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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생활/2년차

[러시아 대학]모스크바 국립대 신입생 환영회(OT)

Jeongwon Seo 2021. 7. 9. 07:55

오늘은 6년 전 추억을 좀 더듬어 볼까해요. 아시다시피 저는 사관학교를 나와서 OT대신 생도 기초군사훈련(기훈)을 받았죠. 정말 감사하게도 2014년 러시아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군에서 주어서 3년 간 모스크바에서 과학과 문화, 언어 등을 공부했답니다. "가슴엔 조국을 두눈은 세계로"라는 말 처럼 편협했던 제 시야를 더 넓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다녔던 모스크바 국립대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오티 준비

 

저는 예비학부 1년을 마치고 2015년 8월 말에 석사 신입생으로 핵물리학과에 입학을 합니다. 총 12명이 있었는데, 저와 다른 한 명(해군 선배), 그리고 편입한 학생 둘 외에 8명은 전부 학부때부터 같이 공부해 온 친구들이라고 하더군요. 저희과는 너무 크기가 작아서 OT 같은 건 없었고, 물리학과에서 하는 OT가 있다길래 가보기로 결정합니다. 

러시아의 흔한 대형마트

일단 점심 때 쯤 아샨이라는 대형 마트에 모였습니다. 뭐 이것저것 장을 봤죠. 소세지랑 빵, 과자도 좀 샀고, 술도 고르라더라구요. 저는 맥주를 골랐는데, 몇몇 친구가 럼이니 보드카니 뭐 좀 샀습니다. 거기다가 생선 통조림도 몇개 사던데 조금 불안 하더라고요.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가 뭘 바리바리 싸왔는데, 탠트랑 냄비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점점 더 불안해 지더라고요. 그리고는 일렉트리치카라는 모스크바와 그 근교 소도시들을 연결해 주는 통근열차 개념의 기차를 탔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생겼고요. 지저분합니다 아주. 화장실은 못쓸정도에요. 더 궁금하신 분들은 영어긴 한데 필요하면 보세요. https://en.wikipedia.org/wiki/Elektrichka

러시아 일렉트리치카

 

이동

 

이거 타고 한 3시간 정도 갔던거 같아요. 가는 길에 친구가 마트에서 산 생선 통조림을 열더군요. 기름에 절은 한입 크기의 생선들이 몇마리 있었는데, 빵 위에 얹어서 먹더라고요. 권하길래 마지못해 먹었거든요.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뭐 더 먹고 싶은 맛은 아니고요. 러시아에서 맛있는 걸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러면 못써요, 땍! 그렇게 간식도 먹고 그러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역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요. 여튼 내리고 나니 주위에 거의 아무것도 없었어요. 친구들이 이끄는 데로 황량한 숲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자작나무 숲

숲을 헤치며 걷다보니 조금 현수막 같은 것도 걸쳐 있고 그러더군요. 저희는 물리학과 쪽으로 일단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능숙하게 텐트를 꺼내더니 만들기 시작합니다. (꺼내는 것만 능숙했음) 텐트 치는 건 저랑 선배님이 많이 도와줬어요. 땅이 엄청 축축해서 불안불안 하면서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나무들을 마구 잘라와서 더미를 만들고 그 위에 신나를 뿌린다음 불을 피웠습니다. 신나에는 불이 정말 잘 붙더라고요. 나무들도 축축했는데 뭐 그런거 없습니다. 새카만 연기를 내면서 활활 탔어요. 

 

환영회

 

도착 전 마트에서 사왔던 것들을 꺼내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소세지도 구워먹고, 빵도 굽고, 냄비에 수프 같은 것들도 만들었습니다. 술도 이것저것 섞어서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저녁을 해결하고나니 이미 밖은 어두워져 있었어요. 친구들이 이제 뭔가를 할 시간이라며 음악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가니까 작은 스테이지가 있고 거기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어요. MC가 있었는데 거기서 뭐라뭐라 환영한다고하고 뭐 또 구호같은거 막 따라서 소리치라고 하고는 댄스팀을 부르더라고요. 이제 막 러시아 애들 나와서 춤추고 그러고 있고, 거기 모여있는 애들도 춤추고 난리가 났어요. 노래중에 강남스타일도 나오고 한국 노래도 좀 나오더라고요. 술도 그렇게 많이 안먹었는데 신입생 환영회가 그런지 분위기가 아주 좋더군요. 사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남아 있는 사장 두 장과 짧은 동영상 하나인데, 그냥 뭔가 이 때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요. 

 

저랑 같이 공부했던 선배님과 러시아 친구 둘과 같이 찍었어요. 우리 핵물리학과 최고 미녀 릴리아와 최고의 주당(인줄 알았던) 안드레이와 같이 왔어요. 오랜만에 외박이라 그런지 웃음꽃이 피었네요. 

위에는 애들 춤추는 거 사진 찍었는데, 이 당시에는 핸드폰 카메라가 많이 좋지도 않았고 밤이라 많이 흔들렸네요. 아래 동영상도 올렸으니 러시아의 신입생 환영회를 강남스타일과 함께 느껴보세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또 다른 글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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