 전쟁을 마냥 참혹한 것이 아닌 담백하게 받아들이게 하면서도 제 자신도 그 상황 속에 투영해보는 시간을 갖게 했는데 이 부분에서 저저와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책의 초점은 사람이라는 "동물"에 맞추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지금이야 인격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서 아이나 어른, 남자나 여자 동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이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고 말하는데 이런 개념이 널리 퍼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대우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별로 좋지 않았었죠. 물론 일부 나라들에서는 여전히 안 좋지만. 책에서는 전쟁을 겪고 지나며 살아남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께는 여전히 불편하시겠지만 유교 사상이 널리 퍼진 한국에서 여성은 종종 가족들의 소유물로 여겨진 적이 많았죠. 무엇보다도 정절을 중시하는 이런 유교관에서 몸을 파는 행위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전쟁은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이야기하네요. 전쟁 후에 마을에 들어온 미군들이 부녀자들을 납치하고 강간하는 일을 보고 들었고, 그 이후에 들어온 매춘부들에 의해 범죄가 줄어드는 모습, 그리고 미군이 다른 곳으로 떠난 후 이러한 매춘부들의 삶 등을 통해 저자는 사람들이 가지는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모순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저자는 제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수로도 근무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와 민주화 운동 등을 겪고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요.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어로 책을 출판한 저자라서 그런지 더욱 더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 그리고 매춘과 관련한 현대사의 흐름, 위안부에 대한 편견 등을 조금 더 중립적으로 서술할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우리에게 일본이 식민 지배했던 기간은 물론 치욕적인 역사임에 분명합니다만 우리를 감정적으로 만드는 게 있죠. 위안부입니다. 일본군이 우리나라 처녀들을 데려다가 성적 노리개로 썼다. 맞은 말 일 겁니다만 우리가 생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 듯합니다. 저자도 그렇지만 저 또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매국노로 비칠까 너무 조심스럽네요.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고 역사학자이더라도 이미 지나간 역사에서 진정한 진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실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지나간 일에 대해 서로 돌이켜보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이미 우리에게 여러차례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한다고 지난 일을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래도 케케 묶은 과거의 망령들에게 우리 자신을 내어주지 말고 덤덤히 한 발짝 나아가 보는 게 앞으로 우리 다음 세대에게 비슷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이 우리를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만드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생각하여 양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봤고요. 아직 차마 누구와는 이 책에 대해 공개된 자리에서 나누기는 조금 부끄럽지 않나 생각하니 저도 아직 편견에서 자유롭기는 멀어나보다라고도 생각하고요. 여하튼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다음에 더 나은 리뷰로 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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