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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나의 해군사관학교 지원과정

Jeongwon Seo 2022. 5. 1. 01:18

육군사관학교 생도 정복

사관학교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사관학교들에서도 많이 홍보 하고 있어서 위와 같은 모습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고등학교때 미술 선생님이 운동을 엄청 좋아하셨는데 몸도 좋으셨고 사관학교에 대해서 굉장히 안좋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대부분의 어른들에게서 듣는 군에 대한 내용도 좋지 않은 것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군대는 위험하고 더럽고 보람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해군사관학교 지원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봄에 저희학교에 해군사관학교 생도 한 명이 홍보를 하러 나왔어요. 저도 육사 생도일때 가봤지만 보통은 강당이나 교실 같은 곳에 사관학교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오라고 한다음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홍보 영상 및 소개등을 하고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지거든요. 당시 저희 학교에 온 생도는 새하얀 해군사관생도 정복에 모자까지 멋들어지게 쓰고 나와서 멋지긴 했죠.

해군사관학교 생도 예복

홍보 당시 받은 안내책자를 들고 집으로 가서 어머니께 보여드렸죠. 어느 부모님이나 그렇겠지만 저희 어머니도 아들 학비로 걱정이 많이셨었는지 전액 장학생에, 각종 의류 및 월급까지 준다는 말에 저에게는 바로 지원하라고 하셨죠. 당시만해서 어머니도 사관학교에 가면 뭐 하는지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재수 할 땐 아버지가 기왕이면 육사를 지원하라고 하셨고 어머니도 그게 좋겠다 하셨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도 않았고 1차 시험에 지원했습니다. 

 

1차 및 2차 시험

 

1차 시험은 사관학교에 응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시험을 보는 것인데요. 여기에서 해당 모집 기수 인원의 5에서 8배수 정도를 뽑고 2차 시험에서 또 걸러내어 2에서 4배수 정도를 남겨놓거든요. 이상하게 육사 홈페이지가 먹통이라 정확한 숫자를 얻기가 힘들다는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특히 1차 시험은 수능과 매우 유사하게 나온다고 하여 연습도 할겸 가서 보는 사람도 많아요. 이를 허수지원자라고 한다네요. 제가 살던 천안에는 시험장이 없어서 대전의 명문고, 한일고에서 시험을 봤어요. 

 

2차 시험은 각 사관학교에서 실시하게 되는데 해군사관학교는 진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부모님 차를 타고 천안에서부터 진해까지 갔어요. 2박 3일 동안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부모님은 저를 두고 먼저 올라가셨고 제 동기가 될지도 모르는 학생들과 시험을 봤죠. 먼저 안내받아서 간 곳은 시험보는 기간동안 지내게 될 막사였습니다. 군 막사에 처음 와보기도 해서 신기하더군요. 안내해주셨던 장교분의 말에 따르면 지금 저희가 머무는 곳은 예전 생도 생활관이고 이제 생도들은 새건물에서 지내게 된다며 저희도 입학하면 새건물에서 쾌적하게 생도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하셨어요. 

 

2차 시험은 여러 심리 문학을 푸는 적성검사,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체력검사, 시력 등을 확인하는 신체검사 등으로 나뉘는데요. 적성검사때는 500문항인가 되는 무지막지한 적성검사지를 완료해야 하는데요. 질문도 이상한게 많았어요. 예를 들면,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다".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데 예라고 하기엔 지금 안사랑하는 것 같고 아니오라고 하면 예전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사랑한다가 되는 것 같았죠. 여튼 이상한 적성검사를 마치고 나면 시력, 청력 등을 하는 신체검사를 했는데요. 저는 평발이라 일단 조건부로 합격시켜 준다고 했죠. 살면서 평발로 고생한 것은 없었는데 검사를 받고나니 아 내 발이 정상은 아닌가보구나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역시 클라이맥스는 체력검정이죠. 저희는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달리기, 그리고 제자리 멀리뛰기를 봤던 것 같아요. 다른 종목들 보다도 달리기 할 때는 체력도 안좋았는데 너무 최선을 다했나봐요. 1.5km를 뛰고 오바이트를 했습니다. 숨도 잘 안쉬어졌고요. 열심히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부하느라 운동을 전혀 안해서 체력이 많이 약했던 것 같아요.

 

저녁에는 해군사관생도들과 만나는 시간도 있었고, 마지막엔 일정으로는 당시 생도대장님과의 면접이 있었던 것 같네요. 정말 너무너무 가고 싶다고 어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소감

 

다행인지 불행인지 2차 시험에서 불합격해서 재수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사관학교 별 목적없이 지원했고 졸업을 했는데요. 예전에도 많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군인이 태어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관생도 옷이 멋져보인다, 뭔가 명예로운 것 같다 등 저는 그런 동기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지금 지원할까 말까 망설인가면 저는 용기있게 지원해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제가 사관학교에 들어가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지는 동기들도 많았고 지금도 훌륭하고 군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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