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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후반기 (코로나 후)

[경험] 콜로라도 볼더 방문

Jeongwon Seo 2023. 5. 23. 12:12

 
미국에는 저와 비슷한 목적(학위과정)이나 여러 다른 이유로(군사교육, 연수 등) 많은 군인들이 미국에 나와 있는데요. 그중 육사 생도시절 당시 전공과목 교수님(미국 대학 지원 시 추천서도 써주심)과 비슷한 시기에 같이 박사과정에 나와서 꼭 한 번 만나자고 했지만 각자의 바쁜 시간과 거리를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선배님이 콜로라도 볼더에 같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큰 마음먹고 아내에게 하루의 휴가를 받아서 1박 2일 일정으로 볼더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대가 맞는 싼 비행기를 찾다 보니 출발과 도착 비행기 모두 이른 아침이더군요. 
 

덴버 공항. 공항 내에는 전철이 다닐 정도로 무척 크다.


새벽 4시 45분, 알람에 깨어 보니 옆에 딸래미가 제 팔을 베고 자고 있더군요. 미안하지만 팔을 살짝 빼고 나와 대충 씻고는 5시 10분 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주차비를 조금 아껴볼까 하고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의 이코노미 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셔틀을 타야 함에도 나쁘지 않더군요. 참고로 이코노미는 하루에 9불, 제일 가까운 주차장은 20불이에요. 시간이 조금 있기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 먹고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출발 시간이 되어 공항에 마중 나와주신다는 선배에게 비행기 정보를 보내드리고 쉬고 있던 찰나 비행기가 1시간 반 가량 연착되었다며 모두 내리라고 하더군요.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2시간 시간이 빨라서 공항에 마중 나오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선배에게 조금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저희 가족들도 일어난 시간이라 비행기 타기 전에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네요. 오히려 연착이 되니 덴버 공항에 도착했을 땐 11시 경으로 딱 점심시간 이더군요.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나도 반가운 선배와 함께 새로 생겼다는 순두부 집에 갔어요.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던 곱창 순두부라는 메뉴가 있어 먹어 보았는데 아주 맛이 좋았어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음식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안개가 껴서 잘 안보이지만 뒷산과 잘 어울리는 대학 건물과 함께 (좌), 볼더 대학의 상징과 함께 (우)


점심을 마치고 콜로라도 볼더 대학으로 이동했어요. 오후 2시쯤이나 되었을까요. 대학에 도착할 즈음 되니 교수님께서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엔 6시에 모이자고 했던 걸 4시로 당겼는데 2시에 준비를 다 마치시다니. 어쩐지 일찍 오라는 간접적인 의미가 담긴 메세지라 생각되어 짧게 대학 구경을 마치고 볼더 대학에서 공부 중이라는 멋진 후배까지 차에 태워서 교수님 댁으로 향했어요.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과 처음 뵙지만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모님, 선배로부터 아주 똑부러진다는 칭찬을 받는 센스 만점 후배와 오후 3시부터 시작해서 즐거운 이야기를 밤 11시까지 나눌 수 있었네요. 8시간 가량 이야기하다 보니, 사는 이야기는 당연하고 옛날이야기, 여행, 철학, 과학 등 폭넓은 주제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떠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더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법한 주제들이 떠올라 다음 만남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선배댁에 가서 집에 들어온 나방 조금 잡고는 잠을 청했습니다.

왼쪽부터 후배, 나, 선배, 그리고 교수님. 안개가 있었지만 야외에서 바베큐는 역쉬!

 
비행기 시간이 오전 7시라 염치 불구하고 선배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게 했습니다. 대충 씻고는 공항으로 출발하는 길, 교통사고가 조금 크게 나서 차 한 대는 좌측에 부서져서 널브러져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 우측에 차 세대가 부서져 있었지만 새벽길이라 많이 지체되진 않았고 5시 15분쯤 다시 덴버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네요. 비행기 탑승구에 가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흑인 남성 한 명이 뭔가 불만이 있는지 아주 걸쭉한 소울이 담긴 욕을 퍼붓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흑인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 봐선 자신이 흑인이라 생긴 문제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과연 이런 상황에 백인이나 아시아 사람이 가서 말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틀 내리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는지 비행기에서는 이륙까지만 기억이 나고 눈을 뜨니 착륙을 하더군요. 차를 타기 위해 공항 셔틀을 탈 때는 내리는 사람 먼저라는 기사의 안내를 무시하고 내리는 사람을 비집고 들어가서 앉는 흑인 여자를 봤는데 눈살이 매우 찌푸려지더군요. 잘못된 샘플링이었고 다른 많은 흑인들은 공공질서를 잘 지킬 줄 알지만 그래도 굉장히 보기 좋지 않은 모습들을 보니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다른 이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게 하지 않도록 부단히 돌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저를 반기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정말 우리 집에 왔구나하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고단한 몸의 긴장을 좀 풀고자 맥주 한잔 하고는 아이들보다도 먼저 잠에 들고 말았네요. 1박 2일의 짧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여운이 많이 남는 일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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