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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나의 육군사관학교 입학과정

Jeongwon Seo 2022. 5. 1. 01:02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제 인생을 180도 바꾼 사관학교 입학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해요.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육사 1차 시험

 

그렇게 수능 실패의 아픔을 딛고 저는 안성에 있는 기숙 학원에 입학을 합니다. 그 당시 (2006년) 학원비만 150만원(식비 포함)에 교재비, 간식비 등을 더하면 저 혼자 거의 200만원을 썼죠. 게다가 제가 국어를 못해서 그 안에서도 과외반 같은게 있어서 몇달간은 35만원 내고 그것도 들었어요. 부모님께 엄청 죄송하기도 하고 실패자가 된 거 같은 기분에 초반에는 아주 열심히 했어요. 초반에는. 근데 꽃도 피고 봄바람이 산들산들 부니까 거기 있는 여자애들도 예뻐보이고... 흠흠. 여튼, 기숙학원은 산 꼭대기에 있었는데 걸어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요, 무슨 군대처럼 일과도 꽉 짜여있었고 휴가도 2달에 2박 3일 뭐 이렇게만 보내주더라고요. 그렇게 학원에서 공부하던 중에 사관학교 지원시기가 다시 왔습니다. 

해사를 지원할 때는 제가 가고 싶기도 했고 해사라는 특정 목표가 있었는데 재수 할 때는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주위에 있는 형들이 거기 가면 엄청 고생이라고 그랬거든요. 그냥 수능 한 번 미리 본다는 생각으로 1차 시험을 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넘어가서 지원을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어디 사관학교를 지원하던 상관 없었죠. 이 땐 아버지가 육사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썼어요. 1차 시험은 대전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봤는데, 시험 잠깐 치고 나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바깥 바람도 좀 쐬니 좋더군요. 

 

육사 2차 시험

2차 시험은 정말 보러 가기 싫었어요. 지난 해에 열심히 하고 토하고 떨어진 기억이 있어서 안간다 했는데, 아버지가 육사에서 시험 보고 근처에 태릉 갈비가 맛있다는데 그거 먹고 오자고 설득하셔서 거기에 당해버립니다. 육사 2차 시험에 가니 시험은 대동소이 했습니다. 육사는 1박 2일이었나? 2차 시험을 진행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한 방에 2명씩 썼습니다. 그게 기초군사훈련 때도 같을 줄이야.. 어쨋든, 저랑 같은 방을 쓴 친구는 고3이었는데 육사가 너무 오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딱봐도 몸도 좋고 깎듯한게 벌써부터 군인 같았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도 육사는 역시 내가 갈 곳이 아니구나 생각했죠. (근데 합격하고 보니 그 친구가 없다!?). 

몇백 문제가 되는 적성평가를 하고 장교들이랑 면담도 하고 사관생도도 보고 체력검정도 치고.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토할 정도까지 열심히 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해도 떨어질거 같았기도 하고 글쎄요. 2차 시험 막바지에는 그 당시 생도대장님과의 면담이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 분께서, 육사에 왜 오려고 하냐 물어보시길래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참고로 태릉갈비는 정말 맛있더라고요. 

 

육사는 서울에 있어서 집에 갈 때도 좋더라고요. 전에 해사 갔을 때는 진해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나는데, 육사 2차 시험을 보고는 동향 친구 (같은 기수 임관)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천안까지 갔습니다. 무려 3시간. 그 친구한테도 저는 육사 안갈거라 했는데, 나중에 합격하고 만나니 좀 거시기 하더라고요. 다들 말 한마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종합격

 

크리스마스 어간 쯤에 발표가 났던 것 같아요. 별로 가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합격을 받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문제는 집에서 생깁니다. 부모님들부터 각종 집안 어른들이 다 육사를 가라는 거에요. 저는 군에 아는사람도 없고, 뭔가 위험할 것 같고 그래서 안가고 싶었는데. 각종 여러 설득에도 절대 안간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의 거짓말들이 제 마음을 돌렸습니다. 제가 사실 경찰대도 지원을 했었거든요 1차에 떨어졌지만. 

 

아버지: 육사에 가면 군대를 안간다!

나: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아버지: 진짜야, 경찰대 나와도 군대 안가는건 알지?

나: 그건 그러네?

 

어머니: 너 선생님 하고 싶댔지? 육사가도 할 수 있어.

나: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어머니: 다만 애들 나이만 많은거야 가면 병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그건 그러네?

 

지금은 두 분께 너무 감사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결국 마음을 돌려 2007년 1월 22일 추운 겨울 가입교에 가게 됩니다. 이것도 웃긴게 아버지가 거짓말을 또 하셨어요. 기훈을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하신 겁니다. 더 웃긴 건 저 말고도 다 속았어요. 그래서 남들은 다 부모님이랑 가입교에 와가지고 울면서 헤어지는데 저는 아니 대학 오리엔테이션 가는게 그렇게 슬픈가? 하고 교훈탑을 지나 들어갔죠. 한편으로는 왜 오티를 기훈이라 하지 이상한 곳이네 하면서요. 그 날 밤, 뭔가 크게 잘 못되었다는 걸 느꼈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기훈이 끝나있었네요.

 

청운의 꿈, 육군사관생도

자세한 생도생활은 "김세진"님의 "나를 외치다" 책에 잘 나와있어요. 저와 같은 기수에 임관하신 분이고 저보다 훌륭하게 생도생활을 마치신 분이니 그 분의 책이 간접적으로나마 생도생활을 체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치며

 

군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말씀드렸다시 군에 아시는 분들도 전혀 없었고 군인정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육사에 입학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고,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사히 생도생활을 잘 마쳤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군인으로 살아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꼭 육사가 아니더라도 장교가 아니더라도 많은 길이 있으니 도전해 보고 경험해 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내가 한 것을 후회하려는 경향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안 한 것을 후회하려고 한다더라고요?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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