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한동안 열심히 읽던 과학서적을 내려놓고 다른 책들을 읽다가 다시 과학서적을 읽었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여러분께 소개를 드리고 싶더군요. 보통 수학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은 현실과 단절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산다고 느껴지지만 저자가 그 사이의 연결점을 찾으려 노력한 부분이 아주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책의 난이도는 수학적 흥미(특히 선형대수 관련)가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 높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아주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미괄식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드는 책으로 책의 90퍼센트가 마지막 10퍼센트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만큼 책의 마지막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어 신선한 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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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는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 위한 저자의 조사와 개인적인 세부 해부 과정이 나와있어요. 이 부분에서 저는 두 가지에 주목을 했는데요. 첫째로 생각보다 간단한 과정을 통해 사람이 이해할 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옮겼고 또 다른 간단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생각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심결에 누르는 "좋아요"와 같은 버튼으로 예상외로 간단한 알고리즘도 생각보단 우리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단 거죠. 두 번째론 우리가 편향됨을 인식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쓰고 생산하는 정보 자체가 편향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되어 있고 이 편향을 우리는 인정을 해야 알고리즘이 주는 결과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편향이 꼭 나쁜 건 아닐 거예요. 예를 들어 성인 남성에 비해 어린아이와 여성은 약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편향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도덕적이든 정치적이든 옮고 그름이 아니라 편향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의식 자체이죠.

책의 중반부에선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술하고 있네요. 미국 대선에서의 영향, 추천 도서 선정에서의 영향 등 알고리즘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한계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또는 다른 사람들이 설계한 실험이나 그 결과를 분석하며 알고리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중반부의 결론은 이런 알고리즘이 아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확하지 않으며 (아무거나 찍는 것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집단보다 못한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빠른 데이터 처리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거지요. 특히 책에서 소개된 그리고 알고리즘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반향실"이란 개념은 아주 흥미 있었네요. 정보들은 임의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비슷한 것들끼리 뭉쳐서 바뀌고 재생산된다는 개념으로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최종부는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데요. 현재의 알고리즘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보고 우리의 경계가 과도한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실제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알려줘요. 상향식과 하향식 기계학습에 관하여 논하고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 과학자나 기업 경영자들의 생각들에 대해 저자 나름의 객관적인 팩트 체크를 제공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책의 마지막 부분은 세 번 정도 봤는데 컴퓨터만 같았던 저자의 이미지가 아주 인간적인 아버지의 그것으로 바뀌면서 소설로 치자면 모든 갈등이 해소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모든 연구와 노력의 이유와 삶에 대한 철학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은 책을 보시지 않은 분은 마지막을 읽고 책을 다시 처음부터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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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는 이 분야에서 훨씬 더 많고 깊은 고찰을 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제가 연구하는 분야와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알고리즘과 함께 협업하는 세상, 알고리즘 또는 기계학습(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이 책을 다시 한번 추천을 드리고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