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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2년차

[러시아 여행] 모스크바 동부 (니즈니 노브고로드, 카잔)

Jeongwon Seo 2022. 4. 24. 07:24

때는 2016년 러시아의 추운 2월, 모스크바 근처의 가까운 도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저희는 카잔이라는 유명한 동네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모스크바에서 카잔으로 가는 길 중간에 니즈니 노브고로드라는 제법 큰 도시도 있다길래, 가다가 하루 잠깐 멈춰서 보고 카잔을 가기로 했죠.

여행 루트

2박 3일의 짧은 여정, 함께 가실까요

 

220일 저녁 ~ 21일

밤 기차를 타고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기차 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기차 안에서 약 5시간 정도는 잔 것 같네요. 전에 한 번 설명 드린 것 같지만 러시아에서는 종착역의 이름을 그 기차역의 이름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니즈니 노브고러드에 도착한 기차역이 모스크바역이었어요.

니즈니 노브로로드 도착

이 쪽 사람들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에 아침 일찍 도착한 저희는 갈 때가 맥도날드 말고는 없었어요. 몸도 좀 녹이고 끼니도 해결하고는 일단 푸쉬킨 공원으로 향했어요. 푸쉬킨은 러시아의 대문호라며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위인 중 하나라 하더라고요. 눈 밖에 없는 추운 겨울,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휑해보이는 공원에서 대충 사진을 좀 찍고는 근처의 아르바트 거리를 좀 돌아다녔어요.

푸쉬킨 공원의 푸쉬킨과 나

 

공원을 벗어나서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중앙 은행에 도착했는데, 그다지 볼만한 건 없었고 은행 앞에 장이 열려 있었어요. 거기서 여러 나라들의 동전과 잡동사니 신기한 물건들을 팔고 장사꾼을 봤는데 한국 동전도 팔더라고요. 

중앙 은행 앞에서 장이 열렸다... 역시 불곰국
러시아에서 파는 한국 동전, 크 국뽕 찬다

장을 지나면서 기념품 가게들도 많이 보았는데, 기념품도 다양하고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재미있는 물건도 많이 팔더라고요. 간단히 기념품을 구입하고 러시아의 큰 도시에는 다 있다는 크레믈(궁전)로 향했어요. 생각보다 크레믈 자체도 멋있었고, 크레믈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오카강과 그 전경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얼어붙은 오카강이 보이는 크레믈 어딘가에서 한 장

멀리서 보아도 강의 대부분이 얼어있는 것 같았는데 점 같은게 사람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좀 가까이 가보고 싶더군요. 크레믈에서 아래 강 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왔는데 계단도 굉장히 볼만했고 사람들도 사진을 많이 찍더군요.

크레믈에서 내려오는 계단

계단을 지나선 강가를 따라 쭉 걸어봤어요. 아주 전형적인 러시아의 느낌대로 춥고 날도 흐리고 눈 때문에 거리도 지저분했지만 또 이런게 러시아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러시아 풍의 나름 괜찮은 성당도 한 장 추억속에 남기고 얼어붙은 오카 강으로 내려가 봤어요.

러시아의 흔한 성당
얼어 붙은 오카강과 함께 얼어버린 아내

오카강에 내려와보니 정말 얼음이 제대로 얼었더라고요. 저 조금 멀리서 보니 아까 크레믈 위에서 봤던 점이 사람이었다는게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는 얼어붙은 강을 가로질러 그 사람들에게 가봤어요. 얼음 판 위에 누런 자국 같은게 있었는데 누가봐도 그거겠죠? 

얼어버린 강에서 깝치기

얼음 강 위에 있던 사람들은 얼음 낚시를 하러 온 아저씨 들이더라고요. 러시아 아저씨들 답게 주위에 보드카 병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요. 친절한 아저씨 한 분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 분이 잡은 물고기도 구경 할 수 있었어요. 

보드카와 러시아는 혼연일체
이미 한잔 거하게 하신 러시아 얼음 낚시 아저씨와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
쓸쓸해 보이는 그의 뒷태

별거 없는 듯하면서도 상당히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었어요. 그렇다고 뭐 며칠 씩 볼만한 동네는 아니었지만요. 이제 카잔으로 가기 위해 다시 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222

새벽에 일어나니 기차는 어느새 카잔 역에 도착 했어요. 아직 해가 안떠서 어두컴컴 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도 있어보여서 기차역에서 사진을 좀 남기고 숙소로 향했어요.

숙소 가는 길에 있던 괜찮은 박물관, 역시 이름은 모른다

숙소에 짐을 풀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니즈니 노브고로드와 달리 도시는 많이 깨끗했어요. 하얀 눈이랑 잘 어울렸다고 할까? 카잔 대학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학교라 하더라고요. 저희가 모스크바에 살던 집의 거리 이름이 로바쳅스키 거리였는데 이 사람이 수학자라고만 들었었거든요. 근데 여기 대학을 구경하며 동상을 찾을 수 있었네요. 

로바쳅스키 아져씨, 여기 있었네
컨셉이에요 그냥 컨셉

이렇게 카잔 대학을 스윽 둘러보고는 우리는 점심을 간단히 먹으러 로컬 식당에 들어가봤어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러시아에는 많은 민족이 살고 있잖아요? 종종 그 민족 지방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카잔에는 타타르 쪽 사람이 많았는데 식당도 타타르 식이었어요. 메뉴는 일반 러시아 식당과 그리 다를 건 없었는데 실패도 없고 조금 만만해 보이는 고기랑 볶음밥을 시켜서 나눠먹었어요. 

그리고는 크레믈로 향했죠. 이 때쯤 되면 이제 여러분도 대충 러시아 여행 어떻게 하시는 줄 알겠죠? 근처 스윽 둘러보고 추우니까 따뜻한데 가서 밥먹고 크레믈을 가면 됩니다. 그래도 카잔 크레믈은 지금까지 봤던 크레믈과는 정말 많이 달랐어요. 새하얗고 깨끗해 보이는게 오히려 러시아 건물 같지가 않았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러시아지만 러시아 같지 않은 카잔
믿기지 않겠지만 이슬람 사원이다...

위에 사진에 나와있듯 크레믈 중앙에는 멋진 이슬람 사원이 있었는데 내부로 들어가보니 아랍어로 된 문구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에 이것 저것 행사를 많이 진행하더라고요. 사우나, 저녁 식사 할인, 스페인 문화 소개 이런것들이 있었는데 다 해보자고 아내한테 졸랐어요. 사우나도 좋았고, 숙소 안의 식사도 아주 맛있었어요. 모스크바의 물가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데 카잔은 훨씬 저렴해서 주머니가 항상 가벼운 저희한테는 심적 부담이 많이 덜 했죠. 여튼 숙소에서 찍은 사진도 괜찮았기에 몇 장 남겨 볼게요.

얼마만의 사우나인가
배터지게 먹고 남겼지만 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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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갈 때는 비행기를 탔어요. 기차가 생각보다는 싸지 않거든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그래서 보통 모스크바에서 멀리 여행 갈 때 중간중간 볼게 있으면 기차를 타고 천천히 하나씩 들르면서 보고 올때는 비행기로 오는게 좋더라고요. 공항으로 가는 길 택시 안에서 카잔의 도로들과 전경을 바라보았는데 정말정말 그 새하얀 느낌은 정말 좋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 것 같아요. 

하루 머문 호스텔, 깨끗하고 정갈했다

 

딱히 개인적으로 러시아 여행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일단 역사가 그리 긴 나라도 아니고 여행지 사이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 아니라 한 군데 보고 나면 또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하거든요. 그래도 그것도 러시아 여행의 묘미인 듯 해요. 추운 날씨와 좀 차가워 보이는 사람들 (실제로 쌀쌀 맞긴 함), 조금은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그 나라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할까. 러시아가 빨리 전쟁을 끝내고 또 추억여행 겸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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