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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2년차

[러시아] 러시아에서의 생활, 2년차

Jeongwon Seo 2022. 9. 5. 11:14

지난 번에 러시아 1년차 생활 블로그를 올리고 이런저런 핑계로 후속 블로그가 많이 늦었네요. 이제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댓글도 없고 그러다 보니 좀 동기부여나 자극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쓰면 좀 오르겠죠? 

 

국군의 날

모스크바에는 한국 대사관과 예하 무관부가 있기에 국군의 날 행사를 매년 하는데요. 저와 여기 계시는 선후배님들도 공부 중이기는 했지만 감사하게도 초대를 받아서 진급 이후 오랫동안 묵혀놨던 정복을 꺼내서 차려입고 행사에 갔어요. 행사는 모스크바의 중심부에 있는 아르바트 거리 옆에 있는 롯데 호텔에서 진행이 되었는데요. 무관님들은 다른 중요한 분들 만나느라 여념이 없고 저희 위탁생들은 저녁 먹고 사진 찍으며 시간을 보냈네요.

 

한러수교 25주년 국경일 기념, 롯데 호텔 내부

 

간만에 옷도 쫙 빼입고 저녁도 맛있게 먹었겠다 바로 근처 옆에 있는 아르바트 거리를 걸었어요. 달빛 아래 아르바트 거리는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특히 푸쉬킨과 그의 아내 동상도 밤 하늘 아래에서 그들의 삶을 뭔가 더 애절하게 말해주는 것과 같고 거리도 운치가 있더군요. 캐리커쳐 해주시는 분이 있기에 하나 그려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아내는 영 마음에 안들어 하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도 옆에서 보더니 어딜봐서 자기를 닮았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불평 한 사발을 부어놓고 갔어요.

 

푸쉬킨과 그 아내 동상, 생전에 좋지 않았던 사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그들과 다르니까 포옹으로!
국군의 날 행사 기념 캐리커쳐,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듯. 러시아에선 날짜를 일/월/년으로 쓴다, 미국은 월/일/년....

 

베데엔하 스케이트

모스크바 국립대 학생회에서는 매년 학생들을 위해 많은 행사를 기획하는데요. 보통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진행하고 경품 같은 것들도 후원 받은 것들로 주곤하죠.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체육대회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액티비티, 근처 투어 등을 하는데 이번에는 학생회에서 스케이트장 가는 행사를 기획해서 나이는 많지만 학생이기에 염치 불구하고 따라갔죠. 모스크바에선 엄청 큰 공원 산책로를 겨울에 얼려서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는데요. 규모가 정말 크기에 우리나라의 작은 스케이트장에 사람들이 얽히고 섥혀서 돌고 도는 스케이트장과는 비교가 불가하죠. 우리나라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국민들이 스케이트에 갖는 관심도 다르니까요. 저도 한국에선 스케이트 한 번 타본적이 없는데 러시아에 살면서 그래도 서너번은 타봤네요. 이렇게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베데엔하(ВДНХ) 공원의 스케이트장으로 갔어요.

 

스케이트를 잘타서 그런게 아니라 넘어지고 일어날때 드는 에너지에 더워서 목도리는 손에 쥐고 탓던 기억이...

 

간만에 산책아닌 산책을 나와서 아내와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이었네요. 이번 산책에 모스크바에서 만난 좋은 인연, 동생 둘과 같이가서 더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1년차에는 같은 기숙사에 살았고, 2년차부터는 저희도 마찬가지 이지만 각자 아파트를 구해서 나가서 떨어져 살았지만 그래도 종종 만나면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보드게임도 같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일행의 아가씨들 뒤에 멋진 얼음 건물들이 스케이트 타는 맛을 한층 더해준다.

 

아내 생일

베데엔하 공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온 다음 날은 저희 아내의 생일이었는데요. 아마 아내의 가장 행복했던 생일이 아닐까 하네요. 조금은 무뚝뚝한 (필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 남편과 함께 살면서 대접을 잘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튼 당시 아나스타샤(짧은 명칭으로 "나스쨔")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내에게 풍선 다발과 머핀을 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행복했나봐요. 집도 좁은데 가지고 들어와서 풍선이 쪼그라 들때까지 집에 고이 모셔두었어요.

 

러시아 친구가 준 풍선과, 머핀을 들고 좋아하는 아내.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도 사진을 보면 한국 식당에 데려가서 저녁도 맛있는 걸 사주었던 기억이 난다.

 

풍선을 들고 동네방네 좋다고 밤길을 거닐었는데 간만에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두어야 겠다 생각해서 지칠때까지 산책을 한 후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로도 일주일간 친구들에게 선물도 더 받고 그래서 아내의 행복이 생각보다 많이 지속이 되었네요. 여튼 아내 생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이라서 이렇게 포스팅에도 올릴수가 있게 되었네요.

 

추운데 산책나온 나(왼쪽)와 행복해서 추위를 잊은 아내(우)

 

러시아어 시낭송 대회

마지막 에피소드는 러시아어 시낭송 대회에요. 예비학부를 마치고 석사에 들어간다 해도 외국인들은 매 학기 러시아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요. 매년 외국인 대상 모스크바 대학 총장이 주관하는 러시아어 대회 같은게 있어요. 러시아어 수업은 각 학과마다 다른 반으로 진행되기에 이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도 꾀나 많은데요. 석사 1년차에는 시낭송 대회가 있었고요, 2년차에는 러시아어로 노래부르는 경연대회가 있었어요. 저희 러시아 선생님이 저에게 한국군 정복을 입고 꼭 좀 참여해 달라고 부탁해서 두 번 다 참여해서 그래도 조그마한 상장이라도 한 개씩 받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나의 러시아어 반, 존경하는 선배님과 러시아어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한 팀이다.

 

당시 시낭송 한 걸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생각보다 러시아어 발음이 별로네요. 막상 막 말하고 다닐땐 러시아 인들이 잘 알아듣기에 발음이 좋은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이래서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 같네요. 

 

지금보면 오글오글

 

이번 포스팅에서 여러분께 제 모스크바 2년차 생활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간략하게 공유 드렸네요.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은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할게요. 이제 3년차 생활 포스팅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할게요.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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