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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학회] ANS 학생학회

Jeongwon Seo 2023. 6. 2. 01:52

미국 핵공학 협회 (American Nuclear Society 이하 ANS)에서는 매년 봄에 학생들이 주로 오는 학생학회와 여름과 겨울에 연례학회, 겨울학회를 주관하고 있어요.

 


학생학회에는 학부생들이 아주 많이 오기도 하고 발표의 수준이 좀 떨어지기에 사실 박사과정 말년에 학생학회를 갈 일은 없지만 지난 겨울 피닉스를 다녀온 이후로 퍼듀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교수한테 졸랐죠. 교수도 제가 뭐하러 가냐 묻길래, 직업 박람회도 있고 아직 한 번도 안가봐서 한 번 가보려한다하니 마지못해 보내주더군요. 4월 중순, 날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 봄날 남쪽 테네시 주로 떠난 4박 5일, 저희의 학회 일정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퍼듀 지역에서 테네시 대학까지는 약 7시간 거리로 중간에 한 번 쉬었다 가는게 좋겠다 생각했죠. 마침 중간쯤 되는 거리에 켄싱턴이라는 도시가 있고 거기에 말 공원 (Kentucky Horse Park)가 있더군요. 아이들을 위한 조랑말 체험도 있기에 이른 아침 차를 몰고 점심 때에 딱 맞춰서 말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캔터키 주에 왔으니 미국와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KFC에 가서 치킨도 좀 먹었고요.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나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미국의 KFC, 캔터키 주의 특별함은 없었다.


캔터키 말 공원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공원이 엄청 커서 힘들 줄 알았는데, 큰 건 맞지만 관광객이 다닐 수 있는 지역에는 체험과 볼거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그렇게 많이 걷지 않아도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조랑말 체험에서 둘째는 막상 탈때는 겁먹은 것처럼 보이더니 다 타고 나서는 말 이름들도 하나하나 부르면서 작은 말이니 누나 말은 큰 말이니 쉴새 없이 떠들더군요. 첫째는 아주 신나보였어요. 7월에도 같은 곳에 다른 학회가 있는데 다시 와야겠어요. 참고로 저희가 이번 방문으로 지불한 금액은 차량 당 입장료 6불, 5세 미만은 공짜 어른은 16불, 조랑말 체험은 6불씩 총 50달러 입니다. 방문 비용 포함하여 자세한 정보는 여기(Kentucky Horse Park)를 확인해 주세요. 매시간마다 이벤트가 있어서 따라다니면서 봐도 좋고 여러 마구간을 비롯하여 생각보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공원 폐장할 때까지 (5시) 놀다가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는 목적지는 녹스빌에는 9시에나 도착했네요. 
 

조랑말을 타고 4바퀴를 돌면 끝. 6달러에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날이 엄청 좋았다. 내 옷이 좀 후리한 게 아쉽지만 가족사진 완성!

 

둘째 날에는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을 다녀왔어요. 녹스빌 시내에서 차로는 약 한 시간 조금 안되는 거리인데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았지만 그래도 풍경을 즐기면서 가기 좋았던 것 같네요. 가는 길에 소를 방목해놓은 목장이 있어서 잠시 내려서 아이들과 함께 구경했는데 소가 사람을 따라 다니네요. 줄게 없어서 조금 미안했지만 아이들이 소를 가까이서 실컷 봐서 굉장히 좋았어요.

 

도대체 생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흑우가 되었니...

 

스모키 마운틴에 네비게이션은 대충 cades cove라는 곳으로 찍고 가시면 되고요. 일단 걱정 말고 쭉 따라가시면 안내소(Information center)가 있으니 잠깐 서서 브로셔 (1달러)도 하나 구입하고 주차비도 내시고 가시면 돼요. 브로셔를 아래에 스캔해서 올렸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Cades Cove Tour.pdf
3.11MB


대부분 일방통행으로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요. 다만 국립공원치고는 생각보다 볼 게 별로 없었고요. 그래도 작은 곰 몇 마리랑 사슴 본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화장실도 찾기 굉장히 어려우니 미리미리 해결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입구 쪽에 하나 그리고 입구 정반대편에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차들이 주변 구경한다고 천천히 가는 바람에 빨리 갈 수도 없거든요. 테네시 주에 사신다면 안가볼 이유는 없겠지만 멀리서 와서 볼 정도의 가치는 별로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회랄까요. 공원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저 말고 가족들은 모두 피곤했는지 뻗어버렸는데 저는 인터넷이 안되서 길 찾느라 좀 고생했네요.

 

왼쪽부터 차례로, 말, 곰, 그리고 사슴

 

숙소에 와서 잠시 쉬고는 퍼듀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초대를 해주어서 다녀왔어요. 아직 신혼인 친구인데 아내분과 잘 사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더군요. 아이들은 숙소에 돌아와서도 신나게 놀다가 잠들었에요.

 

같이 모인 사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음식 사진만 남아버렸다.

 
셋째 날은 학회가 이미 시작했기에 학회 분위기도 볼겸 학회가 열리는 테네시 대학도 좀 구경할 겸 밖으로 나왔어요. 녹스빌 시가지에는 아주 앤티크한 버스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하는데 아내도 미국에 꽤나 오래 살았는데도 버스를 처음 타본다고 하고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처음 타는 버스

 

학회 세션 대부분은 테네시 대학의 학생회관(Student Union)에서 열렸는데 가서 보니 열심히 자신들의 포스터를 설명 해주는 학생들도 보기 좋았고, 직업 박람회에 온 기관들을 둘러보는 것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대학 건물들과 사람들이 테네시 주를 상징하는 색깔인 밝은 주황으로 물들여 있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전날 식사 같이 했던 친구가 점심에는 치킨을 사줬어요. 미국에는 한국의 충만치킨이 CM치킨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있는데 오랜만에 한국식 치킨을 먹었더니 한국도 그리워지고 좋더군요. 저녁 때는 학회 주최측에서 녹스빌 동물원을 통째로 빌려 저녁 만찬을 준비해 주었기에 동물원으로 향했어요. 녹스빌 동물원 공식 폐장 시간에 저희 학회 사람들이 들어가서 구경을 했는데 사람도 적어서 좋았고 비는 조금 왔지만 아이들과 재밋게 잘 뛰어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호랑이 말고는 아주 신기한 동물에 별로 없는게 돈내고 가면 조금 아까웠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네요.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와서 집에 갈 땐 쫄딱 젖어 있었다.


어찌보면 학회 자체로는 마지막 날, 저는 다른 사람 발표도 듣고 제 발표도 하기 위해 학생회관으로 갔고 가족들은 숙소 근처의 마켓 스퀘어를 구경했어요. 녹스빌의 인사동 같은 곳이랄까요? 공예품도 팔고, 맛집도 많은 거리인데, 가로수길과 비슷할까요? 여튼 발표가 끝나고는 테네시 대학 근처 구경을 하다가 다 같이 마켓 스퀘어에 다시 가서 구경을 했어요. 게이는 다행히 없었던 게이 스트릿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었고 아랍음악을 테마로한 지역 축제도 마침 있길래 기웃기웃 하기도 했죠. 

 

테네시 대학과, 게이스트릿의 아이크림 가게, 퇴근하는 종업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우)

 

저녁으론 친구가 추천해준 해물찜 가게인 Storming Crab이란 곳에 다녀왔는데 저희가 워낙 해산물을 잘 먹을줄도 모르고 생각보단 별로였던 것 같네요. 하지만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남미식 해물찜을 드실 수 있으니 녹스빌에 방문하는 김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희만 인색하게 평가해서 그렇지 구글에서도 평이 좋고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스토밍크랩에서의 해물찜 식사


다시 퍼듀로 돌아가는 날 아들에게 가자고 약속했던 신시내티 소방 박물관이 휴관이라 가지 못했어요. 아들래미 달래느라 진땀을 쏙 뺐네요. 아이들도 지쳐보여서 신시내티 구경을 못하고 애플비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마음의 고향 웨스트라파옛으로 복귀함으로 이번 여정도 끝이 났네요.
 

학회에서도 생각보다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도 아주 훌륭했던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디애나 주와 확연히 다르게 산과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아 흡사 우리나라의 강원도에 온 느낌도 받았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의 화사함과 테네시 주의 밝은 오렌지 빛이 어우려서 이번 여정이 더욱 화사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신 업데이트(2023.6.1.)

알고보니 학회에서 대충 발표한 것 같은데 작은 상장이 하나 나왔더군요. Best Graduate Criticality Safety Presentation에 선정이 되었는데, 항상 참석자들이 제 발표에 별로 관심없다고 느껴서 권태기가 왔었는데 이 작은 상으로 앞으로 발표자료를 만들 때 좋은 동기부여 촉진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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