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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2년차

[러시아 여행] 모스크바 남부 자동차 여행

Jeongwon Seo 2022. 1. 6. 10:31

이번엔 예전 추억도 떠올릴겸 저희가 했던 꽤나 만족스러웠던 러시아 내의 자동차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해요. 저희는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도시들을 아룔로부터 시작해서 조그맣게 한 바퀴 그리면서 계획을 했어요. 일정은 3박 4일이었고 (2016년 3월 5일 - 3월 8일), 저와 아내 그리고 예비학부 당시 친해진 동생 두명과 함께 했습니다. 계획은 제가 짰고요. 조금 빡세게 짰었는데 일행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좋았다고는 하는데. 저희다 다녔던 루트는 아래와 같아요.

 

 

물론 순탄한 여행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안 그래도 러시아에서 차를 빌려서 한 번 타보고 싶었거든요. 당시에 돈도 그리 많지 않았고 운전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매번 고민만하고 미루다가 아내와 동생들이랑 같이 출발하게 되었네요. 

 

첫째날, 35

 

아침 일찍 일어나서 대충 밥을 차려 먹고 나와서 툴라(모스크바 남부의 도시)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기차역에 도착해서 함께 표를 끊었고 4시간 정도 일렉트리치카(모스크바와 교외를 연결하는 지상철)를 타고 이동 후 아룔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다들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해서, 다들 잘 줄 알았는데 안자고 카드 게임을 하고 떠들면서 툴라까지 도착을 했어요. (이땐 그래도 팔팔했는데, 지금은...) 차를 빌렸는데 차 상태도 매우 좋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차오르더군요. 차를 몰기 전 피자 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차를 이동시켜 보았는데 오랜만의 운전이라 그런지 익숙하지도 않고 도로도 안 좋고 매우 무서웠는데, 하다보니 좀 낫더라구요. 아마 근육이 기억하고 있었나봐요. 러시아에는 조금 큰 도시에는 크레믈(한국 말로하면 뭐 궁전 쯤 되는데)이 있거든요. 그 근처에 차를 대고 본격적으로 툴라 구경을 시작했어요. 지난번에 톨스토이 생가를 왔을 때는 그냥 박물관만 보고 돌아가서 툴라 시내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차도 렌트하고 좀 여유있게 돌아 볼 수 있었죠.

 

전에 모스크바의 크레믈, 이즈마일롭스키, 얼마 전에 다녀온 니즈니노브고러드스키 마지막으로 카잔의 크레믈이었는데, 다들 조금씩 다르고 당연하겠지만서도 툴라도 마찬가지로 도시의 특색을 담고 있는데 이런 다름을 보는 것도 또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크레믈에서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좀 찍고, 그 옆에 크레믈을 본따서 조그맣게 만든 놀이터로 갔는데 실제의 크레믈 보다도 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해서 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여보 아래 사진은 미안)

또 러시아의 조금 크다 싶은 도시면 어디나 있는 꺼지지 않는 불이 툴라에도 있더라구요. 살짝 구경하고, 차에 타서 아룔로 향했어요.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파는 동물모양의 과자도 사며 신나게 가고 있었는데 추월차선을 지키지 않고 추월하다가 경찰한테 걸렸어요.

경찰이 먼저 경찰차에 타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법원에 가고 싶냐 어쩌구저쩌구 하길래, 법원 가기 싫다 했더니 뇌물을 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더라구요. 처음에는 5000루블(약 10만원)을 요구하길래, 학생이라 돈이 없다하며 학생증을 보여줬더니 2500루블로 깎아줬어요... 여튼 그렇게 학생할인을 받고 대금을 지금하고 풀려나올 수 있었죠. 뭐 기분은 좀 상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아룔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상하게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었는데, 겨우 찾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주고는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고 하는데(너무 이상하죠..;;) 부담스러웠지만 갈 곳도 없고해서 일단 앉아서 주문을 넣었어요. 뭐 가실일은 없겠지만 가게 이름은 벨라지오 였고요, 음식은 별로였지만 어쨌든 배는 채웠기에 숙소에 가서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

 

둘째 날, 36

 

아침을 대강 먹고는 차를 타고 근처의 관광지로 향했어요. 우스펜스키 사원이라고 써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뭐 어쨌든 그 사원 안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못 찍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게도 보여드릴 사진이 없네요. 밖으로 나와보니 아룔시의 마스코트인 독수리 상이 있었어요. 사실 아룔이라는 도시 자체가 독수리라는 뜻의 러시아어 거든요.

 

사진을 좀 찍고는 다음 목적지인 쿠르스크로 향했어요. 쿠르스크에 들어가는 길에 조금 괜찮아 보이는 사원도 있었고 길에 탱크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참 인상적이 더라고요. 성당 내부 뭐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역시 탱크하면 쏘련 

시내에 가서도 구경을 조금 했지만 뭐 조그마한 도시고 잘 알려진 관광 도시가 아니기에 별로 볼건 많지 않았어요. 저희가 잘 모르는 걸 수도 있고요. 그래도 위의 저 비상할 것만 같은 탱크는 예술이죠?

시내에서 볼거라고는 위에 보이는 사원정도 있었는데 그 마저도 주변에 온통 공사중이라... 여튼 뭐 별로 볼거 없는 도시였고요 바로 다음 도시인 바로네쉬로 향했어요. 그래도 바로네쉬느는 그나마 좀 알려진 도시라서 조그마한 기대를 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셋째 날, 37

 

그렇게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바로네쉬 도시를 한 바퀴 스윽 돌아봤어요. 러시아 그 특유의 사원 양식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 있었고,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보다 나름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도시로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건축물보단 인물사진을 많이 찍어서 올릴만한게 마땅치는 않네요. 그래도 좋은 느낌의 도시였습니다. 바로네쉬를 뒤로하고 톨스토이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야스나야 빨라냐로 향하는 길에 옐레츠라는 도시에 즉흥적으로 들렀는데요. 이번 여행에 통틀어 제일 인상적인 도시였어요. 거리들도 정말 예쁘게 잘 꾸며놨고, 건물들도 유럽풍이 많았어요. 기념품점도 제대로 되어 있었고, 주변에 교회로 보이는 것들도 정말 아름다웠는데 이런 거에 감동하는게, 이런 기본적인 것 조차 잘 되어 있는 러시아 도시가 많지 않아요.

시내 쪽의 늠름해 보이는 삼형제와 사진을 찍고 거리에 있는 런던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웃기죠 러시아에 가서 런던이라는 식당을 찾아가고. 식사도 괜찮았고 (종업원도 예쁘고) 여러모로 아주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옐레츠를 뒤로하고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야스나야 빨라냐로 향했어요. 이번 여행을 마무리할 마지막 숙소는 조금 심사숙소해서 정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마지막 밤의 하이라이트, 샤슬릭!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음에 감사하며 맛있는 식사와 함께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 38

 

특별할 거 없는 날이었어요. 야스나야 빨라냐에서 툴라는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얼마 걸리지도 않았고 툴라에 도착해서는 차를 반납하고 기차역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죠. 저희가 모스크바에서 툴라에 왔던 것처럼 다시 모스크바로 갈때도 일렉트리치카를 탔고요, 여행 얘기를 하며 집으로 향했답니다. 

 

P.S. 과속딱지가 그 후에 날라왔는데,, 4번 위반에 6만원 정도를 과태료로 냈어요. 2번은 20km/h 초과, 2번은 40km/h 초과. 과태료 혜자의 이상한 나라에서의 자동차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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