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김밥 싸기

왜 외국에 있는 한인식당들은 김밥을 그렇게 비싸게 팔까요? 얼마전에 퍼듀 지역에 후배가 아이를 낳아서 김밥을 해다주었는데 관련 일화와 김밥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먼저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한인마트엘 갑니다. 사장님한테 김밥용 햄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면 알려주는데 어육햄이라... 하나는 아에 영어로만 Fish라고 써있고 한국어로는 어육이라는 표시가 똑바로 되어있지 않아서 정말 짜증이 났어요. 여튼 맛살대신 넣어서 괜찮은데 가격은 약 8불. 김밥 10줄 싼다고 했을때 단무지랑 우엉 6불, 김 4불, 스팸 3불, 밥 3불, 계란 1불 요정도만 하면 25불정도 들어가네요. 10줄 기준이니 한 줄에 재료값만 약 2.5불,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어느정도 이해는 가긴 하네요. 보통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김밥 한 줄에 6불 이상이거든요. 일대일로 비교하긴 좀 그래도 한국의 김밥에 비하면 비싸긴 비싼 편입니다. 여긴 피자랑 버거가 좀 싸니 뭐...

저의 아끼는 후배 이름이 제 친동생이랑 같더군요. 제 친동생은 작년에 애기를 낳았는데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서 (아마 술 사줬을 거 같지만) 좀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이름도 같은 후배가 얼마 전에 출산을 해서 김밥이랑 장조림, 멸치볶음을 해다줬어요. 음식점에서 사먹는 거 같다는 칭찬에 고래같은 몸뚱이로 춤추는 걸 간신히 말리고는 학회를 다녀와서 한 번 더 싸야겠다 마음먹고는 있었죠. 이제 석사 학위를 마무리하는 후배인데 통계학과라 졸업논문은 안쓰지만 졸업시험이 있어서 공부하랴 가족들 돌보랴 고생이 많은 것 같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얼굴살은 많이 빠지지 않은 걸 보니 안심은 됩니다. 맥도날드만 먹은 건 아니겠죠? 여튼 일요일 아침 아끼는 후배도 생겨주고 출산율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겸 김밥을 시작했어요.

전 단백질(이라 말하지만 사실 고기)을 좋아해서 이번에 김밥은 시금치도 뺐네요. 햄이랑 스팸을 볶고 계란 후라이를 하고 단무지와 우엉을 따로 빼놓으면 대충 재료 준비는 끝입니다. 아내가 시금치 대신 당근이라도 넣으라는데, 맛으로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스킵해 줄게요. 밥은 7인분을 했어요. 경험상 6인분 정도 들어가는 거 같은데 그냥 안모자라게 7인분을 했어요. 물론 햇반이 백업을 해주지만 쌀이 한포대가 있는데 아깝게 낭비 할 순 없죠.

속 재료준비 끝

 

확실히 시금치를 안하니 시간이 많이 절약되고 좋네요. 설거지 할 것도 후라이팬 말고는 별로 없고 약 30-40분 정도면 준비 완료입니다. 밥이 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밥을 양푼에 옮겨 놓습니다. 김이 좀 빠지고 밥이 좀 식어야 김밥 쌀때 김이 열이나 습기에 변형이 잘 되지 않거든요. 밥이 조금 식는 동안 나머지 세팅을 마쳤고요. 

밥 7인분, 많긴 많다.

자 이제 김밥을 말아야 하는데요. 저는 잘 싸는 편이 아니라 가끔씩은 칼로 자르고 나면 터지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이번에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준비한 속재료를 하나씩 넣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단 뭐 없어보였지만 스팹이랑 햄이 엄청 두꺼워서 막상 말고나니 아주 통통하지 잘 된 것 같네요. 

다 완성한 사진을 깜빡 잊었네요. 싹 달라서 후배네 줄 것도 포장하고 아내는 오늘 안먹는 다 해서 냉장고에 제 도시락은 상온에 당장 먹을 꼬다리는 식탁위에 가지런지 놓았죠. 얼마전에 아내가 끓여놓은 육개장이랑 먹으니 아주 금상첨화였습니다. 아래 사진 중 첫번째는 후배네 가져다 줄 김밥과 아내가 만든 시금치와 어묵볶음이에요. 김밥에 안넣었더니 아내가 시금치 무침으로 해서 줬네요. 

 

위에는 제가 내일 점심에 먹을 김밥입니다. 햄과 계란이 아주 포동포동하니 잘 들어간게 먹음식 스럽네요. 유튜브에 보니 계란말이는 통째로 김밥에 넣은 게 있다던데 한 번 나중에 해볼까 합니다. 김밥도 잘 가져다 줬고 즐거운 일요일 둘째가 열이 좀 있어 어디 못나갔지만 집 밖에서 불장난도 좀 치고 하며 아주 한가로운 하루를 보냈네요. 곧 월요일이니 여러분도 화이팅 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