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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육군 vs 해군사관학교 차이

Jeongwon Seo 2022. 6. 3. 06:17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저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어요. 타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등)의 졸업생들과는 교류할 기회가 별로 없는게 조금 아쉽더라고요. 생도 때는 타사관학교 교류방문이라는 게 있어서 여름에 일주일 정도 방문하면서 타사관학교 생도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매년 같은 행사가 계획되는게 아니라서 저희 기수에는 육사에 타군들이 한번 오고 저희가 해군사관학교에 한번 가고 공군사관학교는 못가봤네요. 조금 아쉬워하던 찰나, 제가 러시아에 가게 되었는데요. 그 땐 신기하게도 모스크바에 해군 선배들만 계셨어요. 보통은 육군이 바글바글하고 해공군이 조금 있고 그런식인데 제가 모스크바에 간 첫해에는 해군선배 4명, 육군은 저 혼자였어요. 선배님들께서 잘 챙겨주셔서 말도 잘 못하던 때였는데 다행히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과 얘기를 하면서 나름 육군과 다름을 느껴서 이를 좀 정리해보고자 해요. 물론 제가 아는 육군도 쥐꼬리만큼 밖에 안되고, 제가 본 해군도 그 큰 모집단에 비해 너무 작은 샘플이기에 그냥 재미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군인이라면 진급에 대해서 관심이 있겠죠. 육사 졸업생들은 소령 진급을 한 두번 미끄러지더라도 대부분 중령 정도는 간다라고 흔히들 알려져 있지만 해사 졸업생들에게 소령은 누구가 한 번에 진급하지만 중령부터는 진급하기가 매우 힘들다 하네요. 아무래도 연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있기에 직업군인이라면 누구나 중령은 달고 싶을텐데요. 이 부분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육군과 다르게 해공군 장교들은 근무를 하며 어떤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경우가 많기에 조금은 위안이 되는 부분이지만 같은 수준의 인재를 뽑고 진급률에서 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건 여전히 의아합니다. 

 

또한 진급 심사에도 차이가 조금 있는데요. 육군에서는 질적 심사를 해군에서는 양적 심사를 우선에 둔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육군에서는 지휘관, 직속 상관의 평가 (평정이라고 부름)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 외에도 우수부대 등과 같은 상이 있다면 물론 가산이 됩니다. 여튼 어떤 상관은 본인 자체가 성품이 너그럽고 관대한 편이라 평정을 후하게 주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은 조금 객관적으로 하급자를 판단하여 깐깐하게 주려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본부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단순히 평가된 ABC와 같은 기준이 아니라 평정권자의 성향도 고려하고 또 점수화된 평정 외에 피평정자에 대해 기술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또한 고려가 많이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를 질적 평가 또는 심사라고 저는 부르고 싶군요. 해군에서도 마찬가지로 평정을 고려하지만 평정보다도 더 중요한 심사의 부분은 현장 근무 여부입니다. 해군에서 가장 많은 병과인 항해병과를 예를 들자면 배를 얼마나 오래타고 작전을 얼마나 더 많이 했는지 같은 것이죠. 각 계급마다 채워야 하는 항해 기간이 있다고 들었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다 채운 경쟁자에 비해 순위가 밀리게 된다하네요. 각 군의 특성에 맞게 발전된 진급심사 시스템이기에 뭐가 옳고 나쁜 건 없고 그저 이런 다른 점이 있구나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네요.


제가 본 해군들은 육군들에 비해 씀씀이가 조금 큰 편이었어요. 물론 개개인마다 집안 사정도 다르고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에 대체적으로 씀씀이가 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선배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여 장교가 되면 보통 배를 타고 작전을 나가죠. 2-3주 정도가 기본이고 육지에 정박하게 되면 당직이니 뭐니 바쁘기 때문에 배를 타는 걸 선호하는 선배도 계시더라고요. 어쨋든 한번 작전에 나가면 휴대폰도 잘 안되고 항해수당이 나와서 돈은 좀 있을지 몰라도 쓸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육지에 오면 조금 넉넉하게 쓰시는 것 같다라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데 저만 그런 걸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느낀 건 결혼시기가 대체적으로 늦다는거 였어요. 아무래도 군에서 복무하는 간부들 같은 경우에는 결혼하면 해당 부대에 할당 된 군인아파트, 또는 관사 등을 지원해 주거든요. 그러다보니 육사 동기 및 선후배분들은 일찍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한국 나이로 26에 했으니까요 (물론 저는 그 중에서도 빠른 편인데, 후회하는 건 아니고 왜 그랬을까요 ㅎㅎ). 해군 선배님들을 보니까 다들 사회에서 결혼하는 사람들과 별로 다를게 없더라고요. 서른 중반 즈음으로 생각하던데 군인치고는 매우 늦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서른 서너살 때 쯤 소령을 다는데 육군은 중위에서 대위까지가 결혼 적령기 스펙트럼이라면 해군은 대위~소령 정도라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아마도 해군들은 바다에서 나가 있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보니 사람 만날 시간도 적은게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짧고 얕은 경험이지만 이번 포스팅에서 제가 느낀 육군과 해군 차이를 좀 기술해 봤어요.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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