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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2년차

[러시아생활] 친동생과 러시아에서 한 달 살기 (상)

Jeongwon Seo 2022. 9. 2. 23:20

저에겐 한살어린 친동생이 있는데요. 어려서부터 친구처럼 지내왔지만 제 동생은 항상 제게 형 대접을 잘 해주고 지금은 저보다도 더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살고 있습니다. 올 시월에는 첫째도 태어난다고 하네요. 각설하고 이런 동생이 약 1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잠시 시간이 있어서 모스크바에 겨울에 한달정도 와서 같이 지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올려드렸듯이 저는 동생을 만나기 전에 친구들이 있는 러시아의 작은 도시 카브로프와 쿠르가닌스크, 두 도시를 방문하고 쿠르가닌스크에서 바로 소치로 향했어요. 동생은 소치 공항으로 왔고 동생을 공항에서 만나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는데요. 숙소가 통나무 집이어서 아늑한 느낌도 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동생과 좋은 안주에 로컬 맥주를 같이 먹으니 기가 막히더군요.

 

스테이크 손질과 함께 마신 알콜들
잘 구운 스테이크와 잘 지내는 형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당연히 기억도 안나지만 사진을 보니 저날 두 형제가 행복했던 건 확실한 것 같네요. 이젠 다들 애기 아빠가 되고 생업에 바쁘지만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될 즐거운 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다음날부터는 스키장에 다니면서 스노우 보드를 탔어요. 둘다 잘 타는 편이 아니라서 스노우보딩 보다는 소치 스키장에서의 경치를 최대한 즐겼던 것 같네요. 스키장에는 곤돌라는 운영하는데 첫 번째 곤돌라는 렌탈샾과 숙소로부터 출발하고 슬로프는 없는 곤돌라고요. 두번째와 세번째를 타야 슬로프가 있거든요. 각 곤돌라는 약 10분정도 타니까 정상까지 올라가는데만 약 30분정도 걸려요. 그래도 정상에 올라가면 탁 트인 시야와 뒤로 산들이 보이는데 정말 끝내주거든요. 지난번 선배들과 갔을때는 정상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동생이랑은 못가본게 조금은 아쉽네요.

 

보드 타기 전과 후, 눈사람이 될 뻔했다.

 

스키장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소치 시내로 내려왔어요. 사실 스키장이 있는 지역은 소치가 아니고 크라스나야 폴랴나라는 곳으로 소치 시내로부터 약 70km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차로는 한 시간 정도 걸려요. 여튼 스키장 지역은 당연히 겨울에 추운데 반해서 소치 시내는 겨울에도 섭씨 영상의 온도는 유지하는 곳이라 겨울에도 돌아다니기 좋아요. 시내 숙소에 머물면서 투어 (러시아에선 엑스쿠르시아라고 함)를 사서 몇 군데 다녔어요.

 

뒤에 보이는 산이 아주 절경이다

소치 구경을 마치곤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돌아왔어요. 약 하루 반 정도 기차를 타야 했는데, 기차 여행은 즐겁지만 핸드폰이 너무 안터지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네요. 중간 중간 정차하는 역에서 도시락을 파는 아주머니한테 도시락도 사먹고 중간중간 떨어진 술과 안주도 보충하면서 모스크바까지 왔습니다.

 

기차 안에서


모스크바에 돌아오니 사랑하는 아내가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왔어요. 아내는 한국에 가게 되어서 한 일주일 정도만 동생이랑 저랑 이렇게 셋이서 지냈고, 그 후엔 동생이랑만 한 3주 정도 더 지냈어요. 아내가 제 동생이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게 있었는데 바로 북한 식당 가보는 것.

 

모스크바에 있던 북한 식당의 간판(좌)과 입구에 들어가면 걸려있는 선녀(우), 포스가 남다르다

 

제 아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북한식당이 한국식당보다 더 싸고 맛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제가 한사코 안가니까 꼭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정부 사이트 중 하나인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 가보니 북한 주민과 접촉(정보나 메시지 보내고 받는 과정)한 경우 신고를 하게 되어있는데,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먹은 것은 해당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공직자가 계시다면 더더욱 주의하는게 아무래도 좋겠네요. 그래도 저 없이 둘이 간게 미안했는지, 저는 대형마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푸드코너에 북한 만두라면서 싸온 걸 주더군요. 개인적으로 만두도 별로였고, 아내와 동생이 먹었던 음식들도 별로였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다시는 안갈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가면 다시 못 올것처럼 많이 좀 시키지 초라하게 시킨 음식(좌), 내가 먹어보고 싶었을 거 같다면 싸온 북한 만두(우)

 

아내가 있는 동안 이즈마일롭스키 시장도 가고 동생에게 근사한 저녁도 한끼 사줬죠. 멀리서 형을 보겠다고 여자친구가 가지 말랬는데 온 동생에게 많이 못해준거 같아 아직도 미안하긴 합니다. 항상 당시로선 최선이었던 것 같아도 후회하는게 인간관계이지 않나 싶어요. 

 

가격도 괜찮고 양도 많이 나왔던 스테이크집, 이름이 생각이 잘 안나네요. 

 

저녁도 잘 대접했고, 아내는 한국에 잠시 가기로 해서 동생과 약 3주간 둘이서 지냈는데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형제의 3주간 모스크바 생활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볼 수 있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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